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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로마는 28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서는 로마 사람 따라 행동해라’라는 속담이 있듯 로마는 고대 서양 세계의 중심이었다.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나라가 세워진 후 여러 왕국과 공화국 및 제국을 거치면서 그 수도로서 유럽의 대부분을 영토로 하는 정치적 군사적 중심을 이루었다. 나중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 교황을 중심으로 서양 기독교 국가들의 종교적 중심이 되었다. 4세기 이후 제국이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쪼개지면서 로마시도 흥망성쇠를 거듭하였으며, 19세기에 이르러 다시 통일된 이탈리아 공화국의 수도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도시 안에 또 하나의 도시, 또 하나의 독립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로마 교황이 직접 다스리는 바티칸시국이다.

로마 사람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또 공학 기술이 뛰어나서 지금 기준으로 봐도 대단히 높은 수준의 건물과 구조물을 많이 남겼다. 현재 로마를 찾아가면 현대적 건물이나 구조물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도시경관을 잘 지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대 로마의 문화유산이 잘 남아 있는 역사지구와 바티칸시국이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콜로세움은 지름이 긴 쪽은 188m, 짧은 쪽은 156m이고, 둘레가 527m가 되는 타원형의 거대한 투기장으로서, 높이 48m의 4층 관람석에 무려 5만명이나 모여서 검투사 시합, 맹수 서커스 등을 구경하면서 열광하던 공공시설이었다.

돌과 콘크리트로 지은 이 거대한 건축물은 그 원래의 생김새를 많이 유지한 채 오늘도 로마 시내의 한 자리를 늠름하게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로마에는 이 콜로세움뿐 아니라 ‘벤허’ 등 많은 영화에서 로마군대의 개선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곤 했던 개선문, 30만명의 관중이 열광하는 가운데 굉장한 마차 경주가 벌어지던 시르쿠스 막시무스라는 노천 타원형 경기장 등 많은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다.

 

‘포룸 로마눔’은 고대 도시 로마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시설이었다. 도시의 한 가운데에 있는 평평하고 개방된 광장으로서, 신전, 원로원, 감옥 등 여러 공공건물과 개선문 등 기념물, 그리고 나란히 선 기둥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시민들의 종교예배, 개선행사 등 기념식, 집회 장소로 쓰였고 검투장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로마 시민들을 위한 시장으로 활용되는 등 시민 생활문화의 중심을 이루었다. 현재에도 광장을 중심으로 많은 건물들이 유적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 이탈리아 도시생활을 가장 잘 나타내는 광장의 문화는 여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판테온’은 2세기 초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세운 고대 로마의 신전이었다가 나중에 기독교 교회 겸 중요한 인물의 묘당으로 쓰인 건물이다. 이 건물은 이런 쓰임새보다는 그 독특한 생김새,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짜임새 때문에 더 중요하고 더 유명하다. 즉 판테온의 본당은 지름이 약 43m, 높이가 약 22m가 되는 거대하고도 단순한 원형 건물로 지붕은 돔(반으로 쪼갠 공을 엎어놓은 꼴)을 얹어놓았다. 안에 들어가면 창이 없는 벽으로 둘러싸여 캄캄한 방에 오로지 돔 지붕에 뻥 뚫린 지름 9m의 천창으로만 빛(밤에는 달빛과 별빛, 때로는 눈과 비까지)이 쏟아져 들어오며 별다른 장식이 거의 없어 매우 장엄하고도 신성한 분위기가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