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제 목 |
 |
문화유적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로마의 노력과 현실 |
|
| 글쓴이 |
|
tntv |
등록일 |
|
[2017.02.03] |
|
|
과거를 지키려는 노력
이탈리아는 주요 도시별로 문화를 형성했고 자유로운 표현 방식으로 인해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 이러한 모든 배경에는 로마라는 거대한 고대 국가가 있었음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에 의해 건설된 로마는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국의 수도로 전성기를 누렸으며, 이후 8세기까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서양 역사의 대표도시 역할을 했다.
유네스코는 1980년 로마의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이후 1990년 보존 지역을 교황 우르바노 8세가 쌓은 성벽 안쪽까지 넓혔다. 로마 역사지구는 로마 제국의 전성기인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때 쌓은 성벽 안쪽에 집중되어 있다. 이 성벽은 외침을 막기 위해 270년경 착공한 것으로, 전체 길이 19km, 높이 6~8m에 총 14개의 문이 있으며 현재까지 대부분이 잘 보존되어있다. 성벽 안쪽에는 포로 로마노(Foro Romano)를 중심으로 로마 제국 전성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유적이 남아있다. 원형 경기장부터 황제의 목욕시설까지 다양한 고대 로마의 유적과 산타 마리아마조레 교회, 산 파올로 푸오리 레 무라 대성당 등 중세의 대표적인 종교건축 등, 로마 역사지구 내의 유적은 다양성과 가치에 있어 세계 최고라 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체계적인 보존정책과 인식
로마의 유적들은 과거 자연재해와 전쟁의 위험은 피할 수 있었지만 최근 반세기 동안 급속하게 이루어진 도시화와 환경오염에서는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근대 화로 인해 인구는 늘고 자동차 배기가스와 대기 오염으로 옥외 노출된 문화재의 부식은 심해졌으며, 지하철 공사 등으로 몇몇 유적은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다. 문화유산을 큰 자산이라 생각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마 주변에 신도시를 개발해 인구를 외곽으로 분산시켜 역사 도시 내 어떠한 개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는 전 세계에서 드물게 국가의 문화유산 보호 의무를 헌법(제9조)에 명시하고 있으며, 1939년에 문화재보존관리법을 제정하고 1974년에 이를 관장하는 문화환경부를 설치했다. 1998년에는 정부조직 개편에 의거하여 문화재관리, 문화예술·관광을 총괄하는 문화부를 설치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예술의 본고장, 세계문화의 수도, 열린 박물관 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거리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력이 상대적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문화재 보존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 탓에 체계적인 문화재관리가 가능하며 결정에서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보존 방향과 방법들을 유연하게 수정해 나가는 합리적인 태도도 빠질 수 없다.
국가주도 정책과 예산, 문화유산 유지·보존의 해법인가?
문화재에 대한 로마의 인식은 시민의식과 대표적인 후원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민들의 자긍심만큼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은 실로 대단하며, 문화유산 보존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이탈리아도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유산 보존정책에 큰 문제가 생겼다.
2008년 5월 출범한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4기 정부는 시장자유화, 국영기업 민영화, 행정단순화, 세제 지방분권화 등을 주요 경제정책 과제로 설정해 추진하였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 이후부터 불어닥친 세계 금융경제위기의 영향으로 과감한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2011년 후반기부터 GDP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공공 분야에서는 연금, 의료, 교육 분야 등에 사회보장지출 부담이 커졌다. 공기업의 적자 보전,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급 등으로 공공지출은 확대되고 있다.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 국가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자로 지불되면서 문화부의 예산과 인력 감축, 문화유산 보존사업의 축소로 이어졌다.
그간 큰 공헌을 해오던 기업체 후원도 줄었다. 한동안 호황을 누리던 문화유산 보존 관련 사업체들은 1990년대 대비 1/4로 줄어들었으며, 실제로 문화유산보존 관련 많은 전문가가 이탈리아를 빠져나간 상태이다.
대부분 문화유산 관련 예산은 나라의 경제 규모와 비례해 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며 국가주도의 문화유산 보존정책과 예산이 문화유산을 유지·보존에 가장 이상적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국가 예산 외의 지원방법도 고민해 봐야 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 대국 이탈리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선진화된 문화적 혜안을 구해야 하며, 문화유산을 상속하게 될 우리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해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글‧한경순(건국대 회화학과 교수) 사진‧셔터스톡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