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에서 특히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관우(關羽). 삼국시대 촉나라의 최강장수인 그는 중국 건안 24년(建安) 음력 12월에 아들인 관평과 함께 손권의 군대에 붙잡혀 참수됐다. 손권은 관우의 죽음을 조조의 탓으로 돌릴 요량으로 그의 목을 베어 보냈다.

그러나 관우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조조는 제후의 예를 갖춰 성대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오늘날 그의 머리가 안치된 곳이 바로 허난성 뤄양(洛陽,낙양)의 관린(關林,관림)이다.

우선 호텔에서 나와 왕청꽁위안(王城公园,왕성공원) 버스정류장에서 15번 버스를 탔다. 버스정거장에는 관린이 아닌 미린(美林,미림)으로 적혀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종점이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창밖을 구경하니 덜 지루하다.

종점에 도착하면 꽤 도시 외곽 느낌이 강한데, 관림의 명성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이다. 주민들이 체조나 스포츠를 즐기는 커다란 광장 끝으로 관림 입구가 보인다. 매표소에서 입장권(40위안: 약 6,900원)을 구매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관린의 구조는 꽤 단순하다. 입구부터 사당을 지나 관우의 머리가 묻힌 능까지 직진만 하면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좌우로 청룡언월도와 적토마가 형상화된 기념 정자가 세워져 있다. 그 중앙에는 소원지를 매다는 소원나무가 있는데, 소원지가 어찌나 많은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중앙에 세워진 문을 하나 더 지나면 관우를 모신 사당이 나온다. 관우는 오래전부터 충의와 무용의 상징으로 숭배되었는데, 송나라 이후에는 무신(武神)이나 재신(財神)으로 신앙의 대상이 됐다.

도교에서는 그를 협천대제(協天大帝) 등으로 숭배하며, 유교에서도 문형성제(文衡聖帝)로 숭배된다. 불교에서도 그를 호법신(護法神)의 하나로 받아들여 가람보살(伽藍菩薩)로 숭배하기도 한다.

한 사람이 이처럼 다른 종교에서 신으로 숭배되는 것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관린에도 사당이 종교별로 다른 사당이 존재하고, 내부에 모셔진 관우의 상 모양이 각기 다르므로 그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당을 지나면 진짜 관우의 머리가 묻힌 커다란 묘가 나온다. 구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커다란 묘는 조조가 얼마나 그를 생각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천천히 묘를 따라 걸은 뒤에 관린을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뤄양보우관(洛阳博物馆,낙양박물관)이다. 뤄양시 정중앙에서 1km 거리에 있는 이곳은 국가 3A급 관광지로 뤄양의 변천사를 전시한 종합박물관이다.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려고 봤더니 신분증(외국인은 여권)만 있으면 무료이다. 대신 방문록에 이름과 여권번호를 기재해야 하니 여권 사본을 반드시 챙기자.

박물관은 석기시대부터 명, 청시대까지 뤄양시에서 출토된 유물과 전시품 등 40만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에 청동기, 도자기, 금은기(金银器), 옥기, 서예와 그림 예술품 등을 주로 전시한다.

허난성 성도가 아닌 지방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명, 청시대 황실에서 사용했던 유물 중 청동기와 당삼채(唐三彩)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뉘며, 1층에는 매머드의 뼈 등 고대의 출토품이 전시된 허난 문명 1,2,3전시실과 석기시대 조각예술 전시실, 특별전시실로 구성됐다. 2층은 한나라와 당나라, 청나라 왕조 전시실, 뤄양 보물 전시실 등이 있다.

각 전시실 중 하대 청동기, 전국시대 금은동정, 북위시대 도기, 당대 삼채말 등은 모두 다 국보급인 전시품이다. 또한 그 종류가 풍부하고 품질이 높아 해내외에서 명예를 떨친다.

특히 한위시대 채회(彩绘,채색화)와 당삼채, 송대 도자기 등 지역 특색이 넘치는 유물을 보유해 중국 역사학 연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이제 리징먼(丽景门,려경문)으로 향했다. 뤄양에는 "리징먼에 오르지 않았다면, 뤄양여행을 하지 않은 것이다"란 말이 있다. 약간 과장이 보태지긴 했지만 룽먼스쿠(龙门石窟,용문석굴)과 함께 뤄양 여행의 백미임은 분명하다.

리징먼의 대문은 최초 수(隋)나라 시대 축조된 성문이었으나 중국의 중심이었던 만큼 여러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고, 파괴와 복원의 역사를 반복했다. 참고로 장개석의 군대도 이곳에서 포위되어 항복했다고 한다. 그러던 2002년 뤄양시에서 대대적인 복원을 진행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성 내부로 들어가면 옆으로 아주 작은 매표소가 나오고, 입장권의 가격은 30위안(약 5,200원)이다. 표를 구입하고 계단을 오르면 리징먼의 가장 꼭대기로 바로 오를 수 있다.

이곳은 성문루(城門樓)를 비롯해 구룡전(九龍殿), 관음전(觀音殿) 등 다양한 신전과 전시실로 이뤄졌다. 굳이 다 둘러볼 필요는 없지만 천천히 관람하면서 여러 각도의 리징먼과 뤄양시내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이다.

리징먼에서 내려와 성문 입구 반대편으로 나가면 뤄양 전통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뤄양의 재래시장으로 각종 먹거리와 생필품 등을 취급한다. 상업화된 거리가 아닌 뤄양시민의 소박한 모습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니 뤄양시를 여행한다면 가장 뤄양다운 이곳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 여행 TIP

관린(关林，Guān Lín，관림)
주소: 허난성 뤄양시 뤄룽구 관린난로 2호
입장권: 40위안
교통: 뤄양시내 15번, 39번, 55번, 58번, 67번 버스 이용 관린(关林)역

뤄양보우관(洛阳博物馆, luò yáng bó wù guǎn, 낙양박물관)
주소: 뤄양스 뤄룽취 니에타루 (洛阳市洛龙区聂泰路)
전화: 86-379-69901020
비용: 20위안
교통: 뤄양시내 77번 버스 이용

리징먼(丽景门，Lì Jǐn Mén, 려경문)
주소: 뤄양시 라오청구
전화: 86-379-63512711
입통권: 30위안
교통: 1번, 4번, 5번, 8번, 26번, 45번, 48번, 56번 버스 이용 시관(西关)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