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175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1966.01.13 지정,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744-1

대부분의 나무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곳에서 생명을 다한다. 그러나 경북 안동의 임하댐 한편에는 원래보다 15m를 들어 올려 져서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 주인공은 지금부터 700여 년 전인 고려 말부터 둥지를 틀어온 은행나무 한 그루다. 그것도 옮겨심기에 적당한 크기가 아니라 높이 30m, 둘레 14m나 되는 거대한 나무가 거처를 옮긴 것이다. 우선 이렇게 크고 늙은 나무를 옮겨서 살려놓는, 그 기술은 차치하고라도 덩치만큼이나 옮기는 경비가 만만치 않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늦가을에 바라본 용계 은행나무

84년부터 시작한 임하댐의 공사가 93년경 마무리되어갈 즈음 이 은행나무는 물속에 잠길 위기를 맞는다. 선조 때 훈련대장을 지낸 탁순창 공이 벼슬살이를 마감하고 내려와서 은행나무 계(杏契)를 조직하여 가꾸었다는 나무다. 용계초등학교 마당에 자라던 이 나무는 굵기에 있어서 당시로서는 우리나라 첫째를 자랑하는 웅장한 나무였다. 알려진 전설로는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쫓기던 우리병사 백여 명이 모두 이 은행나무에 올라가 숨었다한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마을사람들은 모두 가슴을 졸이고 있었으나 왜군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화를 면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노거수들이 그러하듯 한국동란을 비롯한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울음소리를 내어 더욱 신목으로 섬기게 된 나무다. 나무에 대한 경외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전설의 나무이다 보니 당연히 탁씨 문중을 비롯한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물속에 들어가 버릴 운명을 안타까워하였다. 이 나무를 살리는 방법이 없을까? 사람들은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다. 이를 즈음 당시 대지개발이라는 조경회사를 운영하던 이호철이라는 큰 나무 옮기기 전문가가 옮겨서 살려낼 수 있다고 장담하고 나섰다. 문제는 어림짐작으로도 엄청나게 들어갈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이었다. 1987년 초 무소불위의 5공화국 최고 권력자에게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검토해 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당시로서야 대통령 말씀 한마디면 끝이다. 드디어 90년 11월 3일 이씨는 옮긴 나무가 죽으면 공사비 전액을 변상하겠다는 공증서를 제출하고 92년 7월까지 햇수로 3년에 걸쳐 작업에 들어갔다. 계약 금액은 자그마치 23억2천3백만 원에 끝자리 숫자가 더 붙었다. 보상비가 적다고 아우성대는 수몰민들의 항의로 문제가 될 만큼 말썽도 많았다.

아직도 보조기구를 차고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추정한 나무 무게가 680톤이 넘고 물이 차면 8m가 침수되므로 15m 높이로 올려 심기로 결정했다. 뿌리돌림으로 땅을 파고 조금씩 흙을 북돋아 작은 산 형태로 만들어 올라가는 방식이다. 생명력이 강한 은행나무였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벌써 고인이 된 이호철씨의 집념과 기술의 승리였다. 94년 옮김이 끝나고 또 다시 몇 년을 더 기다려 성공을 확인하고 그는 공증서를 비로소 찢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옮기는 과정에서의 수확하나, 나무 밑에 들어가 뿌리를 올려다 본 이씨는 이 나무가 한 나무가 아니라 두 나무를 가까이 심어 서로 연리된 것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옮기고 보니 나무는 댐의 건너편에 덩그러니 홀로 자리 잡게 되어버렸다. 배를 타야만 이 거창한 나무를 알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다시 34억 원을 들여 오직 은행나무만을 위한 다리가 놓인다. 대리석 조각이 아름답게 아로새겨진 화려한 다리다. 그래서 은행나무하나에 들어간 총 경비는 57억, 여기에다 최근 또 외과수술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더 들어 갔으니 거금 60억짜리 은행나무가 되었다. 용계 은행나무 한 그루에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은 일이 옳았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지만 필자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끝나버린 일, 어쨌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무로 기네스북에 올라야 할 만큼 이 나무는 ‘돈 먹은 하마’임에는 틀림없다.

오직 은행나무 하나를 위하여 놓인 초호화 다리

소몰 되기 전 80년대 초의 용계 은행나무 위용

출처:문화유산채널
http://www.heritagechannel.tv/hp/hpContents/story/view.do?contentsSeq=8323&categoryType=2&pageIndex=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