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쉐다곤 파고다’의 금빛을 수놓은 무지개 한 쌍

13세기, 동방견문록의 마르코폴로가 예찬한 ‘황금의 땅’ 미얀마

인도차이나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나라, 미얀마. 미얀마는 외부로 개방된 지 불과 2~3년에 지나지 않는 미지의 땅이다. 약 4백만 기의 불탑이 세워진 이 땅엔 부처를 향한 신앙으로 가득하다.

국민의 약 90%가 불교신자인 부처의 나라. 부처가 되고자 했던 고대 미얀마인들이 일구어낸 황금빛 문화유산, 그리고 그 황금 보물에 얽힌 신비로운 전설을 지금 만나본다.

세계 3대 사원, 쉐다곤 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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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둠 속에서 황금빛을 내뿜고 있는 ‘쉐다곤 파고다’ 2 ‘쉐다곤 파고다’의 작은 불탑들 3 입구에서 바라본 ‘쉐다곤 파고다’ 4 화려하게 장식된 사원 내 기둥들

미얀마의 상징,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인들 뿐만 아니라 성지 순례를 하는 전 세계 불교신자들과 관광객들까지, 연간 1천5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찾는 세계 3대 사원 중 하나이다. 높이 100m, 둘레 426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 기단을 둘러싼 64개의 작은 불탑들, 그리고 파고다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금빛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건설 당시 쉐다곤 파고다는 작은 불탑이었으나 수많은 왕조를 거치며 증축을 거듭해 현재의 거대한 불탑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쉐다곤 파고다는 몬족이 6세기에서 10세기 사이에 건립했으며, 지진 발생으로 인해 여러 차례 재건 및 보수의 단계를 거쳐 1764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사원에는 1485년에 세워진 비석이 보관되어 있는데, 이 비석에는 파고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11세기에 버강의 건국왕 아노야타가 방문했었고, 14세기 반다웅왕에 의해서 18m의 높이로 증축되었으며 15세기에 빈야쟌 왕에 의해 90m 높이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신소부 여왕이 처음으로 이 불탑에 황금을 보시하였으며, 후에 신소부의 다마제디왕은 자신과 왕비 몸무게의 4배가 되는 금을 보시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도 미얀마는 국가 행사로서 3년에 한 번씩 개금불사(改金佛事, 불상에 금칠을 다시 할 때 행하는 의식)를 진행하며, 이때마다 사용되는 금의 양은 약 7톤에 달한다고 한다.

쉐다곤 파고다의 호화로움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불탑의 맨 꼭대기이다. 7층으로 이루어진 우산 모양의 장식인 티(Thi)가 맨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는데, 티의 몸체는 철로 만들고 금판을 붙였으며 그 위에 금과 은 등 온갖 보석을 치장했다. 티에 매달린 장식을 제외하더라도 티의 무게는 1톤이 넘는다.

티는 위로 좁아지는 원뿔형 구조이며 그 윗부분에는 깃발 형태의 풍향계가 있다. 이것은 금과 은으로 만들고, 총 278캐럿이나 되는 1,100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마지막으로 깃봉 자리에 위치한 속이 빈 구체는 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총 1,800캐럿이나 되는 4,351개의 다이아몬드가 붙어 있다. 그 위로 7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1개가 정점을 장식한다.

쉐다곤 파고다의 경내에는 ‘마하티사다 종’이 있다. 이 종은 1841년 타라와디 왕조 때 주조된 것으로, 높이 2.6m, 지름 3.34m, 무게 42톤의 대종이다. 대종의 걸쇠 부분에는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을 올려 종의 위엄을 한층 드높였다. 뱀의 왕이라는 전설의 동물 나가상이다.

마하티사다 종은 누구든지 타종할 수 있도록 종 주위에 울타리를 두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종신 안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빼곡히 적혀있다. 천년의 시간을 흐르고 흘러, 수많은 미얀마인들의 간절한 소망이 쉐다곤 파고다에 켜켜이 쌓이고 쌓인다.

쉐다곤 파고다에 얽힌 전설, ‘타푸샤와 발리카 형제 이야기’

전설은 양곤이 ‘오끌라’라 불렸던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 땅을 지배하던 몬족의 왕 오깔라파 왕은 자신의 통치기에 새로운 부처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 인도 북부 부다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는데, 오깔라파 왕이 부처의 유품을 얻고자 기도할 때 석가모니가 환영으로 나타나 자신이 곧 부처가 될 것이며 자신의 유품을 얻으려는 오깔라파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당시 오끌라에 살던 타푸샤와 발리카 형제는 인도와 미얀마를 오가며 무역을 하던 중 인도 부다가야를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보리수나무 아래 석가모니를 만나게 되었다. 때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지 49일째 되는 날이었다. 형제는 불교에 귀의했고 부처에게 꿀을 바른 떡을 보시하여 부처로부터 머리카락 8개를 얻는다.

손가락 너비 길이의 머리카락을 루비 장식함에 넣고 오끌라로 되돌아가던 중 아제따(Ajjhatta)의 왕과 나가 왕에게 불발(부처의 머리카락) 2개씩을 빼앗겼다. 그러나 그들이 불발을 오깔라파 왕에게 바쳐 왕이 장식함을 열어보았을 때는 불발 8개 그대로였으며 함를 여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미얀마 연대기는 그 순간을 이렇게 전한다.

“땅이 갈라지고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메루산이 흔들리고 번개가 번쩍였다. 보석이 비처럼 쏟아져 사람들의 무릎까지 찼고 계절이 아닌데도 히말라야의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왕은 백성들이 예불을 드릴 수 있도록 당시 신성시되던 떼인코따라 언덕에 탑을 세워 부처님 머리카락을 모셨다. 이후 몇 세기에 걸쳐 왕들은 탑의 증축을 거듭했고 18세기 들어서 마침내 탑은 현재의 높이에 이르게 되었다.

불발 세 가닥의 기적, 짜잇티요 파고다

짜익토산 정산에 위차한 황금 바위 불탑 짜잇티요 파고다

짜잇티요 파고다는 미얀마 남부, 페구와 타톤의 중간 지점인 짜익토산 정상에 위치한 황금 바위 불탑이다. ‘짜잇티요’라는 이름 자체가 금빛 바위를 의미한다.

해발고도 1,100m의 짜익토산은 일반 차량의 진입이 제한되어, 짜잇티요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규정된 산악 트럭을 타고 가파르고 험한 산길을 오른다. 트럭엔 철골로 된 의자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앞으로는 흔들리는 몸을 가누기 위한 손잡이가 달려있다.

트럭을 꽉 채운 사람들과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고 부딪히며 굽은 산길을 오르다 보면 안개와 구름에 가린 짜익토산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짜익토산 정상에 도착해 짜잇티요 파고다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짙은 안개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원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비단 여행자나 순례자만이 아니다. 계단 입구에서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자의 배낭에서부터 나무판자 위에 가득 쌓아올린 벽돌, 심지어는 산 아래에서 공수해 온 듯한 사람 키를 넘는 커다란 구식 발전기까지 맨몸으로 짐을 실어 나른다. 짐꾼들은 쉬어 갈 때면 파고다 앞에 자리를 잡아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다. 아무리 몸이 고되고 힘들어도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진초록색의 교복을 입고 등하교 중인 어린 학생들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파고다를 향해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린다. 비와 안개에 흥건히 젖은 바닥이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다해 기도를 올리고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이들에게 짜잇티요 파고다는 그 자체로 삶인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따라 미끄러운 사원의 타일 바닥을 걷다 보면 아스라이 안개에 가려진 짜잇티요 파고다가 보인다. 높이 8m, 둘레 24m의 거대한 금빛 바위가 낭떠러지 끝에 떨어질 듯 아슬아슬 걸쳐져 있다. 아래 회랑에서 바라본 불탑의 모습은 실로 아찔하다.

사람들은 이 바위가 굴러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바위 안에 안치된 부처의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 불가사의한 부처의 기적을 보기 위해 매년 180만 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들은 정성을 가득 담아 바위에 금박을 붙인다. 바위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된 여자들도 승려들의 도움을 받아 금박을 보시한다. 바위의 표면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례자들의 개금으로 울퉁불퉁하다.

멀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한 잎, 두 잎, 황금을 바치는 사람들. 수세기에 걸친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바위를 금빛으로 물들인 것이다.

짜잇티요 파고다에 얽힌 전설, ‘띠샤 왕 이야기’

11세기 몬족의 왕이었던 띠샤는 당시 그의 영토인 어느 숲 속에 살던 한 수행자를 만났다. 수행자는 자신의 상투 안에 수 세기 동안 전해져온 부처의 불발을 모시고 있었다.

그는 왕에게 기묘한 거래를 제안했다. 자신의 머리와 똑같은 모양의 바위를 찾아 자신의 상투와 같이 바위 위에 탑을 지어 불발을 안치할 곳을 마련해 준다면, 기꺼이 자신이 가진 불발을 내어주겠다고 했다.

띠샤 왕은 그때부터 바위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낫(미얀마의 정령신앙)들의 수장 드쟈민의 계시로 바닷속의 바위를 찾아내었고 드쟈민의 도움으로 바위를 바닷속에서 꺼내 배로 옮겨 실었다. 배는 짜익토 산 아래까지 이동했고, 또다시 드쟈민의 도움을 받아 산 위로 바위를 올릴 수 있었다.

지금도 짜잇티요에서 300m 아래에 위치한 짜욱타반에 가면 돌로 변한 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바위가 옮겨진 후, 띠샤 왕은 네 면에 날이 선 단검으로, 바위에 깊이 약 90cm, 너비 약 15cm의 구멍을 뚫었다. 765년 머리카락을 담은 상자가 바위의 구멍에 안치되었고 그 위로 7m 높이의 탑이 지어졌다.

살아생전 석가모니 부처의 얼굴, 마하무니 불상

살아생전 석가모니 부처의 얼굴을 본뜬 마하무니 불상

미얀마 최후의 왕조가 존재한 땅, 만달레이. 에야와디 강변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왕국 후기의 중요한 불교 중심지로, 수많은 승려들의 본고장이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도시 남쪽의 마하무니 사원. 산스크리트어로 ‘마하’는 위대하다는 뜻이고 ‘무니’는 석가모니를 뜻하는 것이니, 마하무니는 위대한 부처님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마하무니 사원의 하루는 부처님의 세안식으로 시작한다. 이곳에 모셔진 불상은 마치 살아있는 부처님인 듯 아침마다 이렇게 세수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하무니 불상을 살아있는 부처님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 얼굴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얼굴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부처님을 배알하듯, 세안식을 참관하는 자세도 경건하기 이를 데 없다.

세안식이 끝나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지어 선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로 세안식에 사용한 물이다. 사람들은 준비해 온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 가져간다. 그 물이 부처님의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병을 고친다거나 행운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무수한 사람들이 바친 금으로 마하무니 불상의 얼굴 아래는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금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불상을 뒤덮은 금의 두께는 평균 15cm. 울퉁불퉁해진 표면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오랜 시간의 흔적이다.

마하무니 사원을 찾는 사람들은 연간 300만 명. 미얀마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마하무니 불상은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불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에게 이 불상은 여전히 살아계신 부처님의 얼굴이다.

그러나 이 불상이 있던 곳은 본래 서쪽 라카인 왕국이었다. 라카인 왕국이 점령, 병합되면서 마하무니 불상을 약탈당했고, 이곳 만달레이로 이운되었다.

마하무니 불상에 얽힌 전설, ‘라카인의 보물에서 미얀마의 보물이 되기까지’

석가족의 후예인 찬다 수리야(Canda Suria) 왕이 딘야와띠 왕국을 다스리던 때의 이야기이다. 1세기경 왕국은 인도와의 교역으로 번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왕은 인도에서 온 상인들에게서 석가족의 왕자가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었으며, 수많은 왕들과 전사들이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설법을 듣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 또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고자 했다. 왕은 매일 같이 설법을 듣기를 소원했고, 석가모니는 자신을 따르는 500명의 제자들과 함께 딘야와띠를 방문했다.

왕은 석가모니의 설법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아 불교에 귀의하였다. 석가모니가 인도로 돌아갈 때가 되자, 그와 똑같은 형상의 청동상을 만들게 했다. 석가모니가 떠난 뒤에도 계속 예불을 드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불상이 완성된 후, 석가모니는 청동상을 일곱 번 안아주며 불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하늘엔 두 개의 태양이 떠올라 있었다. 그렇게 마하무니 불상은 부처의 정기가 담긴 라카인의 자랑스러운 보물이 되었다.

그러나 1784년, 당시 보도파야의 왕세자 우뽀가 라카인을 침략하면서 라카인을 버마에 완전히 편입시켜버렸다. 그 후 대대적인 약탈과 주민들의 강제 이주가 이뤄졌다. 마하무니 불상도 이때 약탈되어 만달레이로 옮겨왔다. 불상의 이운은 대공사였다. 미얀마의 서남쪽 연안에서 중부의 만달레이까지, 험준한 라카인 산맥을 넘고 에야와디 강을 건너야 했다. 이때 라카인인들이 강제 동원되어 산길을 닦고 뗏목을 만들었다. 또한, 불상을 안치할 마하무니 사원의 건설에도 라카인인들이 동원되었다. 이러한 라카인인들은 강제노 역보다도 그들의 자부심이었던 마하무니 불상을 빼앗긴 치욕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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