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동 고분군에서 보는 일출

지산동 고분군은 주산 언덕 위 경사면에 있는데, 대가야 최고 지배층이 집단으로 묻힌 곳으로 5세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6세기 중반에 걸쳐 조성되었습니다. 대구에서 고령 쪽으로 넘어오는 고개인 금산재에서 보면 해가 떠서 가장 먼저 비치는 곳이 바로 지산동 고분 봉분입니다. 고분군에서는 해맞이도 하고, 주산 정상보다 고령 시가지가 더 잘 보입니다. 하늘 가까이에 가서 다시 태어나 나의 영토를 굽어보고 싶었던 대가야인들의 열망이 이곳에 무덤을 만든 것은 아닐까요?

사적 제79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

왕릉은 언덕을 넘어서도 이어집니다

오래전부터 외로이 고분군을 지키고 있었을 나무

옛 무덤이 수백기에 이르는데 봉분이 확실한 무덤은 72호까지 번호가 매겨 있습니다. 내부구조는 돌널무덤(석상묘) 돌덧널무덤(석곽묘), 돌방무덤(석실묘) 등 여러 형태가 나타납니다. 최대 고분인 지산동 47호분은 금림왕릉(錦林王陵)으로 전해지는데 국보 138호인 가야 금관을 비롯한 6,500여점의 유물이 이곳에서 출토되었습니다.
대가야에는 순장의 풍습이 당시 있었는데 32, 34, 44, 45호분에서 순장의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44호분은 3개의 돌방과 32개의 돌덧널이 하나의 봉토아래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고분군 아래에는 지산동 44호 고분을 발굴당시 모습으로 재현한 왕릉전시관이 있습니다. 함께 순장된 '아빠와 딸'과 저승에서도 왕을 호위한 '무사' 등 순장된 사람들은 나이는 다르지만 저마다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금림왕릉으로 추정되는 47호분

44호분을 본 뜬 왕릉전시관

대가야뿐만 아니라 아라가야, 금관가야에서도 순장의 흔적은 보입니다. 여러 가야국가 중 대가야 고분에서 금관과 금동관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대가야가 가장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것은 아닐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가야는 도설지왕 때(562년) 신라 진흥왕이 보낸 이사부 장군 부대를 막아내지 못하고 패망하게 됩니다 . 고분군을 향해 오르는 길, 그날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경남 산청에는 금관가야의 10대 임금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지고 있는 거대한 돌무덤 산청 전(傳) 구형왕릉(사적 제221호)이 있습니다. 구형왕은 구해(仇亥) 또는 양왕(讓王)이라 불리는 김유신의 할아버지입니다. 521년 가야의 왕이 되어 532년 신라 법흥왕에게 영토를 넘겨줄 때까지 11년간 왕으로 있었습니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전쟁 와중에 왕이 전사하면서 "차라리 돌로 덮어 달라" 유언했다 하고, 살아남은 군졸들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 돌 하나씩 놓아서 쌓은 무덤이 바로 이 곳이라고 합니다.

전 구형왕릉(구형왕릉이란 확증은 없고 전해내려와서 붙여진 이름) 오는 길

전 구형왕릉의 전경

비석과 석물은 최근에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무덤에 대해서는 석탑이라는 설과 왕릉이라는 설,2가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탑으로 보는 이유는 이와 비슷한 것이 안동과 의성지방에 분포하는데 근거를 두고 있고, 왕릉이라는 근거는 『동국여지승람』, 『산음현 산천조』에 ‘현의 40리 산중에 돌로 쌓은 구룡이 있는데 4면에 모두 층급이 있고 세속에는 왕릉이라 전한다’ 라는 기록 때문입니다. 이 무덤에 왕명을 붙인 기록은 조선시대 문인인 홍의영의 『왕산심릉기』에 처음 보이는데 무덤의 서쪽에 왕산사라는 절이 있어 절에 전해오는 『왕산사기』에 구형왕릉이라 기록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조선 후기에 와서는 구형왕릉 근처의 왕산사가 옛날 구형왕이 살던 수정궁터라는 기록까지 더했습니다. 

전 구형왕릉을 석탑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인 만(卍)자

산청 지역에서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1798년 산청군 유생 민경원이 우연한 기회에 왕산사에서 구형왕릉의 내력을 적은 산사기(山寺記)를 발견하고, 구형왕과 왕비의 옷과 칼, 영정까지 찾아냈다는 기록까지 더해졌습니다. 이 마을에는 구형왕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과 이야기들도 많이 전해집니다.
전(傳) 구형왕릉에 대해서는 항상 불탑이냐 왕릉이냐의 의문과 역사에 대한 의문점이 뒤따릅니다. 어찌 보면 가야사 자체가 남겨진 기록이 별로 없고, 후대의 기록에만 의존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구형왕릉을 찾은 날 유난히 가을 햇살이 따가웠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알려 줄 증거물들이 어서 출토되었으면 하고 바라 봅니다. 구형왕의 슬픈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산새들이 쉼 없이 지저귀고, 벌들이 봉분 주변을 날아다닙니다.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대상 선정

고령 지산동 고분군.김해 대성동 고분군․함안 말이산 고분군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우선추진 대상으로 선정되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는 지난 3월 10일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대상으로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통합한 가야 고분군과 한국의 전통산사(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등 7개소) 2건을 선정하였다. 이번에 선정된 가야 고분군은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여러 국가들이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단계에 축조된 것으로 소멸된 가야문명의 존재를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이자.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역사발전단계의 사례로 인류사에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금번에 선정된 가야고분군은 문화재청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유산 17건 가운데 세계유산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 보존·관리 체계, 국내·외 비교연구 실적” 등을 평가받아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