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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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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유적·유물 잔혹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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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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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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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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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
| 김영미(시사인) |
Read: 15 Date: 2011.07.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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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유적·유물 잔혹사
올해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바미얀 주에서 탈레반 정권에 의해 바미얀 석불이 사라진 지 10년 되는 해이다. 2001년 3월, 탈레반은 이교도의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1500년 전 유적인 바미얀 석불을 로켓포와 다이너마이트로 완전히 폭파했다. 바미얀 석불은 2개가 있었는데 각각 높이 55m와 38m짜리로 절벽의 한 면을 파서 만든 작품이다. 그리스 조형미술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 양식을 잘 보여주는 세계적 문화유산이었다. 당나라 현장 법사와 < 왕오천축국전 > 을 남긴 신라의 혜초 스님도 순례 길에 찾았던 이 귀중한 석불이 무지한 종교주의자들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탈레반 정권은 바미얀 석불뿐만 아니라 사람 모양으로 생긴 모든 조형물과 그림을 아프간에서 없애려고 했다.
2002년 필자는 카불 국립박물관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건물 벽에는 총탄 자국이 여기저기 나 있고 지붕은 로켓을 맞아 날아가버려 박물관이라기보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폐가 같았다. 박물관 입구에 있었다던 두 소조상 |
자리에는 돌조각만 있었다. 이 소조상은 서기 1세기 쿠샨 왕조의 조로아스터교 제단 중 하나인 수르흐 코타르에서 발견한 것으로, 카니슈카 왕의 동상과 쿠샨의 왕자 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바미얀 석불을 파괴한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소조상들을 폭격했다.
전쟁 직전인 2000년 한 해에만 탈레반 정권은 카불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미술 작품 2750여 점을 파괴했다. 그것도 당시 탈레반 정권의 문화공보장관과 재무장관이 앞장서서 벌인 일이다. 역사학자인 야하 모헤브자다 씨는 "첫날에는 관리 2명이 돌로 미술품을 파괴하더니 다음 날에는 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나중에는 탈레반 병사들이 큰 망치를 들고 박물관에 나타났다"라고 회상했다. 카불 국립박물관에 있던 미술품 대부분이 이렇게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다. 야하 씨는 "이제는 그 유물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1974년 펴낸 관광 안내책자를 봐야 겨우 기억할 정도다"라고 전했다. 이 박물관뿐 아니라 아프간 전역에서 2000년 가까이 보존돼오던 유물 중 상당수가 탈레반 손에 사라졌다.
탈레반, 정책적으로 문화유산 파괴
아프간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지역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역사적 유물이 풍부하다. 페르시아인·그리스인·인도인·터키인·몽골인이 2500년 동안 아프간을 통치했다. 그리고 각 시대에 걸쳐 다양한 통치자들이 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다. 알렉산더 대왕이 2300년 전 아프간을 넘어오면서 힌두교와 불교가 아프간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중국과 몽골 및 한반도까지 전파되었다. 그로 인해 고대 조로아스터교부터 지금의 이슬람 문화까지 다양한 종교와 유물이 아프간 전역에 퍼져 있다.
이렇듯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아프간의 각종 문화유산은 오랜 내전과 옛 소련의 침공, 그리고 탈레반의 무지에 의해 파괴됐다. 탈레반 정권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숱한 내전으로 유물이 많이 훼손되었다. 1992년 아프간에서 공산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만 해도 카불 국립박물관은 건재했다. 그러나 이후 아프간의 점령군이 바뀔 때마다 카불 국립박물관에 있는 유물은 대거 약탈당하거나 파괴되는 신세가 되었다. 고고학자들은 현재 카불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70%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괴되었다고 추정한다. 기원전 6세기께부터 사용된 금화와 은화는 대부분 도둑맞았다.
결정적으로 1993년 5월12~23일 12일간 카불 한복판에서 벌어진 게릴라 간 전투는 박물관 건물을 폐허로 만들었다. 건물에 총알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박격포가 수시로 날아들었다. 그 와중에 최고 10만 년이나 된 유물 수만 점이 파괴되었다. 사라진 보물 중 최고 걸작은 최소한 1200년 된 불상이라고 한다. 겨우 12일간 벌인 전투로 이토록 엄청난 유산이 사라졌다. 당시 박물관장이었던 나즈볼라 씨는 "나는 그때 유물을 포장해 박물관 지하에 보관했다. 덕분에 게릴라 파벌 간 전투로 박물관에 박격포탄이 수시로 날아들어도 유물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마저 게릴라들이 탈취해 모두 부숴버렸다"라고 말했다.
당시 박물관 직원이던 누르 칸 씨는 "게릴라들은 문맹이었다. 그들에게 불상은 그저 바윗덩어리요, 그림은 낙서로 보일 뿐이었다.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유물 중에는 기원전 6세기께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흙으로 빚은 물병이 있었는데, 한 게릴라 전사는 그 병에 물을 담아 마시고 병을 부수어버렸다"라고 떠올렸다. 1993년 당시 상황을 보도한 AFP 기사는 "국립박물관의 한구석에는 힌두 여신 두르가가 인간의 머리를 한 황소를 죽이는 대리석상이 산산조각 나 굴러다니고 있다. 불에 탄 건물의 위층에는 검게 거슬린 철제 항아리와 호리병 및 단지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당시 문화부 차관이던 메스바 장관은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며 "게릴라들은 이 박물관이 바로 나라의 심장이며 전 세계의 유산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후 탈레반 정권이 이들 게릴라를 진압하고 들어섰다. 탈레반은 유물 파괴에 더욱 열을 올렸다. 게릴라들이야 무식해서 유물을 파괴했다지만 탈레반은 글도 알고 이 유물들의 중요성도 알았다. 단지 이들에게는 종교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알려진 바와 같이 바미얀 석불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유산을 정책적으로 파괴했다. 탈레반과 맞서 싸우던 북부동맹 또한 유물 보호에는 문외한이었다. 2500년 전 알렉산더 대왕이 건립한 '다시트-에-할라'라는 고대 성곽이 아프간 북부에 있다. 북부동맹은 탈레반에 맞서 탱크와 대포를 이 고대 성곽에 설치하고 참호를 파 전투를 했다. 북부동맹 전사들은 참호를 파기 위해 파묻힌 성벽의 돌을 파헤쳤다. 탈레반과 벌인 전투에서 포탄을 주고받으며 이 고대 성벽은 조금씩 허물어졌고 성 안에 있었던 고대 유물들은 먼지로 변했다. 결국 근대 역사상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건 게릴라건 혹은 북부동맹이건 그 귀중한 유물을 지킨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미군 폭격에 사라진 유적들
2001년 미국에 의해 아프간 전쟁이 일어나고 난 후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미국의 첨단 미사일이나 무인 폭격기가 아프간 전국을 벌집 쑤시듯 폭격했다. 그로 인해 오래된 성곽이나 고대인이 집단 거주한 집터 따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물론 미군이 이들 유적지에 관한 정보를 상세하게 갖고 있지 않았기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 발만 맞아도 마을 전체가 날아가는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폭격기는 이전 그 어느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힘으로 유물을 파괴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8년 5월 나토군 소속 뉴질랜드 군이 노후 군수품을 폭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바미얀 석불 두 개 가운데 높이 38m짜리 잔해 일부를 파손한 사건이다. 바미얀 주 문화재 당국의 책임자 나지불라 하라르 씨는 "(당시 폭파로 인해) 불상의 잔해와 그 주변의 벽이 파괴됐다"라고 말했다. 세운 지 1500년 가까이 된 이 바미얀 석불은 탈레반이 파괴한 것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이 사건은 뉴질랜드 군이 '순진하게' 사실을 실토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유물 파괴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 추정된다. 소련군에서부터 탈레반, 미군과 나토군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아프간 땅에 들어온 점령자들은 유물 파괴 동조자라는 점에서 한통속이었다.
도굴된 유물, 푼돈에 팔린다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자원·도시 개발 바람이 불면서 귀중한 유적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 도굴꾼도 활개를 친다. 도굴한 유물을 거래하는 거대한 암거래 시장도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고고학자들과 개발 세력 간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아프간 전역에서는 기원전 수세기를 넘나드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아프간에 들어온 이래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간 땅이 마구 파헤쳐지면서 문화유산은 탈레반도 아니고 게릴라도 아닌 새로운 적을 만나게 되었다.
2007년, 중국 국영 광산업체 중국야금과공집단공사(CMGC)는 아프간 정부와 30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이나크 구리광산의 막대한 구리 매장층을 개발할 권리를 따냈다. 중국 정부는 카불에 종합병원을 기증하면서까지 CMGC가 공사를 딸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그 후 중국 업체는 아프간 카불 정부와 비공식으로 2011년 말까지 광산 건설을 끝낸다는 협정을 맺고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공사 중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지하 갱 공사를 하던 중 26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원이 발견된 것이다. 고대 부처의 불상 150점 등도 함께 나왔다.
2600년 전 불교 사원 발견이 기쁘지 않다?
고고학자들은 이 사원이 돔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기원전 7세기께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던 불교 사원으로 추정했다. 유물의 양도 엄청나서 아프간 박물관을 다시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았다. 필립 후자크 아프간 자문 프랑스 고고학자는 “이 사원은 아마도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라며 유물의 가치를 극찬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와 중국 회사는 기쁘지 않은 기색이다. 공사 기한이 올해 말까지인데, 아프간 법에 따라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고고학자들에게 3년 동안 문화재 발굴권을 넘겨줘야 할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구리광산 공사가 중단되면 중국 기업이나 아프간 정부나 타격이 크다. 그렇다고 이 유물을 무시하고 공사를 계속할 수도 없다. 광산 특성상 폭약으로 굴을 뚫어야 하는 공사가 많은데, 그럴 경우 유물이 훼손될 위험이 크고, 세계적인 비난 여론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고고학자들은 3년이라는 유물 발굴 기간이 너무 짧다며 아프간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묻혀 있는 유물 대부분이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불상인지라 매우 무거워서 이동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발굴 과정에서 자칫 부서질 수 있다며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사원 유적은 카불로 향하는 주요 도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에는 대형 트럭과 버스가 수시로 지나다닌다. 탈레반이 물러난 뒤 아프간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원조금에 따른 개발 바람이 한창이다. 그러다보니 공사 차와 중장비가 이 주요 도로를 지나다니면서 큰 소음과 진동을 낸다. 전쟁 중이다보니 연합군의 군사작전 차와 탱크도 다닌다. 당연히 여기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유물의 훼손을 빠르게 한다. 즉 아이나크 불교 유물은 시간이 갈수록 훼손되기 쉽다는 이야기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아프간에서 쉽게 발견된다. 아프간 서부 헤라트 시내 중심에는 중세 시대에 건설된, 높이가 최고 30m에 이르는 거대한 이슬람 첨탑이 5개 있다. 중세 이슬람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들 첨탑은 아프간 정부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정도로 귀중한 보물이다. 이 첨탑은 원래 수십 개 였다고 한다. 하지만 30년에 걸친 각종 전쟁으로 대다수 첨탑이 무너지고 겨우 5개만 남아 있다. 그렇게 살아남은 첨탑까지 현재 붕괴가 진행되고 있어 위험하다. 붕괴의 주범은 바로 자동차. 아프간에서 개발 바람을 타고 증가한 자동차들이 첨탑 바로 옆을 지나가며 각종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붕괴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도굴된 ‘박트리아 시대’ 보물, 푼돈에 팔려
도굴도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아프간 법에는 유물을 취득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법은 제 기능을 못한다. 아프간 북부의 전문 도굴꾼 굴람(가명)은 전직 군인이다. 그는 “유물 도굴이 불법이지만 아무도 단속하지 않는다. 부패한 경찰에게 조금 떼어주는 형식으로 도굴하여 팔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불법으로 도굴된 유물은 아프간 북부 국경도시 호자바우딘에서 현금을 받고 팔린다. 호자바우딘에는 거대한 암거래 상권이 이루어져 파키스탄과 이란, 유럽 등지의 대형 거래업자들에게 팔려간다. 유물의 품목도 다양해 금화·은화 같은 고대 주화부터 박트리아 시대 금팔찌나 목걸이 따위 값을 매기기조차 힘든 귀한 유물이 겨우 몇 끼 식량 가격으로 거래된다. 호자바우딘의 중개업자인 샤하르(가명)는 “외국에서 온 거래상들은 나에게 웃돈을 주어가며 최대한 많은 물량을 가져오라고 주문한다”라고 말했다.
개발과 도굴로 인해 아프간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만약 우리 후손이, 탈레반이 폭파시킨 바미얀 석불처럼 다른 문화유산을 다시는 볼 수 없다면 이는 아프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비극이 될 것이다
2만 점의 보물 지킨 7인의 열쇠지기
2003년 아프간에서 벌어진 뜻밖의 사건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간 내전과 탈레반 통치를 겪으며 파괴돼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카불 국립박물관의 보물 2만2000여 점(사진)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카불 박물관의 열쇠지기’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파괴가 극에 달한 시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카불 박물관 직원들은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특히 귀중한 문화재들을 금고와 상자, 철제 용기 따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용기에 담아 카불에 있는 여러 건물 천장에 숨겨 놓았다. 카불 중앙은행 지하 금고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황금 유물을 숨겼다. 그 후 이들은 각자 금고 열쇠를 갖고 헤어졌는데, 이 금고는 열쇠 7개를 모두 넣고 돌려야 문이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였다. 20년 만에 만난 이들이 각자 간직했던 열쇠를 한데 꽂아 금고를 돌리는 순간 눈앞에 황금 유물이 펼쳐졌다. 이 중에는 기원전 3~2세기 박트리아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금 공예품, 정교한 왕관과 상아 조각, 청동상, 불상, 금화 등 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진귀한 것이 포함돼 있었다. 아프간 북부 옥서스강 유역의 ‘황금 언덕(틸리아 테페)’이라 불리는 지역 무덤에서 1978년 발굴된 이 유물들은 2000여 년 전에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고고학계는 ‘박트리아 시대를 조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이 유물을 평가한다.
그러나 각종 내전과 탈레반의 파괴, 미군의 폭격이 계속되는 아프간에서 이들 유물은 조용히 잊혀갔다. 1979년 이후 이 유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탈레반이 황금으로 녹여 군비로 충당했다는 설, 폭격으로 사라졌다는 설이 난무했다. 그런데 그 유물이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난 것이다.
세계 고고학계는 당연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프간이 이 보물을 보존하는 데에 안전한 곳일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름 없는 아프간 박물관 직원들은 이 보물을 20년 넘게 숨기면서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보물을 팔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가난한 이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그렇게 지켜낸 것이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아프간 사람 손으로 지킨 이 유물이 이제는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어 다음 아프간 세대로 전승되기를 바랄 뿐이다.
시사인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 출처: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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