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해 피해를 입은 문화재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입은 태안 흥주사 진입로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모습.>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전국 곳곳의 문화재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를 더할수록 태풍과 폭우 등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문화재 당국은 물론 수많은 성보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의 사찰들도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해 피해를 입은 문화재는 2008년 13건, 2009년 23건, 2010년 58건(2010년 9월 16일 기준)으로 피해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는 부산 범어사 대웅전(보물 제434호), 전북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291호) 등 불교 문화재들이 대거 포함돼 있으며 태풍과 호우 피해는 물론 누수와 지반침하 등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최근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훑고 지나갈 때마다 중요 문화재들이 희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인해 백제시대 고찰인 충남 서산 개심사 대웅전(보물 제143호)이 훼손되는 등 전국에서 21건의 문화재가 파손돼 2억 5000여만 원의 피해 복구비용이 들었다.

기상청은 올해에도 제5호 태풍 ‘메아리’에 이어 7월과 8월 사이 1~2개 정도의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아리’보다도 위력이 더 큰 대형 태풍이 닥칠 가능성도 있어 문화재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의 경우 사전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해 문화재 당국도 뾰족한 대비책을 내놓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청의 경우 태풍경보 발령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문화재 및 문화재시설물의 피해 방지를 위해 유관기관과 협조하는 내용의 ‘풍수해 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집중호우와 대형 태풍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장마철 문화재 보존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마철 습도로 인한 문화재 관리·보존도 문제다. 특히 불교 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목조문화재의 경우 습도가 높아질 경우 흰개미를 비롯한 해충들이 목조 건물에 침투해 목재를 갉아 먹을 수 있다. 실제로 통도사 정변전, 송광사 국사전 등이 이 같은 해충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산중 사찰들은 석축배수로에 쌓인 토사를 제거해 빗물이 원활하게 배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각 사찰의 성보전시관은 24시간 항온항습기를 켜 놓고 이상이 생기면 즉시 관계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보존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