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탈레반 무장 세력이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대불을 폭발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그리고 파괴된 바미안대불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국립박물관이 소장한 페르시안 문화재들이 약탈되고, 파괴되는 장면도 방영되었다.  힘없이 파괴되고 사라진 문화재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문화재를 만날 기회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 했다.  

바미안 대불이 탈레반에 의해 사라졌다. ⓒ경향신문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국립박물관의 수장고는 모두 약탈되었다. ⓒ중앙일보  

우리 대한민국 또한 1950년에 발발한 6.25전쟁에 의해 수많은 문화재들이 피해를 받았지만 대다수의 문화재는 전쟁당시 목숨 걸고 문화재를 지켜낸 사람들 덕분에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한국전쟁에서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인민군에게서 국립박물관과 간송미술관을 지켜내다.  

6.25를 무사히 넘긴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6대 박물관이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광복 이후 갑작스런 북한의 남침으로 인해 서울에 위치한 국립박물관과 간송미술관은 문화재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도 전에 인민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당시 인민군은 두 개 박물관의 문화재를 북한으로 가져가기 위해 박물관을 끝까지 지키던 학예사들에게 포장을 명령하였다.   하지만 학예사들은 문화재가 북한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갖가지 이유를 말하면서 유물을 포장했다가 풀고, 다시 포장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9월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탈환할 때까지 시간을 지연시켰다. 그 뒤 국군과 연합군의 도움을 받아 문화재를 옮겨 지금까지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었다.     안전한 장소로 옮긴 문화재는 현재 간송미술관과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 당시 목숨걸고 문화재를 지켜낸 학예사 분들이 아니었다면 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재를 사진과 기록으로만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2.잿더미 된 서울에서 도심의 문화재를 지키다.

서울폭격 당시 숭례문은 폭격에서 제외되어 안전할 수 있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의 일환으로 상륙작전에 앞서 서울을 폭격하여 국군과 연합군이 서울에 진입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서울은 수많은 문화재들이 도심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폭격이 진행될 경우 이 문화재들이 당연히 파괴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문화재를 지켜낸 사람들이 있었다. 주일공사였던 ‘김용주’와 미국의 포병장교였던 ‘제임스 해밀턴 딜’이 바로 그들이다.     주일공사인 김용주는 서울폭격작전을 들은 직후 맥아더 연합군사령관을 찾아가 “오랜 역사가 흐르는 동안 여러 위기에서 보존되어진 문화재가 폭격에 파괴되어버린다면 한국엔 더 이상 문화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사령관과 참모진을 설득하여 숭례문과 덕수궁의 온전한 보전을 약속 받았다.  

9월 9일부터 13일까지 폭격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 시가지에 위치한 문화재는 어떠한 폭격의 피해도 입지 않게 되었다.   

제임스 헤밀턴 딜은 한국전에 자원한 포병장교로 9월 25일 덕수궁에 주둔하고 있던 인민군부대를 포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순간 포격으로 덕수궁이 하루아침에 파괴된다면 한국인들에게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민군이 덕수궁을 나올 때까지 포격을 지연하여 덕수궁이 파괴되는 것을 막았다.  그는 덕수궁을 지켜낸 스스로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김용주 공사와 재임스 해밀턴 딜이 지킨 덕수궁  

지금 서울 도심에 자리 잡은 수많은 문화재들이 옛날의 멋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서울 폭격에서 문화재를 지키고자 한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3.천 년 고찰을 지켜낸 사람들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이라는 뜻의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민족신앙의 영산으로 추앙받았다. 이로 인해 지리산에는 수많은 사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6.25당시 이러한 사찰들을 인민군이 군사적으로 악용하여 국군에 많은 피해를 줄 가능성때문에군사령부는 지리산내 사찰 소각명령을 각 군에 하달했다.    

당시 사찰소각명령을 받은 군이 상원사를 태우기 위해 소각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상원사 주지스님인 한암스님이 법당에 앉으면서 “어차피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는데 여기 있으면 힘 안 들이고 화장될 것이고, 자네들은 명령대로 한 것이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어서 법당에 불을 지르게”라고 말하며 군인들을 꾸짖었다. 스님의 기세에 눌린 국군은 상원사 소각을 포기하고 돌아가 상원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김영환 대령이 지켜낸 해인사 장경판전  

당시 1전투 비행단 부단장 '김영환대령'에게 가야산의 사찰인 해인사  폭격명령이 하달되었다. 하지만 김영환 대령은 해인사를 폭격할 경우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과 같이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여 과감히 전투기를 해인사 상공에서 회항하는 결단을 내려 해인사를 지켜냈다.  

그가 지켜낸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은 현재 세계기록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인류의 유산이 되었다. 그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세계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잃었을 것이다.   

전라도의 수많은 사찰을 지켜낸 차일혁 총경의 공적비 ⓒ후암 미래연구소  

경찰대 제2연대장 ‘차일혁 총경‘에게도 지리산 내 사찰소각명령이 하달되었다. 하지만 차일혁 총경은 그 스스로가 불교신자였기 때문에 사찰소각명령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차일혁 총경은 사찰에 문이 없다면 인민군도 사찰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떠올라 화엄사를 소각할 당시 법당내 모든 문짝만 떼어 소각하는 방법으로 화엄사를 지켜냈다.   이러한 방법으로 화엄사를 시작으로 천은사, 쌍계사, 백양사, 선운사 등 전라도의 많은 고찰을 지켜내었다. 1998년 조계종은 이러한 방법으로 사찰을 지켜낸 차일혁 총경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화엄사 경내에 차일혁 총경 공덕비를 새워 그 공적을 기리고 있다.   

문화재를 지켜낸 분들의 모습 ⓒ경제풍월, 늘암, 조계종, 마이데일리, 후암

(순서대로 김용주공사, 제임스헤밀턴 딜, 한암스님, 김영환대령, 차일혁총경)  

약 3여 년의 전쟁기간동안 수많은 한국의 문화재들은 많은 일을 겪었다.  다행히 모든 문화재가 피해를 입지않고 지금까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전쟁기간동안 한국의 문화재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6.25를 버텨낸 숭례문은 2008년 2월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 한경닷컴    

하지만 2008년 2월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여 옛모습을 잃은 숭례문처럼 몇몇 문화재들이 관리소홀과 국민들의 무관심속에서 지난 세월이 무색하듯 훼손되고 있다.  

차일혁 총경은 훗날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재의 가치를 외면하기 보다는 문화재를 온전히 후대에 전해주어 보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껏 한국의 문화재를 지켜낸 분들에게 갚아야할 빚이고 우리의 의무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한국전쟁당시 목숨을 걸고 문화재를 지켜내신 분들과 지금도 현장에서 문화재에 대한 연구, 보존, 복원에 노력하시는 분들에 대해 다시금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겨야 할것이다.    

제3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신지호 기자(dicop25@naver.com @coffee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