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탐사보도팀=김동수 기자]

‘인간문화재’ 라 불리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그들은 현재 120여 종목에서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1961년부터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고 보존·전승이 필요한 종목에 대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지원했다. 하지만 선정과정에 있어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2011년 1월 문화재청은 마침내 2년 동안에 걸친 전수조사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 선정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보유자, 전수조교 선정뿐 아니라 우리문화 전승의 효시이며 미래라 할 수 있는 이수자, 전수생에게도 제도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서울문화투데이는 2회에 걸쳐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둘러싼 문제점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1회 ‘중요무형문화재, 그 멀고도 험한길’에 이어 2회‘무형문화재 부익부 빈익빈’이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주-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선정 일부 개선,문제점 보완 물꼬 트이나

▲ 승무

문화재청은 최근 훈령 제 225호를 통해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보유단체) 인정·전수교육조교 선정에 관한 운영을 규정했다.

주요내용은 그동안 ‘중요무형문화재’ 및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이하 보유자)를 지정하기 위한 조사내용과 항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조사자의 주관적인 조사와 평가에 의존하다보니 그 결과 투명성과 객관성에 후보자들의 불만이 많았고 잡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조사지표를 개선해 중요무형문화재 특성에 따라 조사항목을 미리 만들었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며 조사자의 견해를 객관화할 수 없었던 문제를 조사지표별로 조사대상자 수준을 평가하면 문화재청에서 이를 점수(100점 만점)로 환산해 객관적 결과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큰 변화는 ‘전승활동’을 평가점수에 반영함으로써 그동안 전승활동은 소홀히 하고 선정에만 관심을 가졌던 일부 전승자 행태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 규정으로 그동안 심심치 않게 논란이 되었던 중요무형문화재 선정과정의 공정성과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의 기틀이 한층 더 탄탄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수조교 문제는 해결됐다고는 하지만 ‘보유자’ 선정 못지않게 그 문하생이라 할 수 있는 이수자, 전수생들이 처한 문제 또한 심각하다.

 ◆예능보유자 밑에서 신음하는 전수생들

▲ 통영오광대

서울대 음대 김인혜 교수. 그는 자신의 권력을 편용해 시어머니 팔순잔치에 제자들을 동원, 강제로 공연을 시키고 제자를 폭행하는 등 직권남용과 부정을 저질러오다 결국 파면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통, 현대를 가릴 것 없이 예술계의 병폐라 할 수 있는 ‘문화권력화’ 현상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문화를 수호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준 보유자들은 국가로부터 공신력을 얻는 보유자로 선정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우가 달라진다. 역사에 남을 명예는 경제적 지원과 전수조교 이수자 등을 둘 수 있기 때문에 명예와 권력을 한 번에 얻게된다.

이 때문에 전수조교 또는 이수자로 선정, 추천받기 위해 때때로 추악한 암투가 벌어지는 일이 더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그 같은 일이 무형문화재 이수자 선정과정에서도 비일비재 하다”고 말한다. 현재 제도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유자의 눈에 들어야 이수자로 선정되고 조교로 추천된다. 그런데 보유자가 아무나 전수조교, 이수자를 시켜주나? 수많은 문하생들은 제각기 사비를 털어 보유자의 눈에 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고 꼬집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이수 둘러싼 잡음... 제도적 문제라구요?

▲ 전통주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 체계는 보유자-전수교육조교-이수자로 나뉘어져 있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24조에 따라 각 보유자와 속해 있는 보존회에 이수자 임명을 위임했다. 3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아 기량을 인정받으면 이수증을 교부받게 된다. 이수증을 받으면 이수자가 된다.

전수조교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직권심사’ 또는 ‘보유자 및 보유단체의 추천’에 의해 선정된다. 보유자는 자신의 전수교육 보조를 위해 전수교육조교가 되고자 하는 자(이수자)를 문화재청장에게 추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 부분 전수교육 조교는 자신을 추천해줄 보유자의 영향력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와 보존회는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보유자다. 이들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사사로운 이득을 챙기고 선의의 전통문화 전수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이수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수자, 전수생에게도 법적,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나무는 건강한 토양 없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화재청이 조금 더 낮은 곳까지 변화와 개선 의지를 기울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유자’ 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현상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 전문위원인 노원문화예술회관 김승국 관장은 “예능종목은 말 그대로 예술인데, 예술이란 창의성, 자유로움, 발전해가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는 멸실돼가는 원형을 보존하자는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의 선정’은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는 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전수자들은 중요무형문화재 후보가 되기 어렵다.

문화재청 관계자 또한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는 자유로움과 발전가능성 보다는 ‘전통의 원형’을 보존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전수조사와 연구를 통한 문화재청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주마가편 이란 말이 있듯이 세심한 부분까지 예의주시해 발전, 재창조하는 전수자들에게도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끼니를 걱정하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 봉산탈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200여명이 채 안 되는 중요무형문화재의 전승자 부재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보유자에게는 월 130만원, 전수조교에게는 월 70만원이 지원된다. 판소리, 살풀이 춤 같은 인기 있는 종목에는 전수조교, 이수자들이 서로 앞을 다투지만 줄타기, 바디 등의 전승 취약 종목은 제자 한명도 찾기 힘든 수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88호 바디장 故 구진갑 선생의 유일한 제자인 김재중씨는 “전통보다 중요한 것은 생계다. 부양하는 가족도 있는데 내가 좋다고 해서 수입이 창출되지도 않는데 이 길로만 매진할 수도 없다.” 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생계를 위해 건설사 직원이 됐다.

조선 황실문화의 하나인 화각공예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중요무형문화재 109호 화각장 이재만 선생의 경우 후대 전승을 위해서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요즘에는 담배케이스나 보석함 같은 작고 싼 문화상품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양주별산대 전수조교가 있다. 그는 이수자를 거쳐 전수조교까지 상당한 시간을 별산대 놀이와 함께 보냈지만 아마 더 이상 별산대 놀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이수자는 중요무형문화재가 타계하거나 유고가 생기면 이를 대신할 유일한 전수자인데, 그는 건축 현장에서 질통을 지는 막일을 한다.

양주별산대로는 생계는커녕 살 길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통예술 장인이 막일을 하면서, 그래도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가는 것이다. 스승이 안쓰러워 차마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중요무형문화재 제도 자체가 위선으로 보인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월 120만 원, 차라리 주지 말길 바란다. 그래놓고 인간문화재 운운, 창피하지도 않은가. 받는 사람이 초라하다 못해 참혹하다.” 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지금 이순간도 서로 보유자가 되기 위해 이전투구를 일삼고, 한편에선 전승자를 찾지 못해 중요무형문화재가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있다. 씁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