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가 뉴욕의 미술관으로 간 까닭은?
조선 시대 항아리 모양을 떠올리게 하는 바나나맛 우유가 뉴욕 시민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바나나맛 우유는 출시 이후부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불뚝이 용기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었는데요. 이 넉넉한 생김새 때문에 바나나맛 우유는 단지우유, 항아리우유, 수류탄우유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바나나맛 우유는 왜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어졌을까요? 1970년대 산업화의 정점을 달리던 그때, 농촌을 떠나 대도시로 온 후 일상이 고달픈 사람들에게 고향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넉넉한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이처럼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문화가 가진 힘 아닐까요? 지금 전시 중인 뉴욕 전시회에는 바나나맛 우유 외에도 라디오와 고무신, 새마을깃발, 칠성사이다 등 많은 한국의 디자인이 출품되었는데요. 그렇다면, 세계 속에 선보인 한국의 일상을 보여주는 문화 아이콘을 지금부터 만나 볼까요?
코리아 디자인 헤리티지 전시회
지난달 7일부터 뉴욕에 있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갤러리’에서 <코리아 디자인 헤리티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고유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약 두 달간 뉴욕 시민에게 선보일 텐데요. ‘행복을 파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 한국의 소비재 디자인’이라는 부제로 디자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당시 한국의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 문서 자료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어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지요?
<뉴욕에서 전시 중인 ‘코리아 디자인 헤리티지’ 전시 광경>(사진 : 주간 한국)
전시 중인 한국 디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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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
60년대 |
70년대 |
80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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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
고무신, 백화수복, 칠성사이다병, 금성사 라디오 A-501, 일일달력, 양은냄비, 빨간 돼지 저금통, 모나미 153볼펜, 이태리 타월, 플라스틱 바가지, 마포아파트, 금성 VD-191 텔레비전, 이순신 동상 |
경부고속도로, 오리표 씽크대, 개량주택, 새마을기, 삼익쌀통, 바나나맛 우유, OB맥주, 현대 포니, 뿌리깊은 나무, 커피믹스, 꽃무늬 가전, 한샘씨스템, 철가방 |
마이마이 카세트, 호돌이, 안상수체, 아래아한글, 행복이 가득한 집, 쏘나타, 금성테크노피아, 종가집 김치, 88올림픽 스타디움 |
세계화를 위해 한국적인 디자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연구가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 결과물, '코리아 디자인 헤리티지' 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디자인문화재단에서 한국디자인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한국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추진해왔는데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문위원들이 시대와 상관없이 매년 50개 품목의 한국적 디자인 유산을 발굴해오고 있었습니다. 미적, 실용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오랜 시간 한국인들의 일상과 정서를 깊숙이 파고든 수많은 물건을 선별한 것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45점을 선보였는데요. 이 작품들은 60년대 이후 한국인의 일상생활 속 디자인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의 일상 속 디자인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1960~80년대를 10년 주기로 나눠 시대 별로 구성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1960~80년대 한국의 대표적 디자인 유산 전시>(사진 : 이투뉴스)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면요. 금성사의 첫 번째 국산 라디오 A-501을 시작으로 텔레비전 등 전자 제품과 고무신, 칠성사이다가 등장한 60년대는 산업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물품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고 아파트 등장과 함께 주거 공간의 변화가 가져온 디자인 변화가 느껴지실 거예요. 변화가 급속도로 가속화된 70년대는 새마을기부터 커피믹스, 바나나맛 우유 등 소비재는 물론 경부고속도로와 개량주택 사진도 함께 전시되는데요. 특히 산업 디자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꽃무늬 전자기기도 눈에 띄네요. 정권 차원의 스포츠 및 대중오락 문화가 활성화됐던 80년대의 대표 전시 품목은 호돌이 등 친숙한 캐릭터 외에 삼성 마이마이 카세트인데요. 생활 수준이 나아지고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래아 한글, 안상수체,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 등 다양한 한글 관련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밖에도 공병우 타자기,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 모나미 153 볼펜, 때밀이 수건 등 일상생활에 쉽게 접했던 다양한 한국의 디자인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이 순회 전시회를 통해서 한국 디자인 문화의 새로운 가치와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을 움직인 생활 속 디자인 52
이번 뉴욕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는데요. 2009년에 196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인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 ‘코리아 디자인 목록’ 52가지를 선정했었습니다. 한국의 디자인 문화유산을 조사, 발굴하고 외국에 홍보하기 위한 첫 사업으로 ‘코리아 디자인 목록’을 선정한 것이지요. ‘코리아 디자인 목록’에는 모나미153볼펜, 바나나맛 우유, 이태리타월, 아기공룡 둘리, 붉은악마 티셔츠, 삼익 쌀통에 이르기까지 정말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이 많죠?
<코리아 디자인 52>(사진 : KBS 문화지대)
우수 디자인을 뽑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되어 있는 물건이야말로 진정한 코리아 디자인 아니겠습니까? 중국집 철가방 또한 한국의 일상성을 대표하는 디자인에 포함되었는데요. 선정 이유를 보면, 값싼 물건이면서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개발자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지 하나의 디자인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소산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고 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인이 향유해 온 일상을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것들인데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지금도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지요. 생활 밀착형 디자인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디자인이라 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4월 7일부터 6월 3일까지 뉴욕미술관에서 계속되고 내년 봄까지 추가로 시카고와 LA 지역에서도 열려요.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괴테가 했었지요. 다시 말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은 한국 고유의 특성이 있는 콘텐츠가 외국인들은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고 그것에 신기해하면서 한국 고유의 것에 관심을 보인다는 거죠. 한국 대표 브랜드 비빔밥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의 많은 작품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국가브랜드위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