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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장인정신' ,문화재 오래 보존보다 화려하게 보이려고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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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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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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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
Read: 4 Date: 2011.04.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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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잃은 문화재 복원] ‘말로만’ 장인에 ‘귀막은’ 당국…
‘脈없는’ 문화재 만든다
놋그릇(유기)을 만들어 온 한상춘(63)씨는 1997년 3월 유기장(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이 됐다. 놋쇠를 녹여 부은 뒤 두드려 만드는 ‘방짜 유기’와 다르다고 알려지면서 그의 놋그릇은 ‘반방짜 유기’로 불렸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반방짜 유기’ 자체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문화재청은 2002년 12월 펴낸 책자 ‘유기장’에서 ‘주물’, ‘방짜’와 함께 ‘반방짜’ 기술을 소개했다. 위상이 높아진 한씨는 몇몇 공장과 손잡고 유기를 대량생산해 홈쇼핑 등에 내다 팔았다. 공장 제품에 한씨 이름만 붙인 유기였다. 결국 업체 간 문제까지 생기면서 문화재청에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재청은 2008년에야 두 차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반방짜 기술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나 바로 조치하지 않았다. 그해 10월 사건이 터졌다. 무형문화재는 매년 한 번씩 그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데, 한씨가 |
유기 밑면에 새겨진 업체명을 갈아낸 뒤 자기 낙관을 찍어 출품한 사실이 들통난 것. 이듬해 2월 문화재청은 한씨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취소했다.
우리의 전통 문화와 문화재 복원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풍토 속에서는 제2, 제3의 ‘국새파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통에 대한 엄중한 인식 필요
무엇보다 전통에 대한 철학이 없다. 선조의 장인정신은 온데간데없다. 전통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경외심은 사라지고 상업성만 판친다. 사라진 전통 방식을 재현한 것으로 알려진 범종은 현대식이다. 한국적 건축미의 핵심인 단청은 현대식 화학안료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재를 오래 보존하기보다 화려하게 보여주는 데에 힘을 쏟는 것도 사실이다.
전통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잘못된 기록이 문제 의식 없이 만들어진다. 정부가 무형문화재들의 기술을 전승하기 위해 제작한 책 ‘유기장’과 ‘주철장’에는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다. ‘주철장’ 편찬 과정에는 아예 범종 전문가 참여가 배제됐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끊긴 전통 기술을 놓고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맥이 끊긴 기술을 살려 문화재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겠다는 엄중한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바로 현대적인 의미의 장인정신이다.
투명하고 책임지는 문화행정 절실
한씨 사례에서 보듯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면서 철저히 검증하지 않는다. 문제 제기에도 문화재청은 귀를 막기만 한다.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책임지는 사람도, 기관도 없다. 1980년대 이후 복원된 국보·보물급 범종 5개가 현대식으로 제작되자 문화재청은 지자체에, 지자체는 사찰에 책임을 떠넘겼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나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 중에 전통기법으로 능숙하게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놓았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도 “전통 기법 구현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지정하다 보니 기술 없는 장인이 인간문화재로 둔갑해 보수를 잘못해 문화재를 망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선조들은 문화재 복원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담은 ‘의궤’(儀軌)를 만들어 후손에 전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시공보고서 등을 극히 적은 수량만 작성한다. 타당성 조사 결과나 설계도 등 기록물 공개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철저한 조사와 과학적 검증 필수
문화재 복원은 조사→설계→시공 과정을 밟으므로 철저한 사전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전통 범종을 재현하려면 옛 기술을 찾아 검증하고, 옛 방식으로 단청을 하려면 전통 안료에 대한 분석과 실험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가 있어야 시공방식과 비용이 결정된다. 하지만 현실은 시공을 중심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 예산은 70%가 시공에, 나머지가 설계비로 책정된다. 설계비에서 미미한 액수가 조사를 위해 쓰일 뿐이다. 1995년 고베지진 당시 지진피해 복구에 앞서 문화재 발굴조사부터 한 일본 사례가 부러운 이유다.
문화재 기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수치로 자료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전통안료를 구할 수 없다면 성분을 분석해 대체 안료를 개발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고대 마야문명에서 쓰인 ‘마야블루’라는 독특한 안료를 연구한 끝에 유기와 무기 나노복합체임을 밝혀낸 적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진규 기술원은 “행정·정책 전문가와 미술 사학자, 장인, 과학·기술인 간 학문 융합적 문화재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복원예산 따내 관광지 만드는 데 혈안”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경주 월정교 복원 사업(사적 457호)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총 사업비 332억원이 들어가는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 선도사업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최종 설계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월정교에 대한 고증이 엉터리 논란에 휘말린 탓이다.
월정교는 통일신라시대 왕궁인 월성과 경주 남측을 연결하는 주 통로다. 현존하는 교각 기초석과 일부 부재만으로 원형을 추정해 복원에 나섰는데, 여러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옛 기록에 ‘홍예’(아치형)라는 문구가 나오는데도 밋밋한 형태의 다리로 만들고 다리 양측에 누각을 세우는 데 대해 반론이 많았다. 문화재위원회의 한 위원은 “최종 설계안이 언제 확정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은 “개천에 석축 터와 기와 몇 조각이 발견됐다고 무지막지하게 복원이 추진된 사례”라며 “21세기 상상의 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희봉 중앙대 교수는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을 유치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대규모 정부 예산이 내려가면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말했고, 강우방 전 경주박물관장은 “다리가 성보다 더 웅장하게 들어설 판”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 수리·보수와 복원, 보존 등 전반을 수행하는 현 문화재 관리 시스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화재청은 서울의 4대 궁·릉과 세종대왕릉, 현충사, 칠백의총 등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 위탁해 관리한다. 하지만 각 지자체 의식과 능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2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 관리 인력은 2007년 874.8명에서 2009년 6월 840.9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전문인력인 학예직은 9%뿐이고 행정·기술직이 70%를 차지했다. 심지어 부산·인천·광주·대전·울산 5개 시에는 학예직 인력이 전무했다.
2010년 말 현재 전국에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3300여건이, 시도지정문화재 1만800여건이 산재해 있다. 몇 안 되는 인력이 이들 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이다. 김정신 단국대 교수는 “숫자가 적은 데다 2∼3년마다 바뀌는 순환근무 탓에 일관성도, 전문성도 없고 문제가 불거지면 떠넘기기 행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문화재에 대한 낮은 인식 문제도 심각하다. 각 지자체가 문화재청에 올리는 문화재 복원 예산 요청은 연간 8000억∼9000억원 수준. 시급성, 중요성, 타당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6000억∼7000억원이 ‘퇴짜’를 맞는다. 문화재를 어떻게 복원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돈만 따놓고 보자는 식이다.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용인대 교수)은 “지자체장들은 이 교부금을 따내 관광지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지역 국회의원까지 동원하는데 이를 막아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김성우 부위원장(연세대 교수)은 “문화재청도 뒤늦게 이 같은 점을 인식해 우리와 함께 문화재 보존·관리의 원칙과 지침, 지자체 담당자 교육, 관광 문제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 | 출처: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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