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장관 "美에 있는 고려시대 사리, 조만간 찾아올 것"
'라마탑형 사리구' 중 사리만 우선 받기로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라마탑형 사리구'에 담긴 사리가 곧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취임 한 달을 기념해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사리 반환을 위한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돼 조만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형문화재인 사리구(사리를 담는 함)는 밀반출 사실이 공식 확인되지 않아 돌려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리만이라도 받자 vs. 사리구까지 받아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라마탑형 사리구'는 대표적 해외 약탈 문화재로 꼽힌다. 22.5㎝ 높이로 라마탑(티베트지역 불탑) 모양을 하고 있으며, 부처 진신사리와 당대의 고승(高僧)인 지공·나옹 스님의 사리가 함께 모셔져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1939년 야마나카라는 일본계 미술상인을 통해 이 사리구를 구입했다. 하지만 이 사리구의 정확한 출처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학계는 일제 강점기였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도굴된 후 밀거래를 통해 불법 반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사리구의 반환을 추진해온 '문화재 제자리 찾기'(사무총장 혜문 스님)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사리구는 신앙의 대상이므로 돈을 주고 매입했다고 해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할 수 없다'는 논리로 미술관을 설득했고 2009년 미술관으로부터 '사리만 돌려주겠다'는 서신을 받았다. 하지만 문화재청(당시 이건무 청장)이 "사리구도 함께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다.
◆"사리구는 일정 기간 임대 검토"
사리 반환 협상이 다시 진전된 것은 새로 취임한 정병국 장관의 의지와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2009년 국회의원 신분으로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함께 보스턴미술관을 방문, 사리구 반환문제를 직접 협의했다. 정 장관은 이날 "가능하면 사리라도 우선 돌려받고 사리구는 동일한 형태의 함을 만들어 들여올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반환 협의를 진행 중인 혜문 스님은 "보스턴미술관 측이 '사리구는 한국의 국립박물관과 상의해 일정 기간 임대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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