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사라고도 하고 객관이라고도 하는데, 조정에서 보낸 신하들이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이곳에 묵었고, 연회를 베풀기도 했던 그런 곳이에요. 가운데 건물이 주관인데 현판에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고 되어 있죠, 명나라 대신 주지번(朱之蕃)이 쓴 글씨에요. 풍패란 한고조의 고향 지명인데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 전주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거예요.” 한 가지 문화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그에 대한 히스토리를 하염없이 열거하는 송철효 씨. 전주 문화재에 대한 자료만 모아도 족히 책 한 권은 엮을 수 있고,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트럭 몇 대는 필요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평생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고 연구했던 기록들은 그에게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고 자랑거리다. 안내지도와 팸플릿부터 직접 촬영한 사진들과 답사 후 조사한 자료들을 빠짐없이 모아두는 것이다.

송철효 씨가 역사를 공부하고 문화재 자료를 수집해온 것은 꼭 언제부터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전부터다. 컴퓨터 없이 책을 수소문해 힘들게 자료를 찾던 시절부터 말이다. 공학, 법학, 농학 등 여러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웠지만 역사와 문화재만큼 순수한 열정으로 파고든 분야는 없다. 교과서나 안내문에 나오는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그 문화재가 거쳐 온 역사와 그 배경을 알기 위해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 중국과 일본 역사까지 연구했던 송철효 씨. 지역별, 문화재별로 모은 자료들은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 상당수 정리를 했는데도 신발장에까지 들어차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교대학에 진학했던 것도 불교의 발전과정 속에서 우리 민족의 사상과 문화를 알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가 건국 이후 수많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문화가 이어져 온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재를 대할 때 참 아름답고, 그 시절에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신기함과 함께 경외심이 든다는 송철효 씨. 그의 문화재 사랑은 역사가 바로 서야 나라의 경제와 문화가 성장하고 국방이 튼튼해진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송철효 씨. 문화재청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시민행동21 ‘전주 문화지킴이’, ‘남원시 문화재 지킴이’까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즐겁기만 하다. 각 단체마다 회의와 교육 참석에, 문화재보호와 모니터링 활동까지, 그의 스케줄 리스트에는 벌써 2012년까지 공란이 없다. 매일 아침 스케줄 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귀가 후 오늘 한 일을 기록하고 나서 잠에 든다는 송철효 씨. 그동안 자신이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에 대해 모아둔 자료들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홍보하는 데 쓰였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우리 문화재와 역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문화재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가치를 깨닫고, 어떻게 지키고 가꿔나갈 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힘들긴 힘들죠,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행복해요.”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한 몸처럼 가지고 다니는 빨간 배낭을 단단히 메고 주관을 향해 걸어가는 송철효 씨. 그 반듯한 걸음걸이에서 올곧은 소신과 열의가 엿보인다.  

글 / 성혜경

사진 / 김병구

출처:월간 문화재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