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자연유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이 만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거칠게 나눌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을 우린 ‘문명’이라 부르고, 그 진수를 문화유산이라 하여 국보와 보물과 사적으로 보존하고 향유한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을 우리는 ‘자연’이라 부르고, 역시 그 진수를 천연기념물과 명승으로 보전하고 활용한다. 명승과 천연기물로 지정된 자연유산은 전체 지정 문화재의 16%이지만 문화유산만큼 국민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연유산 쪽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도 억울한데,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으로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2021년 유엔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대기, 바다, 육지, 빙하, 생태계에서 지난 수천 년 동안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발생했고, 특히 1950년대 이후에는 폭염, 집중호우, 가뭄, 태풍의 빈도가 높아지고 강도가 심해졌으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되면 평균 지구 표면 온도가 3°C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안타깝게도 한반도의 온난화 경향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강하다.

지난 100년 간 연평균 기온(1.8℃)과 새벽 최저 기온(2.4℃)의 상승은 세계평균 기온(1.09℃) 상승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 결과 한반도에서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겨울은 18일 짧아졌으며, 단기간에 기록적인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여 우리의 일상은 물론이고 동식물과 지질, 명승으로 구성된 자연유산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보이고 있다.

지체할 수 없는 기후 위기 속 자연유산 보호

기후변화로 발생한 자연유산의 피해는 수온 상승, 가뭄, 강풍, 혹한 등으로 다양하게 발생한다. 수온 상승으로 각 산호목에 속하는 해송(海松)은 담홍말미잘의 피해로 고사 위기에 처했고, 이상 가뭄으로 연천 온대리의 물거미 서식지는 육지화로 파괴되었다. 거대한 덩치와 장구한 수명의 노거수는 그 외형적 특성 때문에 강풍과 가뭄, 혹한 피해에 쉬 노출되어 사라지고 있다.

괴산 삼송리 소나무는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뿌리째 뽑혔고, 18세기 겸재 정선 필 〈해인사(海印寺)〉와 보물 김 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속 〈해인사도(海印寺圖)〉에 담겨 있던 최치원의 학사대 전나무는 2019년 태풍 링링으로 부러졌다. 담양 관방제림의 몇몇 푸조나무도 2021년 혹한으로 고사했다.

지질 문화재도 기후변화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제주도 우도의 홍조 단괴 해빈이 점차 사라지고, 서귀포의 사람과 동물 발자국 화석 산지가 해수면 상승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왜 이런 피해가 유독 자연유산에 빈번하게 발생할까? 대다수 문화유산이 인공적인 시설물이나 전문 관리자의 보호 아래 있지만, 자연유산은 자연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구에 닥칠 기후 위기로부터 우리 자연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시급히 제정해야 하고, ‘국립자연유산원’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이와 같은 법적 제도적 정비와 함께 일정 기간 가뭄이 계속되면 경보를 발령하여 지자체마다 천연기념물 노거수에 물을 바로 주어 보호하듯이 일상적으로 발생할 기후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제기되는 이때, 자연유산은 장구한 세월 동안 우리 조상과 자연이 함께 형성한 민족적 소산이다. 한 국가의 자연유산이 문화적·생태적 품격을 나타내는 진수임을 인식하고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이다.

기후변화와 각종 자연재해로 지구가 병들고 있는 가운데 올바르게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위험에 빠져 있다. <기후변화와 자연유산>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달라진 우리의 자연유산을 알아보고 이를 보존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본다.

글, 사진. 전영우(문화재위원회 위원장) 자료. 천연기념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