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만에 제자리 찾은 ‘오리’

2003년 [부안 동문안 당산]의 돌짐대 정상부에 있던 오리상이 도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는데, 2019년 극적으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의해 회수되었다. 이후 부안군은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의 보존처리와 원위치 복원사업을 진행하여, 2021년 9월 14일 마침내 돌오리상이 원래 위치로 복원되었다. 20여 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부안 동문안 당산’은 돌짐대를 중심으로 조금 거리를 두고 돌장승 한 쌍이 마주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아래쪽에 당산나무가 있었다. 높은 돌짐대는 평소에 동아줄을 감아놓은 상태라서 정상 부분의 오리와 그 밑의 기둥 일부만 보였다. ‘부안 동문안 당산’은 조선시대에 축성되었던 부안읍성의 동문 안에 있었던 당산이다. 부안읍성은 성종 18년(1487)에 완공되었고 북쪽의 성황산을 중심으로 동문·서문·남문을 두고 성문마다 문루를 설치하였다.

동문은 청원루(淸遠樓), 서문은 개풍루(凱風樓), 남문은 후선루(候仙樓 또는 聚遠樓)라 하였으며 성문 안에 높이 3m가 넘는 돌기둥 꼭대기에 돌오리를 앉힌 짐대를 세웠고, 성문 입구에는 돌장승 한 쌍을 배치하였다. 당산이 세워진 것은 부안읍성이 축조되고 200여 년이 지난 숙종 15년(1689)으로 부안읍성의 당산은 오리가 장식된 돌짐대와 돌장승, 당산나무 그리고 당산제로 구성된 독특한 지역문화이며 민속신앙으로 전승되었다. ‘부안 동문안 당산’은 조선시대 동문 청원루가 있던 곳에서 안으로 약 60m 떨어진 곳에 세워졌고, 문루 입구에는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고 새겨진 돌장승 한 쌍이 마주보고 있었다.

부안군에는 현재 동문뿐만 아니라 서문과 남문에도 당산이 남아있고, 세 곳 당산 가운데에서 형태와 구성, 배치 등 원형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동문이다. ‘부안 서문안 당산’의 돌짐대에는 1689년이라는 제작연도와 시주자 명단이 새겨져 있어 부안읍성 당산의 역사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특히 ‘부안 남문안 당산’은 4.7m의 높은 돛대 형태로 위쪽에 4마리의 거북이가 조각되어 있는데, 부안읍 서외리에 있는 사찰 입구에 세워졌던 돌당간의 형태와 거북이 조각까지 유사하여 짐대의 시원, 기능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 오리가 장식된 돌기둥을 마을 현장에서는 짐대, 진대, 오릿대, 오리짐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비보풍수를 막는 상징물로 기능

부안읍성의 돌짐대는 행주형지세(行舟形地勢)를 한 해안저습지의 자연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보풍수의 방재책으로 세워진 상징물이고, 또한 돌짐대의 돌오리상은 예부터 명당택지의 상징성을 표현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해석이 있어 흥미롭다. 부안에는 오리를 장식한 돌짐대가 부안읍성뿐만 아니라 내요리, 대벌리, 창북리 일대에도 조성되었고 지금까지 남아 있다. ‘부안 동문안 당산’의 당산제는 마을 전체의 복과 농사의 풍요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2년마다 음력 정월보름에 마을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당산제는 정월보름날 전날부터 돌짐대에 입혔던 묵은 옷(줄다리기를 하고 감아올린 동아줄, 용줄이라 함)을 벗겨서 태우고, 정월대보름날에는 아침부터 농악을 선두로 마을 집집을 돌며 짚단을 걷어 동아줄을 꼬았다. 마을주민들은 동아줄로 마을 돌기와 줄다리기를 한 후 돌짐대에 ‘새 옷 입히기’를 하며 감아올렸는데, 이 때에 원래의 돌짐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03년 돌오리상이 도난된 이후 ‘부안 동문안 당산’의 당산제는 계속 되지 못하고 지금은 중단된 상태이다. 그 사이 동문안 당산제를 기억하고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이 작고하셨다. 지금은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시간을 담은 옛것을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표면은 거칠고 얼룩졌지만 돌오리상은 마을의 당산으로 많은 기억을 품고 있을 것이다. 이제 돌오리상이 짐대 위로 돌아왔으니 예전처럼 돌짐대에 누런 용줄로 새 옷이 입혀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글, 사진. 최은령(부산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