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의 역사 현장을 지켜 온 ‘한국의집’

조선시대 이후 ‘한국의집’의 역사성을 조사해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의집’이 국내에 가장 먼저 광복 소식을 알린 자리였다는 점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관저로 사용되기도 했던 ‘한국의집’에서는 일왕이 항복 선언을 하기 4시간 전 그 당시 엔도 정무총감이 여운형 선생을 불러 국내 치안권을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6·25전쟁 시기 주한미군 제8군사령관으로 부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이 이곳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은 6·25전쟁이 끝난 후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하여 한국의 전쟁피해 복구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이후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는 1995년 밴플리트상을 제정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매년 이 상을 수여했다. 최근에는 ‘한국의집’에서 빌보드 표지 촬영을 했던 BTS가 2020년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고품격 전통문화 복합체험공간으로

‘한국의집’은 1957년 주한 외교사절과 국내 귀빈을 모시는 대한민국 정부 영빈관 기능으로 개관하였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점은 1981년으로, 일본식 가옥·양관 건물 등 국적 불명의 건물을 모두 허물고 우리 고유의 전통 건축양식으로 운영 목적에 적합하게 신축했다. 그 후 어엿한 ‘한국의집’으로 다시 태어나 한국문화재재단이 ‘고품격 전통문화복합체험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조선왕조 궁중요리 및 종갓집 음식 등 사대부 음식을 기반으로 장인들의 손맛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널리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의집’ 별채공간(문향루, 녹음정, 청우정)에서 즐기는 정식(定食)은 도심 속 작은 숲속인 전통한옥과 어우러져 궁중음식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한국의집’ 예술단이 선보이는 전통공연을 즐길 수 있고 고증을 바탕으로 한 품격 있는 전통혼례나 각종 문화체험(김치 담그기, 한지공예, 전통매듭, 사물놀이, 한국무용 등)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소재의 문화상품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공간

매년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의집’도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의 여파는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집합 금지 및 입국 제한 등으로 ‘한국의집’을 방문하는 내외국인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급격하게 줄어들어 사업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며, 현재 ‘한국의집’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전통음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조리방법을 표준화하는 등의 업무를 보다 강화하여 수행하였다. 그 결과 고문헌을 참고하여 보다 쉽고 편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전통음식을 새롭게 해석하여 선보였다. 『해동죽지』에 소개된 조선시대 최초의 배달음식 ‘효종갱’과 눈 내리는 밤에 찾는 고기구이 ‘설리적’, 『임원경제지』 중 「정조지」에 소개된 조선시대 군관이 쓰던 모자 벙거지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양의 그릇에 끓여내는 소고기 전골요리 ‘전립투’, 『산가요록』에 소개된 우리나라 최초의 치킨이라고 볼 수 있는 궁중 닭요리 ‘포계’ 등이 대표적이다.

그다음으로, 대표적인 고품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별채(문향루)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고품격 궁중다과 ‘고호재’를 선보였다. 2020년 첫선을 보인 ‘고호재’는 절기별로 전통한옥에서 제철 전통차와 다과 등을 고즈넉하게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예약하면 매번 곧바로 마감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12,560여 명이 참여하였다.

특히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의 참여도가 매우 높아 고무적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집’ 명성을 브랜드화하여 보다 많은 국민이 전통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주요 쇼핑몰 외부매장 개관, HMR 상품 개발 및 온라인몰 입점, 명절 차례상차림 ‘분향(焚香)’ 및 도슭(도시락) 상품 등을 출시하여 전통음식의 보급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글. 나정희(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 관장) 사진. 한국문화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