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

18세기 후반에 건설된 수원 화성(華城)1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성곽도시이자 계획도시다. 정조는 재위 13년째인 1789년, 양주 배봉산(拜峰山)에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 영우원(永佑園)을 당시 조선 최고의 무덤 터로 알려진 수원의 화산(花山) 아래 수원부 관아 뒤로 이장하고 이름 또한 현륭원(顯隆園)으로 바꾸었다. 현륭원이 고을의 중심부에 조성되자 수원부 읍치를 팔달산(八達山) 아래로 이전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시가 건설됐다.

팔달산 아래 성곽 축조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정조가 행차할 때 머물 행궁을 대대적으로 중축하고 성곽 내부를 남북으로 흐르는 수원천[柳川, 光敎川]을 준설했으며 이미 남문[팔달문]을 중심으로 조성된 십자로와 북문[장안문]이 일직선이 되도록 도로를 정비했다. 성 밖에는 저수지를 조성하고 수도 한양에 이르는 신작로도 새로 개설했다. 이 같은 도시 기반시설 공사와 함께 역촌(驛村)을 이전하고 시장을 조성하는 등 교통과 상품 유통의 거점이 되는 대도회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1) 화성(華城)은 정조 17년(1793)에 수원부(水原府)를 유수부(留守府)로 승격시키며 고친 이름이자 정조 18년~20년(1796) 사이 쌓은 성곽의 이름이기도 하다.

왕의 권위와 상징의 공간

조선시대 고을은 읍격(邑格)이 높은 경우 읍성을 갖춘 곳이 많았고 조선 초기부터 수도 한양의 도성과 비슷한 논리로 권위를 갖춘 공간이 이상적인 도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수원 화성 건설에도 한양 도성과 유사하게 주산(主山)이 되는 팔달산 아래 관아로 사용하기 위한 행궁을 배치하고 평지와 산지를 연결한 성곽을 축조했으며 그 외곽에는 향교와 사직단을 두었다. 그런데 수원 화성은 팔달산 동쪽 기슭에 터를 잡으면서 이전의 읍성들과는 입지와 규모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행궁이 동쪽을 바라보게 놓이면서 고을 전체의 좌향(坐向)은 남향이 아닌 동향이 되고 한양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자연히 행궁과 직각으로 놓이게 됐다.

화성 성역 전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에는 화성 건설 이후 수원 화성의 전경을 담은 「화성전도」가 수록되어 있다. 「화성전도」는 화성부 일대를 조망하는 구도로 주변 형세와 성곽의 규모, 성내 시가지 등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 다만 방위를 보면 실제 화성의 서쪽에 자리한 팔달산을 화면의 북쪽 중앙으로 두고 그 아래 위치한 행궁을 남면(南面)으로 배치하여 고을의 좌향이 남쪽을 향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는 18세기 후반에 요구되는 상업도시 건설을 지향하면서도 여전히 고을 경관을 표현하는 요소에는 풍수적으로 주산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왕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공간구조 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화성전도에 재현된 수원 화성

1796년 9월 화성 축조 공사가 완공된 직후 정조는 화성의 전경을 그린 그림을 주문했다. 병풍 형식으로 13점, 족자 형식으로 30점이 제작됐다고 하는데 현재 당시 그려진 화성전도로 확실시되는 작품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6폭 비단에 채색으로 그려진 《화성전도》 병풍이 소장되어 있다. 세로 180cm, 가로 348cm 크기의 화면 상단에는 팔달산과 정상에 서장대가 그려져 있고 팔달산 아래 위치한 행궁 시설을 중심으로 민가들과 성곽시설 그리고 주변의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화성 외곽의 농경지는 전체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정조는 1794년 전국적으로 극심한 흉년이 들자 화성 성역을 잠시 중단하고 성 밖의 척박한 땅을 개간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 그림은 경물 구성과 계화법(界畫法), 채색법의 특징뿐만 아니라 정조 사후 정조의 영정(影幀)을 모시기 위해 1801년에 세운 화령전(華寧殿)이 그려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1796년 정조가 화성전도를 주문했을 때 제작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화성전도》 병풍은 『화성성역의궤』에 수록된 「화성전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병풍 형식으로 대형의 화성전도를 제작하면서 화성 주변으로 드넓게 펼쳐진 농경지를 확대하여 백성들이 풍족한 삶을 영위하는 도시 이미지를 강조하고 화폭 가장자리에 그려진 산지가 화성을 감싸는 구도는 통치 공간에 대한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지리관이 반영되었다. 《화성전도》 병풍은 화성의 경관을 재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왕업의 권위가 부여된 이상적인 경관으로 완성된 이미지를 갖는다.

글. 김성희(김포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