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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삼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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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가을이라지만 낮 동안은 여전히 한여름이다. 두 계절이 공존하는 10월 초순, 승용차로 석모대교를 건넌다. 4년 전만 해도 배를 타야 갈 수 있었던 강화도의 동생. 석모도는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로터리에서 시작되는 삼산북로를 타고 ‘보문사’로 향한다. 10분쯤 지났을까. 돌을 깨고 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보문사에서 석공들이 용왕전 석축공사를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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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문사는 신라시대 희정대사가 창건, 1400년 된 고찰이다. 보문사를 찾은 사람들이 700년 된 향나무 아래서 쉬고 있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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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 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 도량’인 사찰.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 희정대사가 창건한 ‘1400년 고찰’이다. 보문사 초입 가파른 길을 올라 처음 마주한 것은 석굴법당 ‘나한전’이다. 바위지붕을 한 나한전으로 들어가니 한 스님이 불경을 외고 있다. 불당에 모신 22구의 나한상은 신라시대 석모도에 살았던 고 씨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낸 걸 모신 것이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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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법당 왼편 위쪽 ‘와불전’엔 거대한 부처님이 누워 있다. 너비 13.5m, 높이 2m의 와불은 열반하는 부처의 누워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손의 모양, 옷과 주름 등이 섬세하게 조각된 와불상은 대웅전 왼편에 있던 큰바위였던 ‘천인대’를 깎아 새긴 부처님이다. 천인대는 보문사 창건 당시 인도의 한 큰 스님이 불상을 모시고 날아와 법회를 연 장소였다. ‘1000명은 능히 앉을 수 있다’는 뜻에서 천인대란 이름을 붙였다. 1980년대 조성을 시작해 2009년에 완성한 불상이다.

보문사에 가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 아래 새긴 ‘마애관음좌상’(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9호)이다. 비스듬히 경사진 바위 표면에 높이 9.2m, 너비 3.3m의 크기로 새겨진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 당시 배선주 주지스님이 금강산 ‘표훈사’ 이화응 주지스님과 함께 조성한 거석불상이다.

보관을 쓰고 두 손을 모아 정병을 받쳐 든 채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는 마애관음좌상은 턱까지 내려온 긴 귀와 두툼한 코의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귀와 코끝에서 자비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 같다. 소원성취를 위해 절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마애관음좌상을 덮고 있는 고인돌의 덮개돌 같은 거석은 ‘눈썹바위’다. 사람의 눈썹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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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고찰 ‘보문사’ 석굴법당, 와불전, 팔만대장경 인본 등 신비의 역사 간직해​​

배선주 스님의 첫째 아들인 배정만(91) 옹은 “아버지가 매일 눈썹바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어느 날 화응 선사와 함께 바위에 부처님을 새기기 시작해 3년 만에 완성한 것”이라며 “전기도 없고 아무 것도 없던 시절 오직 석공의 손으로만 새긴 것”이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좋고 염불이 뛰어난 배선주 스님이 주지로 온 뒤 보문사는 신도들로 넘쳐났다.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출생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6살에 전등사로 출가한 배선주 스님은 이후 의정부 ‘원통암’으로 갔다가 35살 되던 해 전등사 말사였던 보문사 주지로 부임했다.

강화도 ‘대장도감’에서 판각하고 150년 간 ‘대장경판당’에서 보관한 팔만대장경의 비밀이 보문사에도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중국 최대 총서인 <四庫全書>(사고전서)의 ‘천하동문’ 편 ‘고려국대장이안기’는 팔만대장경 관련 기록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1304년(대덕8년 갑진년) 중국 남쪽 ‘철산’이란 선종 계통 승려가 고려에 와 부처님 말씀을 설파할 때마다 백성들이 몰려들었다. 1, 2년 뒤 철산화상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보문사를 찾았는데 여기서 대장경인본 3질을 보게 된다. 그는 “대장경 3질이 무슨 인연으로 보문사에 있는 것이냐”며 관심을 보였고 이에 고려의 관리들이 1질의 대장경인본을 선물했다.

3질의 대장경인본 가운데 2질은 임금과 신하가 안치한 것이고 1질은 당시 봉익대부 지밀직사사 군부판서 상호군인 허평과 부인인 염씨가 바친 것이었다. 철산화상은 허평 부부가 봉안한 대장경 인본을 가져갔다. 700살을 먹은 향나무, 300여명의 승려와 수도사를 먹여 살렸다는 맷돌, 오백나한상과 사리탑도 보문사의 보물이다.

영화 ‘시월애’ 촬영장소 민머루해변, 석모도자연휴양림 등 4계절 내내 사람들 발걸음​

보문사를 내려와 ‘민머루해변’으로 향한다. 이제는 폐염전이 된 ‘삼량염전’을 지나 석모도 남쪽에 위치한 해변에 닿으니 군데군데 텐트나 파라솔을 펴 놓은 채 가을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민머루해변은 여름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에서 스낵봉지를 들고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표정이 읽힌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민머루해변에선 수영과 갯벌체험을 즐길 수 있다. 영화 ‘시월애’의 촬영장이기도 한 이곳은 저어새의 서식지로 단위면적당 미생물 개체수가 서해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류정항’이 있다. 통통배와 대여섯 개의 횟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아담한 항구의 모습을 띠고 있다. 바로 옆 ‘장구너머포구’는 포구로 넘어가는 길이 우리나라 악기 장구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병어회, 주꾸미, 밴댕이와 같은 해산물을 파는 몇 개의 식당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풍경이다.

해발 327m로 산 전체가 기암반석으로 이뤄진 강화 6대 명산 ‘해명산’에서 등산을 즐길 수 있으며, 산림문화휴양관(콘도형)과 숲속의 집(독채형)을 갖춘 ‘석모도자연휴양림’도 힐링을 안겨주는 명소다. 고산습지원, 고사리원 등 모두 12개 테마전시원과 유리온실, 생태체험관 등이 있어 숲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석모도수목원’도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은 장소다.

▲ 나룻부리항시장 입구​

석모도는 본래 석모도, 송가도, 어류정도 세 개의 섬이었으나 간척으로 하나의 섬이 됐다. 이 섬의 서쪽 서검도와 미법도는 그러나 여전히 하리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다.

석모도는 1914년 강화부와 교동부가 폐합, 면제로 바뀌면서 교동부에 속한 송가도(현 상·하리)가 삼산면으로 환원되면서 부속도서인 서검리·미법리를 포함해 7개리가 됐다. 해명산을 비롯해 상봉산, 상주산이 있어 삼산면으로 부른 것이 아닌가 추정하기도 한다. 주민들의 주업은 농어업, 관광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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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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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모도 바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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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관음좌상 자비 듬뿍 받으며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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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리선착장을 출발해 매음리선착장을 지나면 붉은 칠면초와 나문재로 뒤덮인 평야를 만난다. 1952년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한 ‘삼량염전’ 자리다. 삼산면 매음리와 어류정 사이를 연결시키며 조성된 이 염전에선 십수년 전 까지만 해도 연간 수천t의 소금을 생산했다. 어류정항은 일출과 일몰이 모두 아름다운 포구다.

어류정항에서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민머루해변을 만난다. 석모도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인 이곳은 주변경관이 뛰어나 그냥 머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갯벌이 좋아 조개, 게 등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많다. 어류정 수문을 지나 석모도바람길의 하이라이트인 보문사에 도착해 1400년 고찰의 향기를 맡으며 소원을 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 석모도바람길(석모도선착장~보문사 16km, 소요시간 5시간)​​

석모도선착장-> 매음리선착장-> 어류정항-> 민머루해변-> 어류정수문-> 보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