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에서 주류로 옮겨가는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가야금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굿거리, 늦은자진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세산조시) 등의 장단 중 산조에 따라 3~6개의 장단 구성에 의한 악장으로 구분된다. 가야금산조를 세대별로 구분하면 총 11세대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중 마지막인 11세대인 김윤덕류는 10세대인 김창조에서부터 내려와 안기옥을 거쳐 사사한 가야금산조에 김윤덕의 가락을 넣은 것으로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로 이루어져 있다. 김윤덕류 가야금산조의 특징은 남성적이면서도 꿋꿋하고 리듬의 변화가 잦고 엇박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야금산조의 중요한 유파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는 학교 교육에서 주류 유파에 속하지 않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수자가 많지 않아 힘겹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윤덕류 가야금산조의 이수자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보유자인 이영희 선생에게 지난 1988년부터 가르침을 받기 시작한 정길선 선생, 무엇보다 선생은 전승 교육에 집중해 다양한 교육 자료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2년 이수자가 된 이후에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꾸준하게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알리고 가르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흔들림 없이 무형문화재인 이영희 선생께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가르침을 받은 정길선 선생은 아직도 공부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입장도 겸하고 있지만 귀한 우리 전통의 소리를 이어간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선생을 더욱 깊이 배움에 몰입하게 한다. 무엇보다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늘어나도록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제대로 가르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은 물론 대중들이 친근하게 가야금을 듣고 연주할 수 있도록 취미로 가야금을 즐기는 문화도 뿌리내리고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야금 연주반도 14년째 지도하고 있다. 매년 봉사연주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공연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정길선 선생은 지난 2019년에는 사단법인 가야금산조 보존연구회 경기지회를 설립하며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보급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연주와 교육으로 닦아 나가는 가야금산조 이수자의 길

중학교 음악교사 출신인 정길선 선생은 다양한 활동을 겸하고 있지만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전승교육 체계화를 위한 연주법에 대한 영상자료와 악보 채보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할 수 있는 교육에 가장 주력한다. 아직은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유파가 많지 않고, 가야금 대회에서도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는 정길선 선생.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해결책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제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배우고 전공하며 이수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성장·발전하는 것은 물론 대중들이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길선 선생은 중등·고등 음악교과서에 집필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가야금 재미있어요』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교과서 집필을 통해서는 학생들이 가야금산조를 비롯한 국악의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은 물론 호기심을 자극해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가야금 재미있어요』라는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국악곡을 가야금을 위한 곡으로 만들어 쉽고 재미있게 가야금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교과서에 수록된 전래동요와 창작곡을 연습곡으로 실어 학교 교육과 연계 지도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가야금의 역사와 종류, 구조와 악기 다루는 법, 연주법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민요를 각 지방 민요의 특징과 장구 장단을 함께 정리했으며, 재미있는 가야금 병창곡도 수록했다. 가야금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한 가야금 교본으로 손색이 없는 『가야금 재미있어요』는 정길선 선생이 특별한 애정과 열정을 쏟아 만든 것이다. 이 한 권만 제대로 익히고 숙지해도 가야금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정길선 선생의 설명이다.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하는 정길선 선생은 스승이신 이영희 선생과 뜻을 같이해 2019년부터는 가야금을 활성화시키고자 사비로 가야금을 구입해서 전국 초중고교에 파견교육을 나가기도 하고, 2018년부터는 대학에서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장학사업은 가야금을 활성화시키고 무형문화재 이수로 연결되는 통로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이영희 선생님의 사업에 동참해 열심히 돕고 있습니다. 이 역시 이수자가 해야 할 중요한 몫이라고 생각해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결국은 무형문화재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인재를 발굴해 또 다른 이수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정길선 선생은 세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김윤덕류 가야금산조가 전승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쳐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숙명처럼 매력에 젖어든 가야금과 함께하는 삶

이수자로서의 책무에는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 이수자로서의 실력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정길선 선생은 해가 거듭될수록 가야금산조가 어렵다며 끊임없는 담금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수 이수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야금산조는 캐도 캐도 무엇인가 나오는 것이자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열심히 임할수록 매력도 더해지는 게 바로 가야금산조죠. 연주자가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며 기를 모아 가야금을 연주할 때 듣는 사람들도 편안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경지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기에 끊임없는 연습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것은 이수자의 숙명 같은 것입니다.”

아직은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가야금에 몰입하는 정길선 선생은 앞으로의 계획도 많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보급에 지속성을 가지고 힘쓰며 연주와 봉사활동을 겸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야금산조를 알리는 것은 물론 교과서에 가야금산조를 포함한 무형유산에 대한 내용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도 정진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경기 꿈의 학교에서 ‘인류무형유산 생생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형유산을 알리는 데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무형문화재 이수자의 삶은 만만치 않다. 해당 종목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누듯 끊임없이 관심을 쏟고 각고의 노력으로 실력을 높여가야 하며, 널리 보급하기 위한 고민의 끈도 놓을 수 없다. 어려운 길이지만 그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무형유산의 귀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 또한 이수자로서의 삶이다. 정길선 선생은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소화하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글. 김영임 사진. 김인규

출처:월간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