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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발굴 조사를 벌인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주인공은 키 150㎝인 신라 미성년 왕족 여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비단벌레 장식 등 최상급 무덤에서만 출토되는 유물과 함께 금동관 등 장신구 크기가 확연히 작다는 게 그 근거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7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44호분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서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등 장신구 세트와 함께 비단벌레 장식 등 신라 최고 등급 고분에서 출토되는 유물을 지난달 한꺼번에 발굴했다고 밝혔다. 유물은 피장자가 묻힌 그대로 온전히 출토됐다. 연구소는 "무덤 주인공이 착장한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가 달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되었던 디자인(종목홈)"이라며 "장식대도가 아닌 은장식 도자(刀子·작은 손칼)를 지닌 것으로 보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관총 출토 유물과 유사한 점으로 보아 연대는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주인공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궤(부장품 상자) 상부에서 비단벌레 장식이 수십 점 확인된 것도 관심을 끈다. 비단벌레 앞날개는 화려한 녹색 광택을 뿜고 있어 각종 고대 장식에 사용되는데 기존 신라 고분에서도 이른바 1등급 무덤에서만 출토됐다. 약제를 조제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돌절구(높이 13.5㎝, 폭 11.5㎝)도 주인공 머리맡에서 확인됐다. 약제를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도교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광물인 운모도 50여 점이 발굴됐는데, 도쿄에서는 운모를 장기간 복용하면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선약(仙藥)으로 인식됐다. 불교를 받아들이기 전 신라 왕실에서 믿고 있던 도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피장자 발치 아래에 바둑돌 200여 점이 출토된 점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피장자는 모두 남성으로 추정돼 바둑은 신라 남자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이번 무덤 주인공은 공주일 가능성이 높아 신라 여성들도 바둑을 즐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돌무지덧널무덤은 지면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을 조성한 뒤 돌을 쌓아 올리는 고분 양식이다. 44호분은 신라 왕실 고분 중 중형급이며 무덤 조성에 쓰인 돌이 트럭 200대가 옮겼을 분량인 것으로 추정됐다. 피장자 자리 옆에 금귀걸이 한 쌍이 따로 발견되고, 또 주변에도 장신구 유물들이 다수 발견돼 순장자가 4~5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인골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피장자 신분과 나이를 추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라는 왕이 죽으면 남녀 각 5인을 순장했는데, 502년 지증왕이 이를 금지했다.

바둑 좋아하던 1500년전 신라 공주의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