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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 속의 물치도 ​

▲작약도(2014년)

“사면이 암초에 도속된 서해안의 어느 조그만 섬.” (중략)
“멀리 바다 건너로 신기루 같이 떠오르는 인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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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이 모두 8명으로 이루어지는 연극의 ‘지문’의 일부다. 지문에 나오는 인천항과 서해의 조그만 섬을 주제로 한 희곡(시나리오)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인천(동구)이 낳은 극작가 함세덕의 해연(海燕, 단막극)이다.

 

동구 화평동 455번지에서 1915년 함근욱의 5남매중 장남인 함세덕은 월북 후 다시 월남(1950)하던 중 신촌에서 사망, 38세의 일기로 요절한 불세출의 희곡작가였으나 문학에 입문할 초기에는 시를 썼던 시인이었다.

 

처녀작 <고개>를 <월미>라는 잡지에 실린 일도 있으나 일찍이 희곡에 집념했던 그는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희곡이 바로 <해연>이다.
 

▲함세덕 희곡집 '동승'

홀아버지를 모시는 주인공 ‘진숙’은 인천여자고교를 다니던 여학생이었으나 아버지를 모시느라 학교를 그만둔 효성의 여식으로 아버지는 서해안의 작은 섬 등대지기로 세상을 잊으며 살고 푼 인물이다.

 

하인천에서 박외과를 운영하는 안 의사라는 또 한 사람의 남자 사이에서 난 세진이라는 청년은 진숙과 남매로 살기를 원하며 그 이상을 또한 원하는 연인으로 아버지(등대기지)의 전 처에서 난 남매들이었다는 숙명. 이것이 희곡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효과로 비극을 낳고 있다.

 

위선과 권위에 찬 세진의 아버지 안 의사는 진숙의 어머니와 살기 전 부인의 딸이 원하는 남자와 결혼을 반대하여 또 죽어가는 현장의 지명이 연극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함세덕의 연극 전체를 평한다면 연극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무대는 인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의 섬이 주 무대로 <해연>, <무의도 기행>, <산허구리> 인천적인 연극이 정말 감동의 연속이다.

▲물치도 모습

“아버진 대학 동창의 아들에게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누나는 기관사를 사랑했어요. 아버지 같은 인간은 남편있는 병원의 환자를 범하는 무괴도적 탈선을 하면서도....(생략)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못하게 되자 한밤 작약도란 조그만 섬 검정 바위에 올라 몸을 던지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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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의 아들 세진의 대사로서 연극의 모두발언을 마치며 클라이맥스를 이룬 이 연극속의 작약도는 만석동 산3번지 섬이다. 우리의 물치도(작약도)는 작품속에서 살아있는 아이콘이다.

희곡작가 함세덕 그리고 물치도의 함수, 찾기 어려운 문학작품 속에서의 인천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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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헤엄쳐 흘러 가다가/ 동그마니 도사린 꿈을 삼키고,/ 사쁜 받쳐 든 파라솔 마냥/ 유월 훈풍에 희죽이는 함박꽃. <중략> 한창 회한히 웃고 있는 한 송이 작약도!”

향토의 그리움과 함께 도시적 감각이 공존하면서 인간 영원에의 염원이 절규되고 있다고 평가된 연당 최경섭의 첫시집 <1938간행, 풍경> 이후 30년 만에 간행된 제2시집 <종, 종, 종>에 실린 <작약도>란 시다. 전통적인 희열의 몸짓을 형상화시켜 서정성을 강조했다고 평가된 시집속의 <작약도>는 눈 발치에서 깊이 관조된 여인으로 치환된 시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 작약도는 정녕 외롭지 않겠다.

구한말 침입의 역사를 간직하며 절해고도와 같은 작약도는 1866년에 병인양요 프랑스 함대의 이름을 따 '보아제 섬' 그 5년 후 신미양요 때 미국 병정이 작약도의 무성한 나무를 보고 지어진 '우드 아일랜드'. 대동여지도나 동요도등 조선후기에 제작된 각 지도에는 '물치도'라 물이 닿고, 물이 치받는다는 말이 유래되어 생긴 순수 우리 이름. 그러면 왜 작약도일까. 일본인들이 섬의 모양이 ‘작약꽃’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이젠 부르지도 말아야 한다.

▲물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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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 소녀들이 작약꽃 처럼되어/ 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이하생략)

천형을 넘어 파랑새가 된 시인 한하운이 인천여고 문예반에 남긴 <작약도>는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시다.

인천에서 여생기 반쪽을 보낸 한태영(한하운의 본명) 시인의 시편 중 인천에 관한 시는 이 한 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인천여고 문예반 지도차 왔다 남긴 시다.

한때 대한일보의 편집기자도 했던 이인석의 시 속에 (하루를 멋지게 살기엔) 작약도가 잠시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시는 그리 많지 않다. 

섬이 인간에게 주는 숨겨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리움, 그리고 기다리며 늘 혼자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님 편지라면 어떨까.

▲ 물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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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던 사람/ 기다림에/ 푹 잠겨있는/ 섬/ (중략) 갈매기도/ 썰물되어/ 모두 떠나가 버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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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본 섬은 이별이라면 오늘 보는 섬은 재회요, 희망이라면 섬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또 사뭇 다르게 온다.

시적 주제로 삼는 섬 인천의 작약도(물치도)가 남기는 그 영원성은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뱃길이 또 얼마나 그리울까.

이제 작약도는 없다. 다시 탄생한 물치도. 뱃길이 열려 돌아오는 길에 묻어두고 올 내 영혼 나무로 바람으로 그리고 해조음으로 탄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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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학균 시인, 인천서예협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