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원해 도서의 대표적인 당제

당제(堂祭)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에게 마을 사람들의 무병과 안녕 나아가 풍요를 기원하는 공동체 의례이다. 과거에전국 각지에서 곳곳마다 행해졌지만 대부분의 당제가 사라졌다. 따라서 여서도의 당제는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도서 지역의 대표적인 당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여서도에서 1년에 두 차례, 음력 7월 1일과 12월 말일(섣달그믐)에 여름·겨울 당제를 지냈다. 하지만 현재는 1년에 한 번 정월 대보름날에 당제를 지낸다. 본래 섣달그믐날에행해지던 겨울 당제를 정월 대보름으로 옮긴 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당제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윗당이 있는 윗당산, 아랫당이 있는 아랫당산 그리고 갯당인 고석바위 주변으로 나뉜다. 마을에서 일직선 위로 윗당산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아랫마을쪽으로 아랫당산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가장 아래쪽 바닷가에 고석바위라는 갯당이 존재하는 형태이다.

윗당산은 할아버지당산, 산신님이라 부른다.당산 입구에 계단처럼 돌들이 놓여 있다. 그 안에는 고인돌 크기의 커다랗 고 넓은 넙지락 바위가 있고 그 주위에 큰 바위들이 즐비하다. 아랫당산은 할머니당, 당할머니로 지칭한다. 고석바위는 집채만 한 바위로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오랜 옛날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는데 깊은 물 속에서 이상하게 생긴 큰 돌이 여러 차례 여러 어부의 그물에 반복해서 걸려 올라왔다. 이를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이 돌을 마을로 싣고 와서 제를 모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제의 준비와 진행

당제를 지내기 위해서 먼저 제관(祭官, 당주)을 선정한다. 제관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마을 주민 중에서 생기복덕(生氣福德)을 가려 집안에 장사(葬事)·출산(出産) 등이 없어 부정(不淨)하지 않은 사람을 제관으로 둔다. 근래는 제관을 정월 초에 투표로 선정한다. 제관으로 선정되면 많은 금기를 지켜야 했다.

제사를 모시는 날이 가까워지면 마을 아래쪽에서 윗당으로 오르는 돌담길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 그리고 술과 절구통을 지고 올라가 제물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제일을 보름으로 옮긴 뒤는 마을회관에서 제수 음식을 준비하여 머리에 이고 당에 오른다.

정월 대보름 전야에 준비하여 대보름날 자시(23시~1시)가 되면 윗당부터 당제를 시작한다. 윗당 당제는 제관과 집사만 참여한다. 먼저 윗당에 제물을 진설한다. 메밥(쌀밥)과 떡 그리고 나물과 과일, 생선을 각각 3종류 진설한 후 제를 시작한다. 육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과거엔 물고기도 제물로 올리지 않았으나 30여 년 전부터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윗당에서 제를 올리는 동안 마을 사람들의 문밖 출입이 금지된다.

윗당의 제의가 끝나면 징을 쳐서 윗당의 제의가 끝났음을 알리고, 징과 꽹과리를 치며 아랫당으로 내려온다. 아랫당으로 내려오면 당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마당을 밝힌 후 마을회관에서 가져온 제수로 아랫당의 제물을 진설한다. 음식을 차린 후에 향과 촛불을 켜고 두 잔의 제주(祭酒)를 따른 후 제의가 시작된다. 당집 안에서 제관만 삼배하고, 밖에서는 마을 유지들과 참여자들이 삼배한다. 이어 당집 앞쪽과 솟을대문에 제상을 준비하고 삼배 후 헌식(용왕밥주기)을 한다.

동틀 무렵이면 갯당 당제를 진행한다. 농악을 치며 갯당인 고석바위까지 내려가 제사를 지내고 바닷가에 헌식하는 용왕제까지 지내면 동이 튼다. 마지막으로 바다에 나가 헌식이 끝나면 의례로서의 당제가 끝난다. 이후에는 마을의 샘과 마을 곳곳을 돌며 마당밟이를 한다.

이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시작한다. 이때 선주들은 선기(船旗)를 들고 당으로 달려오는데 도착한 순서대로 선기에 창호지를 묶어 준다. 1등을 한 선주는 그해 어획고 또한 1등이 난다 하여 순위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이를 ‘길손 받기’라 하는데 현재는 소멸하였다.

당제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의례는 과거보다 간소화되었으며, 제관을 투표로 선정하고, 여성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것도 달라졌다. 현재는 윗당에도 여성들이 제수를 날라다 주는 경우가 있다. 한편, 제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을 삼간다. 간소화된 의례 또한 매우 엄격하게 지내고 있다. 어선과 인구의 감소 등 큰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제의 전통은 변함없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글,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