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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흔들흔들. ‘꼬마열차가 용현동 ‘똥 고개’를 낑낑대고 넘을 때면 젊은 사람들이 뛰어내려 뒤에서 밀어야 겨우 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 ‘버스와 부딪혔는데 기차가 나자빠졌다…’.

일반열차에 비해 크기가 작아 ‘꼬마열차’란 별칭을 갖고 있는 ‘협궤열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과 추억의 열차로 기억된다. 철로 폭은 일반철로의 반토막이었고 열차크기도 작아 귀여운데다, 2량~3량만이 붙어 운행됐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소래포구라는 관광지와 오버랩 되면서 문학의 주제로도 종종 등장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원규의 <포구의 황혼>, 윤후명의 <협궤열차>는 소래포구를 배경으로 한 명작들이다.

소래 출신 예술가로는 최병관 사진가, 연극인 박정자 등이 있다. 최병관 사진가는 우리나라 사진가로는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촬영하고, UN에서 사진전을 가진 세계적인 사진가이다. 그는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며 사진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배우 박정자는 중성적이면서 안정적인 목소리와 카리스마가 빛나는 연기로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온 정통 연극배우다.

▲수인선은 일제가 소금을 수탈하기 위해 1937년 부설한 열차다. 철로 폭이 좁고 열차도 작아 협궤열차, 꼬마열차로 불렸다. 1995년 폐선한 옛 수인선 모습(출처 소래역사관)과 2020년 초고속 전동차로 부활한 새 수인선.

1937년 설치 1995년 폐선한 ‘수인선’ 2020년 다시 달리다

황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용했던 소래는 1930년대 염전이 조성되고 소금을 수송하기 위한 철도가 건설되면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1937년 일제는 소래를 관통하는 철도를 부설한다. 1933년 조성한 염전의 소금을 수송하기 위함이었다.

소금은 탄약의 중요한 재료였으므로 광적인 전쟁을 수행하던 일제에겐 반드시 필요한 물자였다. 수인선 철로의 폭은 그러나 일반 철도의 절반에 불과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소규모로 설계한 것이다. 철도는 일제가 식민지 수탈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앞서 1930년 수려선(수원~여주)을 부설한 것도 경기도의 기름진 쌀을 수탈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수려선과 수인선은 여주 이천 등 곡창지대의 쌀과 남동, 소래염전의 소금을 부지런히 인천항으로 실어 날랐다.

광복 이후엔 미군들이 기름수송을 위해 협궤열차를 사용했는데, 1946년 국가에 귀속되면서 국철로 바뀐다. 협궤열차는 좌석에 앉으면 무릎을 제대로 펴지 못 할 정도로 열차 폭이 좁았다. 기차가 기우뚱거리면 바닥으로 야채며 과일들이 굴러다녔고 젓갈과 생선비린내가 진동할 때도 있었다.

협궤열차는 1970년대 교통망 확충과 교통수단의 다양화로 점차 이용객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1973년 인천항만 확장공사와 함께 ‘송도~수원’ 구간만 운행하던 협궤열차는 1995년 12월 말일 운행을 중단한다.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라져간 수인선이 다시 눈을 뜬 시기는 2012년 6월30일이다. 총연장 52.8km의 수인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1단계로 ‘송도역~오이도역’ 13.1km구간이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어 2016년 2월 27일 인천 전 구간인 ‘송도역~인천역’ 7.3km 구간이 개통했고, 오는 9월 12일엔 3단계 구간인 안산 ‘한양대앞역∼수원역’ 구간이 개통하며 수인선 전 구간이 열리게 됐다. 25년 만에 최첨단고속전동차로 부활한 ‘뉴 수인선’은 사업비만 2조74억 원이 투입된 대역사이다.

소래포구는 갯벌과 바다, 염전을 생계로 사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어촌이었다. 사람들은 조개나 곤쟁이를 잡아 젓갈을 담아 팔거나 염전에서 일해 먹고 살았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소래포구엔 작은 나룻배 3척 정도만 정박해 있었다. 갯골 건너 시흥 월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태우기 위한 배였다. 염전과 수인선, 갯벌과 화약공장 정도가 소래의 전부였다.

소래포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부터이다. 소래포구의 태동은 1963년 실향민 6가구 17명이 전마선, 범선 등으로 연안에서 새우잡이를 하며 시작됐다. 실향민들은 새우를 잡아 젓갈로 만든 뒤 인천과 수원 등지에 내다팔았다.

이후 인천 내항이 건설되고 송도와 동막 등 인천의 해안지역이 하나 둘 매립되면서 새우잡이 배를 중심으로 어선들이 하나둘 소래포구로 모여들었다. 어시장이 형성됐고 꽃게철과 김장철엔 꽃게와 새우젓을 사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소래포구~월곶’을 잇는 폭 1.2m, 길이 126.5m의 철교. 소래철교는 소래포구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하나의 아이콘이다. 수인선이 끊긴 뒤 한 때 철거를 하려고 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보존하면서 소래포구의 으뜸 관광아이콘이 됐다.

함께 손을 잡고 건너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며 소원을 기도할 때 포구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배가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소래철교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소래철교는 생존의 다리였다. 젓갈장사 여인들이 침목과 침목 사이가 뚫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있는 다리 위를 곡예사처럼 건너 다녔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건너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많이 빠져죽기도 했다.

소래철교는 지금 인천과 경기도를 잇는 하나의 길이 되었다. 월곶에서 소래포구로 오려는 사람들과 인천에서 시흥으로 건너가려는 사람들은 양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천천히 걸어서 다리를 건넌다. 소래철교는 옛날 기차가 다니던 침목 위에 바닥을 놓았고 양 옆에 난간도 설치해 더 이상 공포의 다리가 아닌 추억의 다리로 다가온다.

소래포구 방향 소래철교 끝에는 요새처럼 보이는 야트막한 산과 포대가 있다. 논현동 111번지 일대인 이 산의 이름은 ‘댕구산’이고 포대는 ‘장도포대지’다. 장도포대지는 조선 고종16년(1879) 인천으로 들어오는 이양선을 막기 위해 구축한 진지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화도진도’엔 이곳에 3개의 포좌를 설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2개는 바다 방향을, 1개는 동남쪽을 향하고 있어 내·외곽을 수비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유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됐다.

포대 옆 댕구산은 본래 해발 40m높이의 언덕배기였으나 수인선 철도를 놓을 때 깎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곳에 ‘대완구’라는 커다란 대포가 있었는데 이 말이 변해 ‘댕구’가 되고 댕구가 있는 산이란 뜻으로 댕구산이 되었다고 전한다.

논현동 415-56엔 또 하나의 포대가 있다. 인천시유형문화재 제6호인 논현포대 역시 고종16년 축조한 것으로 축조 당시 지명을 따서 ‘호구포대’라고 명명했으나 지금은 논현포대로 부른다.

호구포대는 인근 묘도포대, 제물포대 등과 함께 화도진(花島鎭) 소속이었다. 본래 몇 개의 포좌(砲座)로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며 현재 2개의 포좌가 남아 있다.

남촌동은 소금마을이란 의미의 ‘염말’이라 불렸던 곳이다. 지금은 공단과 택지로 바뀐 남촌동은 과거 바닷물을 졸여서 소금을 만드는 자염밭이 많았다. 도림동은 ‘복숭아숲’이란 뜻처럼 과거 복숭아밭이 많아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도 과수원과 밭이 동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림동엔 5개의 봉우리가 솟은 오봉산 때문에 이름 붙여진 ‘오봉산리’와 ‘여무실’, ‘능동’과 같은 정겨운 지명이 남아 있다. 도림동은 실학의 근간을 이룬 성호 이익의 수제자이자 성호학맥의 큰 줄기인 소남 윤동규를 배출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