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내부 숲길은 하반기 시민에게 개방

조선왕릉 내 11개소, 총연장 12.3km 구간에 이르는 왕릉 내부 숲길이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그간 문화재청은 조선왕릉을 보다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조선왕릉길 조성 인프라구축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에 따라 왕릉 내부 숲길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계획을 진행해 왔는데, 올 하반기 드디어 그 길들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열린다.

우선 구리 동구릉의 경릉~양묘장 길(1,500m)과 남양주 사릉의 소나무 길(200m), 서울 정릉의 팥배나무숲길600m), 고양 서오릉의 서어나무 길(800m) 등이 순차적으로 시민들과 만나게 되며, 전체 대상은 동구릉, 사릉, 홍유릉, 태강릉, 의릉, 헌인릉, 정릉, 서오릉, 융건릉, 김포 장릉, 여주 영릉 등 11개 능이다.

왕릉 외부 길은 코스 탐방 프로그램 추진

내부 숲길 정비와 별개로, 왕릉 숲길을 주변 지역과 연결하고 왕릉 간 연계성을 높이는 ‘왕릉 외부 길’ 코스 탐방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탐방 길은 주제에 따라 연결되는데, ‘왕릉과 왕릉간을 연결한 순례길’, ‘왕릉과 궁궐을 연결한 거둥길’, ‘왕릉과 주변 지역을 연결한 티길’ 등 다양한 관광, 문화자원과 이어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일례로 ‘순례길’은 창덕궁에서 시작해 조선왕릉 30개소를 연결하는 총 길이 약 558km의 순환형 노선으로 만들어진다. ‘거둥길’은 능행길로 7개 노선, 총 길이 173.5km로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 티길’은 왕릉·원묘를 주변의 지역문화자원과 연결하는 7개소의 길이 된다.

이 왕릉 외부길은 조선왕릉 내외부를 연결하게 되므로,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도 지속적인 협의가 계획되어 있다.

왕릉과 길에 담긴 의미, 되새겨볼 기회

조선은 역대 왕과 왕비에 대한 제사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임금이 왕릉을 찾아가는 ‘능행’은 그 자체로 국가적인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왕은 ‘능행길’을 통해 죽어서도 궁궐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능행길’이 단지 왕만을 위한 길은 아니었다. 능행을 마치고 환궁하는 길은 민의를 보여 주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다. 백성들의 운집 정도나 환영, 칭송의 모습을 통해 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처럼 조선왕릉과 관계된 내외부의 길은 그 자체로 다양한 역사적 가치를 함의한 공간이다. 올해 순차적으로 열리는 왕릉 내부 숲길을 따라 더 많은 시민이 그 역사적 가치를 보고, 느끼며, 함께 걷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자료. 궁능유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