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매에 출품된 〈칠성도〉의 귀환

불교 문화재는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 문화재 중 도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분야이며, 그중에서도 불교회화가 대표적이다. 1861년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되었다가 1950~60년대 초 6·25전쟁을 겪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칠성도(七星圖)도 그중 하나이다.

이 불화는 2015년 5월 스위스 취리히의 한 경매에 출품됐다가 원 소장처에서 3점을 매입했고, 또 다른 2점이 국내 서울옥션 경매시장을 통해 나오면서 사라진 칠성도 11점 가운데 5점이 사찰의 품으로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불교 용어)해 지금은 부산시 유형문화재 167호로 지정됐다.

범어사 칠성도의 환수는 해외로 유출된 불교 문화재를 원래 소장자가 매입해 다시 봉안한 최초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또 다른 칠성도의 환수 사례도 주목된다. 2018년 2월 미국 뉴욕의 한 경매장에 불화 한 점이 출품됐는데,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확인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그 불화는 당시 약사여래(藥師如來)로 소개되었으나 칠성여래를 오인한 것이다. 그림 속의 칠성여래는 치성광불의 금빛 나는 둥근 금륜(金輪) 대신 독특하게 왼손 위에 정병(淨甁, 물 가운데서도 가장 깨끗한 淨水를 넣는 병)을 들고 있다.

정병을 약사여래의 약합(藥盒)으로 오인한 것이리라. 무엇보다 화면 아래쪽에는 그림에 관한 정보가 담긴 화기(畵記, 그림의 내력을 전하는 기록)가 남아 있으며, 첫 부분에 ‘운문사신화성봉안(雲門寺新畵成奉安)’이라고 쓰여 있어 경북 청도 운문사에 봉안되었던 불화로 확인됐다. 그림을 그린 화승은 ‘금어비구위상(金魚比丘偉相)’이라고 쓰여 있어 19세기 후반 경상도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화승인 위상(또는 응상)임을 알 수 있었다.

부처님으로 화신한 일곱 분의 칠성여래풍

칠성도는 치성광불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을 비롯한 하늘의 여러 별을 형상화한 조선 후기의 불교회화이다. 인간의 수명을 늘려 준다는 도교의 별자리 신앙이 불교에 수용되어 조선 후기에 성행했다. 칠성도의 중심은 북극성의 화신인 치성광불(熾盛光佛)과 보좌하는 일광·월광보살이다. 그 좌우로 하늘의 북두칠성이 부처님으로 화신한 일곱 분의 칠성여래(七星如來)와 도교의 칠성신이 협시로 함께 7폭에 나뉘어 그려지고, 자미대제(紫微大帝), 28개의 별자리를 그린 28성군(二十八星君) 등으로 구성된다.

사내아이를 점지해 주고 무병장수와 나쁜 기운을 퇴치해 주는 다목적 하늘신으로서 기능한 칠성신은 당시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부처님의 화신으로 민간에 뿌리 깊게 전해 왔다. 해외를 떠돌며 길고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되돌아온 범어사와 운문사 칠성도는 언제 사라졌는지 존재조차 알려진 적 없었다.

비록 완전하지 않지만, 일부가 긴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다. 이들 그림은 모두 조성 연대와 제작처, 화승, 봉안처 등 조성 유래를 확실히 알 수 있고, 짜임새 있는 구도와 단아한 형태 등 19세기 중반기를 대표하는 불화이다. 형태는 나무틀을 만들어 걸기 쉽도록 장황되었는데 화면 하단부의 화기 부분까지 변형되지 않은 채 잘 보존되었다.

범어사 칠성도는 화면 테두리 백색 바탕의 상단과 좌우측에 먹으로 명칭을 적어 넣었는데, 상단은 칠성여래의 명호를, 좌우측에는 협시인 성군의 명호를 적어 도상을 구분하도록 한 점도 장점이다. 이에 비해 운문사 칠성여래도는 5폭 병풍을 배경으로 상단에 결가부좌한 칠성여래를 배치하고 하단에는 아래쪽에서 솟아오른 연꽃대 좌우로 권속을 배치한 구성이 돋보인다.

채색은 적, 녹, 청색을 주로 설채하였으며, 안정된 구도와 밝고 차분한 색조의 화면, 가볍고 화사한 색감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1868년 운문사 관음보살도의 광배 주변에 표현된 구름문과도 일치하여 환수된 칠성도가 당시 함께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11점 가운데 5점을 찾아온 범어사는 위치를 파악한 미국 LA미술관 칠성여래도의 일부인 제1, 제2칠성여래도 2점과 나머지 4점의 행방까지 찾아내 환수하면 칠성각을 건립해 봉안할 계획이다.

범어사와 운문사의 칠성도를 찾아오는 과정은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 산하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계종 문화부, 원소장처인 사찰과의 공조와 협력이 빛을 발휘한 아름다운 결과이다.

글, 사진. 김미경(대구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