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어원은 중세시대 전투에서 쓰이던 살상용 투척도끼, '프란시스카'
도끼를 들고 행진하는 프랑스 외인부대(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보통 유럽의 문화 강국 중 하나를 들라고 한다면 단연 프랑스를 으뜸으로 친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각종 문화유산의 전시장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유명하다. 18~19세기에는 프랑스어가 유럽에서 공용어로 쓰일 정도로 강력한 문화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나라이름인 프랑스(France)는 문화적인 단어보다는 상당히 호전적인 단어에서 비롯됐다. 프랑스의 어원이 되는 '프랑크(Frank)'란 단어는 원래 도끼란 뜻의 '프란시스카(Francisca)'란 단어에서 나왔는데 이는 중세시대 전쟁터에서 살상용으로 던지던 전투용 도끼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 도끼를 주로 사용하던 종족을 '프랑크족'이라 불렀는데, 이들이 오늘날 프랑스의 기반이 된 프랑크왕국을 세운 민족이다.
프랑크족이 사용하던 전투용 도끼인 프란시스카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이 프란시스카(Francisca)는 중세시대 매우 무서운 무기 중 하나였다. 개당 무게는 1kg 정도에 크기는 약 40cm 정도로 날이 부메랑 모양으로 휘어져있는데 이는 주로 투척용 무기로 쓰면서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만든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후대 바이킹들이 쓰던 도끼와도 꽤 유사한 모양이다.
전투시에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던 무기였는데 수만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전투 전에 프란시스카를 먼저 투척해 적군의 방패나 장애물을 무너뜨린 후, 다른 프란시스카나 칼로 돌격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백병전에도 자주 활용됐는데 장검보다 운용하기가 쉽고 방패나 갑옷도 손쉽게 뚫을 정도로 무서운 파괴력을 자랑했다고 한다. 10세기부터 기사계급이 본격적으로 출현하고 전투방식이 기사돌격작전으로 변경되기 이전까지 거의 모든 전장에서 활발히 사용됐다.
또한 이 '던지는 도끼'란 의미는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돌직구'란 의미로도 남았다. 그래서 영어로 'Frank'란 단어는 '솔직한'이란 뜻이 됐다. 보통 남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영어로 'Frankly speaking'이라 표현하는 것도 모두 이 프란시스카란 도끼의 의미에서 파생됐다.
732년, 프랑크왕국과 이슬람군이 맞서싸운 푸아티에 전투(사진=위키피디아)
이 '솔직한' 프랑크족은 원래 오늘날 독일과 네덜란드 일대 살던 게르만족의 일파였다. 로마제국 시절에는 로마의 갈리아 국경지대에 살다보니 로마인들과 접촉이 많았고 다른 게르만족들에 비해 상당히 문명수준이 높았다고 한다. 이 프랑크족 남성들 중 상당수는 로마제국에 들어가 용병으로 근무하기도 했는데 로마제국 내에서 살기 원했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로마제국은 이민족이든 누구든 관계없이 군대에 25년간 복무하면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식들도 로마시민권을 부여받아 로마시민으로 살 수 있었다.
이후 로마제국이 5세기 말, 크게 약화되자 프랑크족들은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맞물려 로마영내로 대규모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은 오늘날의 프랑스와 독일 지방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왕국인 프랑크왕국을 건설해 중세시대 서유럽의 중심국가로 떠오른다. 프랑크왕국을 처음 세운 시조인 메로빙거(Merovinger)왕은 원래 로마제국의 용병 출신으로 제국군 사령관을 맡은 바 있으며 그의 아들인 힐데리히 역시 용병대장을 지냈다.
오늘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모태가 된 프랑크왕국의 영토(사진=위키피디아)
이때까지만 해도 도끼를 휘두르던 프랑크족의 군사국가에 불과했던 프랑크왕국은 8세기에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한다. 프랑크 왕국의 대신이었던 피핀(Pepin)3세가 메로빙거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 카롤링거(Carolinger)왕조를 건설하고 이 과정에서 로마교황청과 손을 잡으면서 상당한 종교적 지지기반을 손에 넣게 됐다. 이후 피핀3세의 아들인 카롤루스(Carolus) 대제 때는 교황청으로부터 로마제국 황제의 관을 받았으며 이것이 중세 유럽사에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신성로마제국의 시작이 됐다.
이후 카롤루스의 세 아들은 영토를 분할받아 프랑크왕국은 셋으로 분열, 서프랑크와 중프랑크, 동프랑크로 나뉘었는데 서프랑크는 프랑스, 중프랑크는 이탈리아, 동프랑크는 독일의 모태가 됐다. 한 작은 도끼에서 시작한 여정이 오늘날 유럽 역사의 기반이 된 셈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