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문화재 지역에 투입 가능한 드론 라이다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명승과 천연기념물은 경관상 가치가 높다 보니 그 형상이 기이하거나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험지에 입지한 경우가 많다. 면적이 광범위하고 석탑이나 건물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문화재, 말 그대로 주변의 자연경관을 지키고 관리한다는 것은 소수의 전문가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수십 년은 매달려야 할 판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ICT 기반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꿈을 현실로 가능케 했다. 2019년 10월 독도의 날을 맞아 수행된 드론 라이다 독도 탐사는 자연유산의 보존관리에 판도를 바꿔놓을 획기적 실험이었다. 드론 라이다의 경우 기본적인 구조상 날아다니는 3D 스캐너라 볼 수 있다.

라이다는 하나의 신호마다 여러 번 굴절하여 측정할 수 있으므로 항공사진 촬영보다 정확도(초당 10만 번)와 측정 소요시간 면에서 훨씬 우세하다. 쉽게 말해 숲으로 가려져 있어 나무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폐쇄된 장면이 펼쳐져 있다고 가정하자. 라이다 측량 결과는 마치 비밀의 숲을 여는 열쇠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나무를 걷어낸 상태의 가려져 있던 물체가 나타나는 것이다. 또 바위의 균열 등 자연 상태를 도면상에서 수치화하여 구조물의 안전진단을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드론 라이다는 한 번 측량할 때 250m가량 측정할 수 있고, 오차범위 ±15mm의 정밀도를 지니고 있다. 기존 라이다 측량은 유인 항공기에 장착하여 광범위한 면적을 격자 형태로 측량하는 데 비해, 드론에 장착한 라이다는 문화재 지역 내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드론 라이다를 이용한 탐사 방법과 적용

탐사 순서는 이렇다. 조사대상지에 먼저 RTK(Real-Time Kinematic: 정밀 GPS) 수신기를 설치해 좌표 기록을 시작한다. 이 작업은 드론이 하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쓰인다. 라이다는 미리 설정된 비행계획에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라이다에 전원을 넣는 순간부터 3D 스캐닝 데이터가 기록되며 기체에 부착된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위치측정시스템)를 통해 비행궤적(고도, 속도, 높이)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비행시간은 20여 분 남짓된다. 그러면 탐사가 끝난 뒤 데이터 후처리 작업은 어떻게 할까? 먼저 RTK와 GNSS에 기록된 기준점 데이터를 추출하고 비행궤적 데이터에 RTK 기준점을 적용하여 측정치를 바로잡는 작업을 하게 된다. 보정된 비행궤적 데이터와 레이저 스캐닝 데이터를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보정하고 수차례 비행한 결과를 정합하는 과정을 거쳐 ±15mm의 오차범위로 조정하게 된다. 구축된 3D 데이터는 지형과 그 위의 층들을 분리하여 별도 레이어를 가진 디지털 도면이 된다.

드론 라이다는 광범위한 조사지역 중에서 우선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데 적합하다. 또 드론을 활용한 조사연구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정밀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어 발굴에 의한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연유산 분야의 실사 데이터는 각종 창작물, 영화의 배경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진정성 있는 디지털 헤리티지를 구현할 수 있다. 드론 라이다 기술 덕분에 현재 자연유산의 원형을 디지털로나마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