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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23) 머리에 화살 박힌 고인돌 戰士
글쓴이 tntv 등록일 [2020.05.12]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23) 머리에 화살 박힌 고인돌 戰士

 

2700년 전 청동기시대 묘 출토, 돌검과 함께 발견… 장수급 추정

2008년 5월 경북 청도군 신당리 농토에서 경작 중에 고대 무덤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수습 조사를 벌인 결과 무덤 위를 덮었을 덮개돌(상석)은 없어졌지만 2700년 전 청동기시대 고인돌묘의 하부구조로 추정되는 돌널(石棺·길이 1m50㎝)이 나왔지요. 편편한 돌 서너 개를 상자 모양으로 짜서 만든 널 안에서는 돌검과 돌화살촉 등 5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이 무덤의 주인공은 누구였으며 어떻게 숨졌을까요. 먼 과거로의 역사 여행을 떠나는 고고학은 작은 실마리에서 출발합니다. 발굴 당시 무덤 주인의 뼈까지 삭아 없어진 상태였지만 머리맡 근처에서 길이 1.5㎝의 돌화살촉 끝부분(사진 A)이 발견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돌널 아래쪽 바깥에서 발견한 2개의 돌화살촉 파편(B)과 맞춰보니 정확하게 하나로 합쳐진다는 겁니다.

합쳐진 이 돌화살촉의 총 길이는 15㎝로 하단 깨진 부분 가운데에 구멍을 뚫으려던 흔적(C)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 머리 깊숙이 박힌 돌화살촉을 뽑아내는 처치(일종의 수술)를 통해 중상자를 살려내려 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조사단은 설명합니다. 무덤 주인의 신분은 청동기시대 당시 부장품으로는 고위층에서나 사용했던 돌검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위 계급의 지휘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덤에서는 이 돌화살촉 외에도 오른쪽 허리춤 부근으로 짐작되는 곳(D)에서 돌화살촉 3점이 수습됐습니다. 무덤의 주인이 돌화살촉을 끼운 화살대를 허리춤에 차고 매장됐다고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런데 주목할 점은 머리맡에서 발견된 돌화살촉은 청도나 경주 등 경상지역의 것이고 허리춤에 찬 돌화살촉은 호남지역의 것으로 한 무덤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돌화살촉이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종합해 보면 이 고인돌묘에 묻힌 사람은 군사들을 이끌던 장수로 전쟁 중에 상대방이 쏜 돌화살촉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는 추론이 가능하지요. 돌화살촉이 명중하자 군사들이 황급하게 빼내는 과정에서 돌화살촉 끝부분은 머리에 박힌 채 동강이 났으며, 부러진 나머지 돌화살촉은 적군의 물품을 함께 묻는 장례의식에 따라 널돌 아래쪽에 매장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전쟁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렇게 장수의 무덤까지 조성한 것으로 미뤄 승리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전쟁에서 진 패장이라면 돌화살촉과 돌검까지 넣어 묻어주었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승리한 쪽에서 적군의 무덤을 마련해주었을 이유도 더욱 없겠지요. 무덤에서 출토된 돌화살촉은 신석기시대부터 사용된 무기이며, 돌검은 청동기시대의 전쟁도구랍니다.

청동기시대는 농사 짓는 땅을 확보하기 위해 집단간의 싸움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청도 신당리 고인돌묘는 당시 잦은 전쟁에 의한 통합이 이루어지는 사회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랍니다. 땅을 빼앗는 대가로 목숨을 잃은 장수. 청동기시대나 지금이나 전쟁의 비극은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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