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정 온기의 비밀을 찾아서

경복궁 후원에 조성된 연못, 향원지 한가운데 자리한 향원정은 아래위층이 똑같은 크기의 정육각형 정자다. 1층에는 평난간을 두른 툇마루를 두었고, 2층 바닥 주위로는 계자난간을 두른 툇마루를 두었다. 향원정은 경복궁 후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예술적 건축물로서도 가치가 높지만, 정자 건물로는 드물게 난방 시설을 갖춘 독특한 구조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향원정의 난방 시설은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라서 아궁이가 설치된 형태로 미루어 난방을 위한 온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 정확한 온돌 형태와 연도(煙道, 연기가 나가는 통로)는 알 수 없었다.

깊숙이 감춰져 있던 향원정의 온돌 구조가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의 해체보수 공사, 2019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경복궁 향원정 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향원정 해체보수 공사는 몇 차례 보수에도 기울어짐과 뒤틀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결정됐다. 해체 조사 결과 건물 기울어짐의 주원인은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 방향 초석(楚石, 주춧돌)을 받치고 있던 초반석에 생긴 균열 때문이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향원정의 안전을 위협했던 정확한 원인과 함께 미제로 남아 있던 향원정의 독특한 온돌 구조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향원정을 더 오래, 더 온전하게

향원정 온돌 구조 중 주요 난방 시설인 구들장은 온돌 바닥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남아 있지 않았지만 고래둑*, 개자리**, 연도가 확인됐다. 방은 건물 기단 안으로 기와를 깨서 넓게 펴고 그 위로 석회가 섞인 점토를 다지는 것을 교차로 반복해 기초를 조성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초 바깥으로 방고래와 개자리를 둘렀다.

 방바닥 전체에 여러 줄의 고래를 놓아 데우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방 가장자리에만 난방이 되는 매우 독특한 구조다. 그동안 연막실험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연도는 향원정 외부 기단 하부를 통과해 섬의 동쪽 호안석축(護岸石築)*** 방향으로 연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남아 있는 양상으로 미루어 아궁이에서 피워진 연기를 별도의 굴뚝을 통과하지 않고 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게 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향원정을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하기 위한 보수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향원정 보수와 발굴조사 관련 내용은 향원정 전면에 설치된 ‘경복궁 향원정 홍보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으로, 온돌에서 불길과 연기가 지나가는 통로 **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방고래보다 깊이 파놓은 고랑 *** 강이나 호수 둘레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돌로 만든 벽

자료 출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 사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