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파로 땅속 유적 분포를 탐지하다

물리탐사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고고학적 용도로는 지하투과레이더 탐사법을 주로 사용한다. 지하투과레이더 탐사법은 병원에서 수술하기 전 시행하는 X선 촬영이나 초음파검사와 비슷해서 땅을 파 보지 않고도 유적 유무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공중에 쏘아서 비행기나 미사일을 탐지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지하투과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땅속으로 쏘아 물체를 탐지한다. 전자기파가 땅속 물체에 반사되어 오는 신호를 수신하고, 반사의 세기와 시간 그리고 위치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전자기파는 땅속을 지날 때 토질의 특성에 따라 빛의 속도보다 조금 감소하며 에너지가 빠르게 감쇠(減衰)해 파장이 도달하는 깊이가 줄어들지만, 최대 2m 깊이에서 지름 10cm 크기의 돌까지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지하투과레이더 탐사는 조사구역 안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전자기파를 쏘고 받는 반복적인 작업과 컴퓨터 분석 과정으로 진행된다. 물체가 있는 곳은 반사 세기가 커지며 붉은색 계열로, 흙만 있으면 반사 세기가 약해지며 파란색 계열로 표시되어 유적분포지도를 그려 낼 수 있다.

지하투과레이더로 문화재의 속사정을 엿보다

최근에는 지하투과레이더 탐사를 이용해 경주 첨성대 주변에서 다양한 매장 문화재를 발견했다. 현재의 지표 아래 0.4~0.6m 깊이에서는 첨성대 주위에 배치되어 있는 지름 15m의 원형 물체 12개가, 0.7~1m 깊이에서는 첨성대를 중심으로 하는 정면 4칸, 측면 3칸의 건물터가 확인됐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큰 지진에도 꿋꿋하게 버텨낸 첨성대의 기초시설도 지하투과레이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화성의 건릉(조선 22대 왕 정조와 왕후의 합장릉)에서도 의미 있는 탐사 결과가 나왔다. 조선 왕릉의 상설도에 따르면 향어로의 좌편엔 수라간이, 우편엔 수복방이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건릉에서는 최근에 복원된 수복방만이 향어로의 좌편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하투과레이더로 탐사한 결과 정면 3칸, 측면 1칸의 수복방과 같은 크기의 수라간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수복방 북편에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향어로 주변으로는 배수시설로 추정되는 나뭇가지 형태의 유구도 확인됐다.

이처럼 지하투과레이더 탐사법은 고고학적 측면에서 비교적 구체적인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다. 앞선 비유처럼 고고학적 발굴은 환자를 수술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적절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물론 지하투과레이더로 땅속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토양과 유적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도 문화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고고학자가 예측 가능한 발굴조사를 실현하고 적절한 예산과 조사 기간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글. 오현덕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