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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17)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
글쓴이 tntv 등록일 [2020.02.03]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17)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

박물관 수장고에 처박아두고 60년동안 어떻게 모를 수 있나

미국 잡지 ‘라이프(LIFE)’는 1951년 8월 20일자 ‘병사의 기념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명성황후 집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표범 양탄자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표범 48마리의 가죽을 붙여서 만든 이 양탄자(길이 5.6m 폭 2.5m)는 한국전쟁 때 파병된 미군 병사 휴 길트너(당시 27세)가 51년 5월, 서울 길거리에서 15만환(25달러)에 매입한 후 미국으로 유출했다는 겁니다.

길트너는 양탄자를 구입한 후 미국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아주 괜찮은 한국 표범 가죽 카펫(양탄자)을 샀습니다. 부모님께 보내 드리겠습니다.” 51년 6월 16일 길트너 집안에 군용 백에 담긴 양탄자가 국제택배로 배달됐다는군요. 하지만 양탄자는 너무 큰 탓에 길트너 집의 응접실에 깔 수가 없어 모피 판매상에게 보관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모피상은 한국에서 건너온 이 진귀한 보물을 언론에 공개했지요. 그러자 한국 뉴욕 총영사관이 반환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답니다. 이 표범 가죽은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국보급 보물로서 경복궁의 명성황후 궁실에서 도난당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미 세관은 길트너 부모로부터 표범가죽 카펫을 압수했고 덴버에서 압수물로 보관하고 있다가 곧 한국으로 보냈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 기록보존소에 한국으로 반환했다고 명시된 이 양탄자의 행방이 60년 동안 묘연했습니다. 정상적인 반환절차를 거쳤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어야 하는데 이 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배달사고가 났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당시 최고의 실세가 빼돌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일기도 했지요.

그러다 지난해 11월 인터넷의 한 블로그에서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시민단체가 문화재청과 외교통상부에 행방을 묻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가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 일주일 만인 지난 26일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로 보이는 유물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덕근201’이라는 관리번호를 단 이 표범 카펫은 세로 6줄의 무늬가 있고 테두리에 붉은 천 장식이 있는 점, 48마리 표범의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크기가 대체로 일치하는 점, 뒷면에 황실용임을 뜻하는 자두(오얏) 꽃(李花) 문양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와 동일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찾을 수 없다던 유물이 어떻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나온 것일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은 “1969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이관받은 ‘덕근’ 유물의 하나로, 63년 5월 3일 덕수궁미술관의 소장품 목록에 등장하는 것이 현재까지 남은 가장 이른 기록”이라고 설명합니다. 목록에는 ‘표피’(豹皮)가 아닌 ‘호피’(虎皮)로 등재돼 있답니다. 문화재 관리 당국인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유물을 수장고에 두고서도 60년 동안 어떻게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아리송할 뿐입니다.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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