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18 03:01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실 개관… 미라 상설 전시는 국내 처음
중앙아시아실·중국실 등도 새롭게 개편해 볼거리 풍성
아마포로 감싼 고대 이집트 미라가 전시장 한복판에 누워 있다. 미라 윗단에 놓인 관에는 망자가 사후 세계에서 이루고 싶은 소망들이 그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영원한 삶을 위해 몸이 보존돼야 한다고 믿은 그들은 죽은 자의 뇌와 내장을 제거하고 방부 처리를 한 뒤 아마포로 꼼꼼히 쌌다.
이집트 미라를 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이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 아시아관을 새롭게 꾸민 '세계문화관'을 16일 공개했다. 이집트실이 신설됐고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실, 중국실을 대폭 개편했다. 세계문화관 전체 전시품 443건 531점 중 가장 눈길 끄는 유물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에서 빌려온 고대 이집트 유물 94점. 2700년 전 제작한 토티르데스 관〈아래 사진〉과 미라,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 추정되는 왕의 머리, 석회암으로 만든 람세스 2세 얼굴, 금·은·수정으로 장식한 따오기 관〈위 사진〉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고대 이집트전(展)은 동서양 불문하고 '흥행 불패(不敗)' 아이템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선 2009년과 2016년 이집트 문명을 주제로 특별전이 열렸다. 석 달 동안 각각 44만8208명과 34만3547명이 몰렸다. 윤상덕 학예연구관은 "둘 다 기간이 짧았고 유료 특별전이었지만, 이번 전시는 2021년 11월 7일까지 2년간 이어지는 상설전인 데다 무료여서 많은 분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물관은 이집트 전시가 끝나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협력해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을 소개하고, 이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이슬람 문화 전시를 계속해 열 계획이다.
새로워진 중앙아시아실과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도 돌아보길 권한다. 중앙아시아실에는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에서 발견된 창조신 '복희와 여와' 그림 진품이 오랜만에 나왔고, 인도·동남아시아실에선 간다라 보살상과 함께 박물관이 최근 구입한 마투라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중국실 개편 작업에는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배기동 관장은 "동서양 주요 문명을 1~2년 단위로 전시하는 세계문화박물관으로 거듭나겠다. 이집트실은 그 첫 번째 기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