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1.19 03:00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서해 바다서 발굴된 난파선 8척, 수중문화재 3만점 관리차 건립
2009년 나온 '마도 1호선' 4년간 작업해 실물 크기로 복원
공물로 바쳤던 곡식·청자 등 과거 생활상·사회상 볼 수 있어
800년 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고려 선박이 되살아났다. 천장까지 높이 솟은 돛대, 한껏 치켜올린 뱃머리가 위풍당당하다. 길이 10.8m, 너비 3.7m, 돛대를 포함한 높이가 무려 18m에 이른다. 지난 2009년 발굴된 '마도 1호선'을 4년간 복원 작업 끝에 재현한 것이다. 선박 뒤에 펼쳐지는 대형 영상 속에서 파도가 배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출렁거렸다.
이미지 크게보기'바닷속 경주'라 불리는 서해의 보고(寶庫)가 열렸다. 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전면 개관했다. 서해에서 발굴된 난파선 8척과 수중 문화재 3만여 점을 보존·관리·전시하기 위해 건립됐다.
◇옛 사람들 생활상 그대로… 바닷속 타임캡슐
전시의 주인공은 1·2층 통층으로 놓인 '마도 1호선'. 고려 희종 4년(1208) 전남 포구에서 닻을 올린 이 배는 곡물과 도자기, 특산품을 가득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 태안 안흥량에서 침몰했다.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조류가 빨라 예로부터 난행량(難行梁)이라고 했던 곳이다. 선박은 곡물 1000석(51t)을 견딜 수 있는 규모. 선체 옆엔 곡물 가마니와 짚 끈으로 동여맨 청자 접시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실제 선적된 양상을 재현했다.
◇옛 사람들 생활상 그대로… 바닷속 타임캡슐
전시의 주인공은 1·2층 통층으로 놓인 '마도 1호선'. 고려 희종 4년(1208) 전남 포구에서 닻을 올린 이 배는 곡물과 도자기, 특산품을 가득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 태안 안흥량에서 침몰했다.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조류가 빨라 예로부터 난행량(難行梁)이라고 했던 곳이다. 선박은 곡물 1000석(51t)을 견딜 수 있는 규모. 선체 옆엔 곡물 가마니와 짚 끈으로 동여맨 청자 접시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실제 선적된 양상을 재현했다.
우리나라 수중 발굴의 역사를 보여주는 도입부부터 볼거리가 많다. 조·메밀·볍씨 등의 세곡류와 공물로 바쳐진 사슴뿔과 상어뼈, 지역 특산품을 담아 운반했던 도기 항아리 등 유물 1000여 점이 가득하다. 청자 대접과 백자 등을 6단 진열장에 층층이 깔았고, 보물로 지정된 '청자 두꺼비 모양 벼루',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 명품 고려청자도 대거 나왔다.
배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뱃사람들의 흔적과 생활도 볼 수 있다. 오연주 학예연구사는 "마도 1호선에는 선원 11~14명이 승선해 20~30일 항해할 수 있는 물자가 실려 있었다"고 했다. 해저에 가라앉은 고선박에선 검게 그을린 돌과 땔감으로 짐작되는 솔방울, 철제 솥과 시루, 무료함을 달랬을 장기알이 나왔다. 태안선 발굴 때 나온 인골도 소개된다. 키 160㎝의 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사람은 화물에 깔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귀영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화물표로 쓰인 목간(木簡)과 죽찰(竹札)엔 당시 바다를 통한 물자 유통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보가 들어있다"며 "난파선과 그 안에 실려 있는 유물들은 특정 시점의 과거 생활상과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닷속 타임캡슐"이라고 했다.
◇태안 앞바다는 난파선들의 무덤
마도 1~4호선이 발굴된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섰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불고 파도가 몰아쳤다. 진호신 연구관은 "태안 안흥량은 진도 울돌목, 강화 손돌목, 장산곶 인당수와 함께 물길이 험한 4대 험조처로 꼽혔다"며 "안개·바람·조류·바위의 악조건이 합쳐져 침몰 사고가 잦았다"고 했다.
고려를 찾은 송나라 문인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안흥량을 지나던 순간을 이렇게 썼다. "파도 앞 돌부리 하나가 바다로 들어가 있어서 물과 부딪쳐 파도를 돌려보내는데, 놀란 여울물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천만 가지로 기괴하여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진 연구관은 "이 바닷속에 아직도 수많은 고려·조선 선박이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뱃사람들의 흔적과 생활도 볼 수 있다. 오연주 학예연구사는 "마도 1호선에는 선원 11~14명이 승선해 20~30일 항해할 수 있는 물자가 실려 있었다"고 했다. 해저에 가라앉은 고선박에선 검게 그을린 돌과 땔감으로 짐작되는 솔방울, 철제 솥과 시루, 무료함을 달랬을 장기알이 나왔다. 태안선 발굴 때 나온 인골도 소개된다. 키 160㎝의 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사람은 화물에 깔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귀영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화물표로 쓰인 목간(木簡)과 죽찰(竹札)엔 당시 바다를 통한 물자 유통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보가 들어있다"며 "난파선과 그 안에 실려 있는 유물들은 특정 시점의 과거 생활상과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닷속 타임캡슐"이라고 했다.
◇태안 앞바다는 난파선들의 무덤
마도 1~4호선이 발굴된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섰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불고 파도가 몰아쳤다. 진호신 연구관은 "태안 안흥량은 진도 울돌목, 강화 손돌목, 장산곶 인당수와 함께 물길이 험한 4대 험조처로 꼽혔다"며 "안개·바람·조류·바위의 악조건이 합쳐져 침몰 사고가 잦았다"고 했다.
고려를 찾은 송나라 문인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안흥량을 지나던 순간을 이렇게 썼다. "파도 앞 돌부리 하나가 바다로 들어가 있어서 물과 부딪쳐 파도를 돌려보내는데, 놀란 여울물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천만 가지로 기괴하여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진 연구관은 "이 바닷속에 아직도 수많은 고려·조선 선박이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