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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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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열린 곳으로 분다고 합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엔 길도 열려 있게 마련입니다. 인천시민을 사랑하는 인터넷신문 ‘i-view’가 새로운 기획 ‘바람결 따라 골목길 걸어’를 연재합니다. ‘바람결 따라 골목길 걸어’는 이 시대 인구 300만의 인천이란 도시의 속살을 만나는 특별기획입니다. ‘i-view’는 인천사람들이 살아가는 ‘우리 동네’를 하나하나 찾아가 그들 삶의 이야기와 자연을 만나고, 문화유산, 집, 전통시장 같은 공간과의 대화도 시도할 것입니다. 인천의 하늘 아래 우리 인천시민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마을의 참모습을 그려보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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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평풍물축제 27일~29일, 신명으로 내일 열다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리고 소나기가 대지를 두드리듯, 세상의 만물이 깨어나 노래를 부르듯, 징 꽹과리 북 장고 소리가 부평 평야에 울려 퍼진다.

새파란 가을하늘과 황금빛깔의 알곡들이 지평선으로 맞닿은 대지 위에서 흰 옷 입은 사람들은 춤을 추고, 알곡들은 천천히 금물결의 바다로 출렁인다.  

해마다 가을이면 부평지역은 벼 베는 소리와, 바람과 비 햇살의 소리 같은 농악으로 들썩들썩했다. 천지신명께 광활한 평야가 선물한 곡식에 감사하고, 한여름 뙤약볕에서 구리빛 피부를 태워가며 농사를 지은 농부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엄숙하면서 신명나는 의식이었다. 논일이 고될 때는 힘을 주는 것도 농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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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인천광역시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된 ‘삼산두레농악’은 농기구를 앞세우고 악기와 노래를 하며 행진을 하는 예술이다. 행진할 때엔 길군악 장단을, 논일을 할 때는 북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영좌(우두머리)가 북을 치며 선창을 하면 사람들은 “엘렐레 상사디여~”란 뒷소리로 화답하며 모를 심고 벼를 베었다.

가락도 북도 힘이 넘쳐났다. 길군악, 길채, 마당일채, 자진가락, 더드래기(굿가락), 삼채(삼동지), 좌우치기, 굿거리, 동라삼채, 인삼굿 등 가락의 종류만도 10개에 이른다.

오는 9월 27일~29일 부평대로에선 삼산두레농악을 만날 수 있다. 제 23회 부평풍물대축제는 공연, 거리, 시민 예술 모두 3개의 큰 테마로 진행된다. 삶의 희망을 주는 공감의 장을 지향하고 단절과 분리를 벗고 소통과 화합으로 나아가며 다양성 제고를 통한 참여의 장으로 만들어가자는 게 이번 축제의 모토다.

공연예술에선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11호인 우리나라 6대 농악이 펼쳐진다. 대학생들의 전통연희공연과 창작연희 페스티벌, 젊은 명인전도 준비됐다.

거리에선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시민참여 퍼포먼스-도전! 다함께 부평’과 거리행진인 ‘전진하라 부평’, 버스킹공연 선물세트인 ‘렛츠고 부평’, 풍물난장을 만난다. 부평 愛 함께하다, 비보이 배틀 & 디제이 파티, 경연대회도 놓치기 아까운 참여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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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창지대 부평평야 삼산동엔 아파트, 문화역사체육시설 들어서

부평풍물축제는 평야지대이자 곡창지대였던 부평문화권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광활한 평야지대였던 부평에서 사람들은 오래도록 농경문화권으로 살아왔고, 고된 농삿일을 즐겁고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 두레농악이 발달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삼산동에서 발원한 두레농악은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지역대표 공연예술제로 선정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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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동은 이 일대에 구릉처럼 올라와 있던 갈산, 영성산, 금산 등 3개의 산 아래 있는 동네란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삼산동은 본래 부평군 서면 후정리였다. 그런데 1914년 일제는 행정구역개편을 통해 삼산동을 부천군 부내면 후정리로 개편한다. 이 때 부평지역은 대부분 부천군으로 편입된다. 부천은 부평의 ‘부’(富)자와 인천의 ‘천’(川)자를 합쳐 만든 지명이다. 경기도의 일반전화 지역번호는 모두 031인데 부천만 인천과 마찬가지로 032인 까닭은 이 같은 당시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결과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삼산동엔 ‘매뜰’ ‘장두못’ ‘벼락바위’와 같은 이름들이 여전히 떠다닌다. 매뜰은 부평~부천을 잇는 ‘평천로’의 들판을 가리켰던 말이다. 새별이(효성동) 골짜기에서 발원한 목수천 시냇물이 이곳으로 지나가지만 물이 적고 메마르기 일쑤여서 붙여진 이름이 매뜰이다. 장두못과 벼락바위는 삼산동과 부천의 경계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천 합류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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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동은 아파트와 상가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많은 역사·문화·교육·체육 시설들이 존재한다. 대규모 국제경기나 행사가 치러지는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부터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즐기면서 배우는 공간인 ‘부평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과 지진, 화재, 풍수해 등을 경험하고 훈련하는 ‘재난체험관’이 그것이다.

부평역사박물관과 부평문화원은 부평의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며 부평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전시를 통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은 구월농산물도매시장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농산물도매센터이다. 이 곳에선 매일 새벽 싱싱한 야채와 달콤새콤한 과일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 도매상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들이 많이 발걸음을 한다.

칡 많았던 갈산동, 갈산근린공원, 새갈공원 등 시민휴식공간으로 인기

삼산동 서쪽에 맞닿아 있는 갈산동은 상가와 연립주택, 소규모 공장들이 혼재하는 동네다. 얼핏 보면 작은 연립주택과 공장들만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 같지만 갈산동의 속살은 겉과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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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가 지키고 있는 논과 보리밭길, 고추며 상추가 무성히 자라는 밭, 주민들이 가을바람을 즐길 수 있는 원두막…. ‘갈산공원’(부평구 갈산동 130의 1 일원)은 갈산동을 푸르게 가꾸는 별천지다. 부평구는 이 공원을 도시농업과 연계한 생태체험공원으로 가꾸었다. 우물과 물레방아, 널찍한 공연장까지 갖춘 갈산공원은 이 동네 사람들의 편안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했다.

갈산동엔 이름만 남은 ‘새갈’이란 지역이 있다. 갈산1동 주공아파트 단지 안 ‘새갈공원’이 그것인데 여기서 새갈은 ‘새로운 갈산동’이란 뜻이다. 경인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 이 도로는 국방도로란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1943년 국방도로를 건설할 때 새갈지역에서 흙을 퍼다 건설하다보니 이곳은 평지처럼 돼 버렸다. 여기에 집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신갈이란 이름을 가졌고, 나중에 새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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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동이란 동명은 부평정수장과 연관이 있다. 부평공단 건너편 부평정수장(부평정수사업소, 부평구 부평대로 332) 자리엔 과거 야트막한 산 하나가 있었다. 부평은 평야지대였으므로 산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아무튼 이 부근에선 높은 지대에 속하는 곳이었다. 삼산 가운데 하녀였던 ‘갈산’이란 이름의 이 산엔 칡이 많아 집을 지을 때도 칡을 사용할 정도였다. 갈산동의 갈(葛)자도 ‘칡 갈’자이다.

갈산엔 상수도 수원지가 자리를 잡았고 영성산은 국방도로 축조 때 토취장으로 사라졌으며 금산은 부평공단이 조성되면서 평지가 되었다. 부평평야이자 곡창지대였던 삼산·갈산동의 흔적은 부평풍물축제로만 남아 인천의 가을하늘에 푸르게 푸르게 메아리치는 중이다.

글· 사진 김진국 총괄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