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람들의 가장 큰 소망은 도시에 나간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소청도 주민들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강인한 정신력과 섬에서의 적응으로 질곡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소청1리(예동)과 2리(노항동)로 나뉘어 주민과 행정기관 근무자, 군인 등 합쳐서 250명 정도가 사는 작은 섬입니다. 북쪽으로는 대청도와 백령도가 있습니다.

황해도 해안하고 가까워 일찍부터 그곳사람들이 많이 정착해 살아온 섬이지요. 자연환경은 때 묻지 않고(육지사람들이 많이 안 들어오니까요) 주변의 바다는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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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 일부 주민들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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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내려 언덕을 넘어가면 예동입니다.

예동해변 바닷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콘크리트 석축이 사각으로 불뚝 올라와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스트로마톨라이트(원생대의 물질들이 바위로 변하여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층과 컬러가 남아있는 돌)를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접안시설이었습니다.

역사를 조금 알면 섬이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섬에서 슬픈 역사를 알면 더욱 사진의 깊이가 더 해집니다. 사진가로서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느끼는 많은 것들에 대한 또 다른 삶의 가치를 느끼는 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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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바위 앞에서 보는 일출, 이곳에서 스티로폴로 만든 배를 타고 나가 미역, 다시마를 채취한다.

▲​예동의 마을 집들이고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꽤나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이 되고 1946년 어느 가을날, 바닷가에 떠밀려온 기뢰(물 위에 떠있는 폭탄)를 마을 분들이 해체하는 순간 폭발하여 67명의 사상자를 냅니다. 마을의 모든 가족들이  1-2사람씩 희생자가 된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위령제 한 번 변변히 못하다가 필자가 작년 12월 초에 마을분들과 같이 ‘평화의 바다, 소청도를 보듬다’라는 제목으로 위령제를 지냈습니다. 행위예술가와 타악팀이 들어가 1주일을 같이 보냈습니다.  

▲​소청도에서 사용하는 채취도구들로 홍합, 굴, 미역, 해삼, 등 모두 해산물에 따라 서로 다른 도구를 사용합니다.

소청도를 또 가고 싶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풍광으로는 말할 것 없고요. 아직도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면 왜 내가 이 자리에 있는지를 새삼 느낍니다. 섬은 반겨준다기 보다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진가의 시선에서도 자연풍광보다는 마을의 투박한 건물과 물건들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역사가 남긴 흔적들을 찍어갑니다.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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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풍광입니다. 하지만 저녁에도 좋습니다.
인천의 섬 중에서 아마도 이런 풍광은 소청도에만 있습니다.
고즈넉한 빛과 흰 바위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합니다.

동쪽 끝자락 분바위는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예술작품을 만나는 곳입니다. 거대한 흰 바위의 틈에 앉아 있으면 뒤에서 찬바람이 등으로 휘몰아 들어옵니다. 앞을 바라보면 파도가 거품을 일으키며 자연산 홍합들이 숨을 쉽니다. 홍합밭입니다. 그렇다고 캐지는 마세요. 마을 분들의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민박집에서는 사시사철 나는 나물과 생선, 그리고 홍합, 까사리 등 뭍에서 보기 힘든 반찬이 풍성합니다.

분바위 앞 적당하게 뚫린 바위의 고인 바닷물에서는 수없이 많은 생물이 사는 수족관입니다. 자세히 눈여겨보면 우주가 보입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세계가 드러납니다. 역시 시간을 잘 맞추어 가야합니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진 간조시간에 아침이나 저녁을 맞추어 가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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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바위 앞의 작은 우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분바위 앞, 섬 여행 중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으로 이곳을 추천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이곳 등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습니다.

또 한 곳의 우주는 서쪽 소청등대입니다.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치된 등대였고 서북쪽 바다와 멀리는 산동반도까지 보입니다. 일제를 거쳐 오늘까지 소청도를 지켜온 상징이며 흰 구조물이 우리를 압도합니다.

역시 소청도의 키워드는 흰색입니다. 분바위, 그리고 등대, 그리고 흰 마을 분들의 친절함(?), 이것이 소청도의 여행 포인트입니다. 노화동도 꼭 가보세요. 여기는 아늑한 대나무에 둘러쌓인 홍어를 많이 잡았던 동네이고 풍광이 마치 그리스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주황색으로 통일된 지붕과 바닷가의 진기한 배들….  이것들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노화동 해변에 파도를 막기위해 설치한 석축

글· 사진  류재형 자유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