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30 03:00
구한말 우국지사 매천 황현
초상화 속 안경부터 벼루 등 생활 유품 54점 등록문화재로
구한말 우국지사이자 시인인 매천 황현(1855~1910)은 20대부터 안경을 썼다. 심한 근시에다 오른눈은 사시(斜視)여서 시력이 나빴다.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채용신(1850~ 1941)이 그를 그린 초상화도 안경 낀 모습이다. 동그란 안경 너머 보이는 매서운 눈매, 살짝 다문 입술이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현이 1910년 경술국치 소식을 접하고 목숨을 끊은 뒤, 채용신은 생전에 찍은 그의 사진을 보고 터럭 한 올까지 되살려 그렸다.
이 그림에 나오는 둥근 안경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제7차 회의에서 "매천 황현의 안경 3점과 안경집 5점, 벼루 3점을 포함해 책장, 호패, 휴대용 목침, 도장 등 문방구와 생활 유물 54점을 문화재로 등록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 5월 '매천야록' '절명시첩' 등 황현이 남긴 문집이 문화재가 된 데 이어 그의 체취가 남은 유품까지 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하려는 것이다. 위원들은 "19세기 후반부터 1910년까지 살았던 우국지사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다 이 시기 선비들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가치가 크다"며 "종류도 다양하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고 인정했다. 황현의 후손들이 4대를 걸쳐가며 소중히 보관해왔다고 한다.
가장 눈길 끄는 건 길이 10.5㎝, 안경알 지름 3.5㎝의 안경. 1909년 김규진이 서울의 천연당(天然堂)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과 채용신이 그린 초상화 속 안경의 실물이다. 이정수 한빛안경박물관장은 "안경 두 알 사이의 연결 고리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영지(靈芝) 문양인데 그 시대 우리나라 안경의 특징"이라고 했다.
안경집 5점 중 한 점에는 영문과 한글로 각각 'Severance Hospital Seoul Korea'(한국 서울의 세브란스병원)과 '제중원' 글자가 금박으로 찍혀 있다.
꼿꼿한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물이 많다. 전남 광양 출신인 황현은 강위·이건창·김택영과 교유하며 격변의 구한말을 예리한 눈으로 기록했다. 20대에 1만권의 책을 독파하고, 시(詩) 2000여 수를 지었다. 그가 지은 시가 새겨진 벼루도 문화재 목록에 포함됐다. '바탕이 올곧으며 아름다운 게/ 덕을 지닌 군자의 빛과 같으니/ 오래도록 진실로 좋아하리라.' 책 1000권을 소장했다는 그가 사용했던 3단 책장도 근대 유학자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가장 눈길 끄는 건 길이 10.5㎝, 안경알 지름 3.5㎝의 안경. 1909년 김규진이 서울의 천연당(天然堂)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과 채용신이 그린 초상화 속 안경의 실물이다. 이정수 한빛안경박물관장은 "안경 두 알 사이의 연결 고리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영지(靈芝) 문양인데 그 시대 우리나라 안경의 특징"이라고 했다.
안경집 5점 중 한 점에는 영문과 한글로 각각 'Severance Hospital Seoul Korea'(한국 서울의 세브란스병원)과 '제중원' 글자가 금박으로 찍혀 있다.
꼿꼿한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물이 많다. 전남 광양 출신인 황현은 강위·이건창·김택영과 교유하며 격변의 구한말을 예리한 눈으로 기록했다. 20대에 1만권의 책을 독파하고, 시(詩) 2000여 수를 지었다. 그가 지은 시가 새겨진 벼루도 문화재 목록에 포함됐다. '바탕이 올곧으며 아름다운 게/ 덕을 지닌 군자의 빛과 같으니/ 오래도록 진실로 좋아하리라.' 책 1000권을 소장했다는 그가 사용했던 3단 책장도 근대 유학자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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