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수집부터 학술연구까지, 가네코 선생의 뿌리 찾기

2005년 10월 용산에 신축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문화 이외에도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권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자 아시아관을 신설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을 접한 가네코 선생은 국내의 문화계 지인을 통해 아시아 각 지역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선뜻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1925년 1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가네코 선생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에 급우들과 함께 연구모임을 조직하여 근교의 유적에서 토기 등을 수집하는 등 이미 ‘고고학 소년’의 자질을 보였으며, 수집한 유물 수백 점으로 교내에서 ‘향토 전람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 때에는 도쿄대학의 교수에게 토기에 관한 전문지식을 사사하는 등 이미 고고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으며, 국학원대학(國學院大學)에 진학하여 일본사와 고고학, 민속학을 수학하였다. 전후의 혼란기를 거쳐 생활이 안정된 이후에는 아시아 탐방의 길에 나섰다. 평소에 김해 김씨후손임을 자처하며 한국 각지에서 일본 문화의 뿌리 찾기 작업에 몰두한 가네코 선생은, 이후 30년 동안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및 서아시아 각국을 약 400차례에 걸쳐 방문하며 다양한 학술조사를 전개하였다. 그 결과 「민족조형(民族造形)」이라는 새로운 인간학의 장르를 개척하게 되었다. 한편 가네코 선생은 아시아 각지의 조사과정에서 방대한 민족조형 자료를 수집하였다. 비록 수집품의 제작연도는 오래된 것들이 아니지만, 과거 수세기 동안 변함없는 제작기법과 재료로 만들어진 고유한 민족조형품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각지의 급격한 현대화에 따른 개발 과정에서 이들 장인의 제작기법이 끊긴 지금에는 그 어디에서도 이들 전통기법으로 제작된 물품들을 접할 길이 없다. 이와 같이 가네코 수집품은 현지를 직접 답사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장인이 직접 제작하였거나 혹은 현지인이 장기간 사용하고 있었던 생활용품을 직접 입수한 것이기 때문에, 여타 관련 박물관의 소장품에 비하여 수집품의 내력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제작방법 및 재료 등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정보가 갖추어져 있어 박물관의 전시품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질과 양에서 뛰어난 기증 문화재

가네코 선생이 기증한 아시아 각지의 민족조형품은 그 출처가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30여국에 이르며, 크게 고고유물, 종교 관련 유물, 실생활 유물, 기예 관련 유물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기증품은 아시아 각지의 일반 서민들이 생활용구로서 사용하였던 도구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칠기류(漆器類)의 경우 지역에 따라 형태나 제작기법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용도에 따른 종류 또한 다양하여, 세계의 어떠한 컬렉션보다 질과 양에 있어서 뛰어나다. 가네코 선생이 기증한 아시아 각지의 의식주 전반에 걸친 민족조형품 천여 점은 국내의 교육현장과 문화계에서의 중국 편중 현상을 극복하고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는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개관 이래 세 차례의 기획전시를 개최하여 기증 문화재를 보다 심도 있게 소개하는 장을 마련한 바 있다. 선생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기증 이후에도 한국을 자주 찾아 국립민속박물관에도 아시아 각지에서 촬영한 필름자료 1만여 점을 기증한 바 있으며, 이어서 일본의 규슈국립박물관, 베트남의 민족학박물관에도 기념실을 설치하였고, 2016년 3월에는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공예관에서 세리자와 게이스케(芹澤銈介)의 디자인 자료를 기증하여 특별전시를 개최하였다. 선생의 소장품 전시를 위한 기획의욕은 식을 줄 몰랐다.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전시 종료 후, 가네코 선생을 예방한 필자는 컬렉션과 조사자료 등을 모두 정리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그 자리에서도 선생은 한국 소장품 사진을 보여주며 그 유래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네코 선생과의 마지막 만남이 었다. 작년 5월 초 암으로 쓰러지신 후 열흘 후인 5월 20일에 서거하였다는 비보를 접하였던 것이다. 아시아의 거의 전 지역을 대상으로 철저한 필드워크에 기초한 견실한 학문세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작품을 수집하였던 가네코 선생은 전후 일본이 낳은 불세출의 학자이자,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표명하였던 세계인이자 문화인이었다. 가네코 카즈시게 선생의 명복을 빈다.

글. 민병훈(前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 일러스트. AM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