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축제 성료
서기 918년 음력 6월 15일. 왕건이 분열된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건국하였다. 1100년이 흐른 2018년.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분다.
정전 65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평화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순간에도 국제사회에 독립국가의 자긍심을 드높인 고려왕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 한반도 이남지역의 유일한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축제가 고려수도 강화에서 개최되었다.
▲팔만대장경 이운행렬
‘고려왕도, 찬란한 문화를 누리다’는 주제로 7월 27일, 28일 진행된 ‘강화고려문화축전’. 개막을 선포하는 고려 고종황제 행차와 팔만대장경 이운행사를 앞두고 하늘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열흘 넘게 계속되는 찜통더위의 기세를 꺾은 시원한 소나기. 한낮의 열기를 식힌 단비 덕분에 행사장 일대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개회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강화군 전역에 울려 퍼졌다. 몽골이 침략하자 고종은 수도를 강화도로 옮겼다. 고종은 국난 극복을 위해 대장경 제작, 팔관회 개최 등 문화를 활용한 군주였다. 고종 24년~35년(1237~1248)에 간행된 고려대장경은 8만 4천 법문을 실었다고 하여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는데, 대몽항쟁시기 도읍지였던 강도(江都) 즉 강화에서 제작되었다.
본래 강화성 서문 밖 대장경판당에 보관되어 있던 경판들은 조선 태조 시대 합천 해인사로 옮겨졌다. 대장경 판각 완료 후 경판 이동 행차를 표현한 이운행사는 박남춘 인천시장과 유천호 강화군수를 비롯하여 강화지역 주민들이 고려시대 의복을 착용하고 참가 하여 눈길을 끌었다. 대장경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진 모습을 보니, 법력으로 몽골군을 쫓아내기를 서원했던 선조들의 간절한 소망이 전달되어 뭉클했다.
▲팔만대장경 이운행렬
▲삼별초항쟁재현
본격적인 개막식이 펼쳐지고, 팔관회 재현행사가 열렸다.
삼국시대부터 열린 팔관회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재회를 통해 나라 안팎을 다스렸던 중요한 국가행사가 되었다. 팔관회연표에 따르면 ‘강도(江都)시대에도 팔관회는 계속 되었다.’고 한다. 강도시대의 팔관회는 안으로는 호족사회 발달로 통일성이 부족했던 고려를 문화적으로 통일시키고, 밖으로는 몽골, 거란, 탐라, 왜국의 사신과 상인의 문안을 받아 국제사회에 고려의 위상을 높였던 중대한 국가의례였다. 지난 7월 27일(토) 용흥궁공원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팔관회는 강도시대의 팔관회를 현재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행사였다. 관객들은 고려시대의 뛰어난 문화예술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던 팔관회를 관람하여 연신 탄성을 질렀다.
▲팔만대장경 판각체험
▲고려의복입기 체험
▲의정부에서 온 참가자(물레돌리기)
행사 둘째 날, 오전부터 체험부스를 찾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고려왕릉에서 출토된 고려무늬를 활용한 전통무늬 체험, 팔만대장경 판각, 고려청자 제작, 연등회와 팔관회에 매달았던 등 만들기, 몽골문화체험, 고려의복입어보기, 전통다례시연 등 고려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오감만족 체험프로그램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신문 기사를 보고 왔어요. 평소에 고려문화를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잖아요.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역사교육현장이다 싶어서 자녀들과 함께 왔습니다. 10시쯤 도착했는데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대만족입니다.”
고려청자 체험장에서 물레를 돌리던 의정부에서 온 참가자는 앞으로도 고려문화 행사가 매 해 열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오후 4시. 이북 땅이 바라보이는 승천포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걷기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개성에서 강화로 천도하기 위해 고려 고종이 걸었던 길을 걷는 행사다. 고려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고 한반도의 화합을 기원하는 여름꽃심기, 리본달기 등 평화를 염원하는 체험활동도 함께 진행 되었다.
▲삼별초항쟁 재현
저녁 어스름 무렵,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삼별초 항쟁 재현 퍼포먼스가 막을 올렸다. 1270년. 원종은 개경환도를 단행하는데, 이때 국토와 백성들을 철저히 유린한 몽골에 굴복할 수 없다며 대몽항전의 기치를 내걸고 끝까지 싸운 삼별초가 있었다. 삼별초 항쟁 재현 퍼포먼스는 대몽항전 대서사시를 연극, 음악, 무용으로 표현한 종합예술공연이다. 관객들은 삼별초의 저항정신과 긴박했던 당시 역사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무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박 2일 동안 강화로 떠났던 천 년 전 고려여행.
이번 축제를 계기로 고려시대의 찬란한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면 한다.
글 김세라 I-View 객원기자, 사진 나윤아 자유사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