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병원을 개업한 신태범 박사는 인천신사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개항 후 5~6년이 지나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거류민이 2천명에 가까워지자 그들은 정신적 구심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 무렵은 신생 명치 정부가 내세운 신도(神道) 정책에 따라 일본 각지에서 천황의 선조 천조대신(天照大神)을 배향한 이세황대신궁(伊勢皇大神宮)의 말사를 한창 설치하던 때였다. 인천에서도 드디어 1890년에 지금의 인천여상이 있는 고지 일대 약 7천 평을 사들여 인천대신궁(仁川大神宮)을 건립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나 총독정치가 자리를 잡자 성황당 같던 조그만 사전(社殿)을 헐고 크게 개축했다. 명치천황을 합사하여 인천신사로 개명하고 그간 정비한 경내를 동공원이라 했다.

광복과 함께 전국 신사 헐려

봄철의 벚꽃놀이와 가을의 신사제로 이미 1만5000명으로 불어난 일인들이 신나게 들끓었다. 우리는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나 볼 뿐이었고 끝내 그곳을 신사니 공원이니 하지 않고 경내에 있던 일본 요정 팔판루(八阪樓)의 이름을 따서 ‘팔판로’라고 불러왔었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늘어난 애국 행사에 우리도 끌려나가게 되었는데, 다음 해에 신외과를 개업한 의료보국단원이던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 신사가 광복 후에 인천에서 헐어치운 단 하나의 건물이라는 기록을 지니게 된 것은 통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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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범 박사의 글에서 보면 우리는 광복과 함께 전국의 신사를 헐어버렸다. 아마 전국에 신사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도록 철저하게 없애 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대구에 있는 신사였다고 할 정도로 신사는 우리에게 잊혀져 버린 기억이다. 그 치욕스럽던 현장이 없어지자 이제 우리는 그 과거를 진솔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 기억을 찾기 위해 인천여상에서 때 늦은 조각 모음을 해 본다.

개항의 여파가 거세게 불었던 1888년 인천 답동에 공동묘지가 설치됐다. 공동묘지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일본은 이어 현재의 인천 여상 자리에 신사를 설치하게 되었다. 신사는 일본이 천황의 위패를 설치했던 곳으로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 나라사람들에게 참배를 강요했던 치욕의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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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사의 모습은 사라졌으나 이를 말해주는 각종 석물들이 남아 있다. 그 석물들은 새로운 건축의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 한켠에 쌓여 있기도 하다. 물론 해가 거듭될수록 그 돌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그 돌들을 추적해 보면 ‘개항기념’이라는 각자가 새겨진 돌도 있고, 신사 입구에 세워졌던 ‘도리’의 돌기둥과 돌계단이 있다. ‘개항기념’이라는 각자가 새겨진 돌은 일본인들이 축항을 준공하고 그 기념식을 이곳에서 거창하게 시행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그 때를 기념한 돌인 것이다. 이름모를 석등도 그 때 인천신사에 있었던 것이다.

“역사를 잃어버리는 민족에게 희망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어두운 그림자 같은 역사도 이제 우리는 기억해야 하고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돌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천신사에 사용되었던 돌들이 그대로 나뒹굴고 있어 다른 신축 건축물 발생시 소요되면 멸실될 우려가 많아 보인다. 도리 기둥과 석등은 그대로 잘 보전되어 있고, 개항기념 각자석은 운동장 한편에 방치되어 있는데,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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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인천신사仁川神社(동공원) 자리(현 인천여상) 석물
 ㆍ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인중로 146 (신생동 25-1)
 ㆍ건립연도 : 1890년
 ㆍ형태 : 석조물


원고출처 : 골목길 숨은 보물찾기(2015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