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향교는 과거 향교의 역할이 그러했듯 현재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전통 유교문화를 알리는 일에 힘쓰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곳을 선비정신과 윤리·도덕을 실천하는 전당으로 삼고, 적을 두고 있는 유림의 솔선수범으로 전통예절교육에 앞장서 미풍양속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순창향교 전통 예절 및 선비문화체험’은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향교에서 즐기자! 전통놀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여가 생활로 즐겼던 ‘고누(땅이나 종이 위에 말밭을 그려 놓고 말을 많이 따거나 말길을 막는 것을 다투는 놀이), 쌍륙(두 편이 15개씩의 말을 가지고 2개의 주사위를 굴려 판 위에 말을 먼저 나가게 되면 이기는 놀이), 화가투, 아자카드(사람 수대로 카드를 나눠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놀이)’ 등의 놀이를 재현해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가투는 조선시대 서당에서 시조를 누가 빨리 암송하는가를 겨루는 놀이였는데 놀이를 이끄는 사람이 읊는 시조를 종장(終章)이 적힌 화가투 100장에서 빨리 찾는 놀이로 진행한다. 생소한 이름과 방식의 놀이지만 굳이 승자와 패자를 나누지 않고도 재미있게 놀 수 있게 만든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놀이이다. 아이들은 전래 놀이에 여러 가지 놀이가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잊히고 사라져 가는 전통놀이 문화의 재현을 통해 세대 간 격차 해소와 전통문화 공감대 확산을 고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향교에서의 백년해로! 전통혼례!’ 는 순창향교 야외 교정 또는 지정된 장소에서 신청한 부부들의 실제 전통 혼례를 무료로 치를 수 있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조선시대 전통혼례 시연 및 체험을 통해 우리 고유의 혼례문화를 보존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가정환경이 어려워 혼례를 치르지 못한 다문화 가정 두 쌍의 전통 혼례식을 거행하는 등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도 신청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본격 선비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관내 초·중학생과 유림이 함께 참여해 현재 우리들의 생활상과 조상들의 삶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순창향교뿐 아니라 순창객사, 귀래정, 설씨부인·신경준선생 유지, 삼인대, 낙덕정, 구암정, 어은정, 고려직제학 양수생 처 열부이씨려, 옥천부원군 조원길 묘및 묘표, 기타 타 지역 향교, 서원 등 순창 지역 유교선비 문화 관련 유적과 타 지역의 향교 및 서원 답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순창향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교 문화와 함께 노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느리게 노는 법의 미학을 가르치며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조선시대 선비들, 순창향교에 모였네!’로 사업명이 변경되었지만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전통 문화와 그 유산들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함께 지킬 것은 지키고, 향유할 것은 향유하기를 바라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계획이다.

글. 김진희 
출처:월간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