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8 03:00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발굴 조사 "5~6세기 막강한 권력 존재 했을 것"
지난 4월 11일, 경남 함안군청 문화체육관광실의 조신규(36) 학예사 등 세 명이 봉산산성을 조사하고 돌아오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있었다. 가야읍 가야리 289번지 일대 언덕에 이르자 굴착기가 산비탈을 깎고 있었는데, 그 절개면에서 좌우로 띠처럼 길게 이어진 검은 층(層)이 보였다. 조 학예사가 황급히 달려갔다. "중지! 작업을 당장 멈추세요!" 그것은 성벽을 쌓을 때 땅을 다지기 위해 만든 목탄층의 일부. 땅 주인이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작업하던 중 뜻밖에도 가야의 성벽 유적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달부터 이곳 일대를 발굴 조사한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7일 "아라가야(阿羅伽倻)의 왕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왕성(王城)의 실체를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강동석 연구관은 "대규모 토목공사로 축조된 토성과 목책(나무 울타리), 건물터를 발견했다"며 "5~6세기 이곳에 수많은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정치 권력이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어귀에서 500m 걸어 언덕을 오르니 굴착기가 깎아냈다는 그 경사면이 보였다. 보통 산비탈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인력으로 흙을 다져 쌓아올린 대규모 토성이었다. 높이는 8.5~10m, 상부 폭은 20~40m로 같은 시기 가야권 유적에서 가장 큰 성벽이다.
경사진 곳에 흙을 쌓고, 나뭇가지를 태워 목탄을 만드는 정지(整地) 작업을 벌인 뒤 성토를 다지고 파인 곳을 메우는 식으로 성벽을 쌓았다. 흙을 쌓는 과정에서 벽이 밀리지 않도록 나무 기둥을 세웠다. 성벽 위로 올라가니 2m 간격으로 쌓은 목책, 굵은 나무 기둥을 세웠던 흔적이 보였다. 침입자들이 성벽을 올라오더라도 목책에서 한 번 더 방어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반암을 인위적으로 파서 만든 밭 전(田) 자 모양의 사각형 구덩이(방형 수혈)였다. 이춘선 연구원은 "원통 모양 그릇받침인 통형기대(筒形器臺)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의례와 관련된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록에 '아나가야'나 '안라'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하는 아라가야는 금관가야·대가야와 함께 가야 연맹의 중심 세력을 이룬 나라였다. 서기 529년에는 백제·신라·왜의 사신을 초청해 '안라 고당(高堂)회의'라는 국제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성벽이 발굴된 가야리 일대는 1587년 편찬된 읍지(邑誌)인 '함주지'와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에서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추정돼 왔고 말이산고분군, 남문외고분군, 덕진고분군 같은 무덤들로 둘러싸여 있다.
강동석 연구관은 "이번 조사로 당시 토목 기술과 방어 체계, 생활문화에 대한 다양한 고고학 자료를 확보했다"며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안라왕(아라가야의 임금)의 거주 공간은 이 성 안쪽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지역 추가 발굴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6세기 국제회의'가 열렸다는 '고당'도 이 근처 어딘가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경사진 곳에 흙을 쌓고, 나뭇가지를 태워 목탄을 만드는 정지(整地) 작업을 벌인 뒤 성토를 다지고 파인 곳을 메우는 식으로 성벽을 쌓았다. 흙을 쌓는 과정에서 벽이 밀리지 않도록 나무 기둥을 세웠다. 성벽 위로 올라가니 2m 간격으로 쌓은 목책, 굵은 나무 기둥을 세웠던 흔적이 보였다. 침입자들이 성벽을 올라오더라도 목책에서 한 번 더 방어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반암을 인위적으로 파서 만든 밭 전(田) 자 모양의 사각형 구덩이(방형 수혈)였다. 이춘선 연구원은 "원통 모양 그릇받침인 통형기대(筒形器臺)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의례와 관련된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록에 '아나가야'나 '안라'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하는 아라가야는 금관가야·대가야와 함께 가야 연맹의 중심 세력을 이룬 나라였다. 서기 529년에는 백제·신라·왜의 사신을 초청해 '안라 고당(高堂)회의'라는 국제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성벽이 발굴된 가야리 일대는 1587년 편찬된 읍지(邑誌)인 '함주지'와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에서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추정돼 왔고 말이산고분군, 남문외고분군, 덕진고분군 같은 무덤들로 둘러싸여 있다.
강동석 연구관은 "이번 조사로 당시 토목 기술과 방어 체계, 생활문화에 대한 다양한 고고학 자료를 확보했다"며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안라왕(아라가야의 임금)의 거주 공간은 이 성 안쪽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지역 추가 발굴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6세기 국제회의'가 열렸다는 '고당'도 이 근처 어딘가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