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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화병', 조선 숙종도 평생 앓아

글쓴이	tntv	등록일	[2018.05.16]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화병', 조선 숙종도 평생 앓아

[중앙일보] 입력 2018.04.30 15:00

[더,오래] 심평원의 오늘도 건강하신가요(1)

누구나 건강한 삶을 꿈꾼다. 높은 업적과 명망을 쌓은 유명인이라 하더라도 질병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인생 100세 시대,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living longer)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living better)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병 정보와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공유한다. <편집자>

조선시대 왕들도 피해가지 못했던 '화병(火病)'. [사진 심평원]

화병(火病)은 일종의 정신의학적 증후군입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기인하죠. 화병의 영어 표기는 ‘hwa-byung’입니다. 1996년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는 이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공인한 바 있습니다.

조선 시대 왕들도 화병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왕실의 법도가 우선시됐던 그 시대 왕들에게 화병은 숙명과도 같았죠. 특히 숙종은 평생 화병을 안고 살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숙종실록』 1704년(숙종 30년) 12월 11일 기록을 보면 숙종은 자신의 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숙종, 스트레스에 약한 체질로 한겨울에도 부채질

“나의 화증이 뿌리내린 지 이미 오래고 나이도 쇠해 날이 갈수록 깊은 고질이 되어 간다. 무릇 사람의 일시적 질환은 고치기 쉽지만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것은 화증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하면 화염이 위로 올라 비록 한겨울이라도 손에서 부채를 놓을 수가 없다.”

숙종은 많은 대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현왕후를 폐위시키고 장희빈을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립니다. 하지만 결국 이를 후회하고 인현왕후를 다시 복위시키는데요. 이러한 관계 역시 당파싸움을 심화시켰고, 숙종은 그 와중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겠죠?

왕위에 있던 45년 9개월 동안 심화(心火), 종기(腫氣), 안질(眼疾), 풍증(風症), 부종(浮腫), 감기, 황달, 설사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던 숙종. [사진 심평원]

기록에 의하면 숙종의 병력은 화려합니다. 동의대 대학원 한의학과 이해웅 박사의 논문 '조선 시대 현종, 숙종, 경종, 영조의 질병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숙종은 왕위에 있던 45년 9개월 동안 각종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심화(心火, 스트레스성 심장질환으로 추정), 종기(腫氣), 안질(眼疾), 풍증(風症), 부종(浮腫), 감기, 황달, 설사 등 많은 병을 앓았습니다.

논문은 그의 병력이 정치 상황과 맞물린 스트레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는데요. 특히 숙종은 “마음이 답답하여 숨쉬기가 곤란하고 밤새도록 번뇌가 심하다”며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대학원 의사학과 김정선 박사의 논문 '조선 시대 왕들의 질병 치료를 통해 본 의학의 변천'에도 숙종의 증상이 설명돼 있습니다. ‘노심초사해 수염이 하얗게 세고, 느긋하지 못한 성격으로 닥친 사무를 버려두지 못하며, 식사도 때를 어겨 몹시 지치고 고달파 했으며 현기증이 있다’고 말입니다

숙종이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심화(心火)는 ‘마음속에서 북받쳐 일어나는 화, 마음속의 울화(鬱火)로 정의합니다. 즉,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몸에 열(熱)이 높은 병(病)’이라는 뜻이죠. 오늘날엔 이 질환이 화병이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괴롭히고 있죠.

윗사람 눈치 보랴 아랫사람 눈치 보랴 편할 날 없는 현대인은 어찌 보면 왕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힐링(Healing)’이란 단어가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통계 자료에 의하면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11만3703명, 2016년 12만1753명, 2017년 12만597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연령별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50~59세가 19.4%, 40~49세가 18.4%, 30~39세가 16.2%를 차지합니다. 20~29세가 15.9%, 60~69세가 12.3%로 그 뒤를 잇고 있는데요. 전 연령대가 비슷한 비율로 진료를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출조건(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 상병코드: F43/ 심사년월: 2015–2017년/ 지급구분: 지급(심사결정분)/ 산출일: 2018년 4월 23일. [제공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상병은 요양기관에서 청구명세서상 기재해 온 진단명을 토대로 산출

숙종은 병을 다스리기 위해 온천욕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매일 온천욕을 할 만큼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힐링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웃을 일 없어도 일부러 웃는 표정 지어야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특별히 웃을 일이 없더라도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지어보자. [사진 심평원]

우선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특별히 웃을 일이 없더라도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짓는 것도 한 방법이죠.

또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면 유산소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스트레스는 참고 덮는다고 해결되지 않고 나중에 심신의 문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역시 스트레스를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음의 건강이 곧 몸의 건강으로 이어지는 만큼, 마음의 병을 방치하지 말고 모두 힐링하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yeshira@hiramail.net

[출처: 중앙일보]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화병', 조선 숙종도 평생 앓아

http://news.joins.com/article/2258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