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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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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포탄 속, 문화재 파괴와 약탈을 막아선 기념물 전담반 모뉴먼츠 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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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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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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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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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탄생한 특수 부대 ‘모뉴먼츠 맨’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2월, 이탈리아에 상륙한 연합군은 1,200년의 역사를 가진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공중 폭격으로 파괴했다. 천 년 동안 정신과 영혼을 지킨 성스러운 유산을 함부로 파괴했다는 세계의 비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연합군은 이를 계기로 전쟁 중 문화유산 보호를 전담하는 특수 부대를 결성하게 됐다. ‘건축물, 순수미술 및 아카이브 프로그램(The Monuments, Fine Arts, and Archives program, MFAA)’의 뜻을 담은 기념물 전담반 모뉴먼츠 맨이 탄생했다. 13개국에서 모인 350여 명의 남녀 요원은 박물관 관장, 큐레이터, 건축가, 시인, 고고학자, 미술품 복원전문가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의 위험과 일선 지휘관의 몰이해, 부족한 지원과 장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파수꾼이란 자부심으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모뉴먼츠 맨의 초기 임무는 회화와 조각, 서적, 성당과 저택 등과 같은 건축물이 연합군에 의해 악의로 파괴되지 않도록 보고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적국인 독일과 이탈리아에도 그 기준은 똑같이 적용됐다. 기념물 전담반은 누구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조언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문화재 파손을 경고하는 문구를 기재한 ‘보호 요망 기념물 목록’을 들고 다니며 그들은 성벽이 무너지는 위험한 상황에도 뛰어들었다. 전쟁을 할 때는 부수기도 해야 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수없이 대치해야 했을 것이다.
나치가 약탈한 시대의 예술품을 찾아
모뉴먼츠 맨의 활동은 추후 나치의 조직적인 예술작품 약탈의 행방을 쫓고 이를 회수하는데 주력했다. 히틀러뿐만 아니라 나치의 2인자였던 헤르망 귀링 역시 점령지의 미술품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 속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얀 베르메르, 렘브란트의 작품은 물론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도 포함돼 있었다. 일부 나치의 광신도 중에는 본인이 예술품의 주인이 될 수 없다면 누구도 소유할 수 없도록 악의적으로 훼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모뉴먼츠 맨은 독일에서만 1,500개의 비밀저장고를 찾았으며 오스트리아 알타우세 소금 광산에서도 수천 점의 미술품을 발견했다. 이 특수 부대의 정보제공자 중 한 명인 로즈 발랑은 나치 약탈 예술품의 주요 창고였던 주드폼 박물관에서 일하며 예술품의 드나듦을 모두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알타우세 광산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성 모자상’과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를 포함해 그림 6,577점, 스케치와 수채화 230점, 삽화 954점, 조각상 173점, 공예품 상자 1,200여 개가 숨겨져 있었다. 이 예술품을 옮기는 데만 몇 주가 걸렸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모뉴먼츠 맨은 매일 지하실이나 기관차, 수도원 등에서 보물들을 찾아냈으며 각종 기록물과 나치 관료들의 집을 조사했다.
한국 전쟁 당시의 문화재 지킴이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역사, 한국전쟁 당시에도 문화재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때마다 문화재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은 존재했다. 1951년 강원도 동해안을 따라 진격하고 있던 국군은 설악산의 신흥사에 마련된 임시 본부에 도착해 불을 때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주워 온 판자에 글씨가 써 있음을 확인한 한 장교는 부연대장에게 달려가 문화재가 손상됐다며 불을 끄고 경판을 회수할 것을 권했다. 이 장교는 언론인 겸 저술가인 리영희 교수였으며, 당시 경판은 조선 효종 시대 중반에 제작된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 역시 한국전쟁 당시 폭격의 위기가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세가 역전되면서 퇴각하지 못한 1천여 명의 북한군이 해인사를 중심으로 게릴라 전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UN군에서는 해인사를 폭격하란 명령을 내렸지만 당시 공군 편대장이었던 김영환 장군이 폭탄 투하 지점이 국보 해인사와 민족의 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소란 점을 알고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한 민족과 국가의 정신, 그리고 역사가 담긴 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존해야 해야 한다는 인식은 비단 우리의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1950년 9월 25일 미군 포병부대의 중위 제임스 해밀턴 딜은 덕수궁으로 인민군이 모인다는 정보를 듣고 포격을 했을 때,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문화재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그는 동료 대위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몬테카시노 수도원의 얘기를 나누며 고궁을 보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극한의 상황인 전쟁터에서조차 인류의 문화유산은 온전히 보존돼야 할 가치가 있다. 전쟁이나 테러의 위험뿐만 아니라 무관심 또한 유산 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문화재 속에 담긴 정신과 이야기,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노력이야 말로 21세기 모뉴먼츠 맨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아닐까.
글‧최은서 자료+사진‧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로버트 M. 에드셀 / 브렛 워터 공저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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