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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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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년 전 한국 전통 놀이의 원형을 담다 인류학자 스튜어트 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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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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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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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놀이의 기록으로서 가치
스튜어트 컬린의 책은 동양 삼국을 다루면서도 우리 한국을 주인공으로 서술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국 중, 한국을 주연으로 내세운 최초의 책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책의 표지를 태극기로 장식하여 출간한 사실에서도 짐작이 가능하다. 당시 서구인들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을 들러리 격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우리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전통 놀이의 원형을 찾아주었다는 점이다. 122년 전 한국 전통놀이에 관한 자료는 한국어는 물론이고 외국의 언어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튜어트 컬린의 저서에서만큼 완벽하게 기록된 놀이 자료는 우리나라에서도 나온 바가 없다. 그가 바라본 우리네 전통 놀이를 통해 선조들의 유희 문화와 각 놀이의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기산 김준근 그림과 한국 전통 놀이와의 인연
『조선의 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가 나오게 된 배경이 매우 흥미롭다. 1882년 고종은 조미우호통상조약의 대표였던 미 극동함대 사령관 슈펠트 제독의 딸을 조선으로 초청했다. 4년 후, 조선에 온 그녀는 부산 초량에 살던 당대의 유명한 조선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에게 부탁해 23점의 한국놀이 그림을 받아 귀국했다.
기산 김준근의 한국 놀이 그림들은 컬린의 『조선의 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에 포함되어 있고, 원본은 펜실베이니아대학 박물관에 소장됐다. 19세기 후반의 서민상과 민속을 다룬 그의 풍속도가 컬린의 책에 실려 당시 전통놀이를 더욱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준근이 그린 풍속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에 분포됐다. 1894년경 제물포의 세창양행이 60점이 넘는 그림을 독일 함부르크에 보내, 현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에서도 김준근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독일인 외교 고문 묄렌도르프도 기산의 그림을 수집했다고 한다.
컬린은 어떻게 전통 놀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까? 아마도 1893년 콜럼버스의 미주상륙 400주년을 기념하는 시카고 국제박람회에 조선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박영규를 통해 접했으리라 짐작된다. 박영규는 『조선의 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를 출판한 1895년 당시 미 공사관 참사관이었다. 따라서 필라델피아에 있던 컬린과 상당히 자주 만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시카고 국제박람회가 끝나자 컬린은 한국관 전시품 중 장군용 이인교(앞뒤로 한 사람씩 매는 가마)를 구매해 박물관에 소장하기도 했다.
우리네 놀이 문화의 현주소를 돌아보다
컬린의 책에서 수없이 나오는 한국어 음역은 한영사전이 없던 때라 1880년 조선에 있던 프랑스 신부들이 만들어 일본에서 인쇄한 한불사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 팽이는 ‘‘Hpaing-i’, 윷놀이는 ‘Nyout-Nol-Ki’로 표기되었다. 불어 발음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했어도 내용 자체는 추호의 타협이나 양보가 없어 122년이 지난 오늘 이 책을 읽어도 내용이 충실하고 포괄적이며 전문적임에 감탄하게 된다.
책 제목 『한국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에 부합하게 저자는 철저하게 한국의 놀이를 중국과 일본의 것과 비교했다. 예를 들어 ‘택견하기(Htaik-Kyen-Ha-Ki)’는 “주로 발로 상대방을 차는 경기이며 목적은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비슷한 경기가 일본에도 있으나 중국 광동에서 온 노동자들은 이 경기를 모르고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어 ‘택견하기’, 더 나아가 태권도가 조선 고유의 경기임을 증명하고 있다. 컬린은 윷놀이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볼록한 면이 나왔을 때는 ‘Ep-hpe-tjyet-ta(엎어졌다)’, 평평한 면이 나왔을 때는 ‘Tjap-pa-tjyet-ta(자빠졌다)’라 하고 놀이꾼들은 윷이나 모가 나오면 큰 소리로 ‘좋다’라고 외쳤다.”
지금도 윷이나 모가 나오면 던진 사람이 ‘좋다’ 하고 외치는데 120년 전에도 역시 그랬다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한국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에서는 어른들 놀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어린 소녀들의 소꿉장난을 ‘Syok-Kop-Tjil-Ha-Ki(소꿉질하기)’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조선의 소녀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소녀들처럼 특별한 장난감이 필요 없는 소꿉장난(House Play)을 많이 하는데 주로 조개껍질이나 작은 종지들을 이용한다. 일본에서는 이 놀이를 Mama Goto(飯事: 마마 고토, 소꿉질)라고 한다”라고 적었다.
그의 저서에는 장기나 바둑의 과학적인 놀이 방식과 죽방울, 무등 등 이제는 잊힌 놀이를 행하는 방법이 그대로 소개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골패, 꼬리붙이기 등의 도박까지 담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122년 전의 조선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오늘을 사는 한국인에게는 크나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서양의 인류학자에 의해 쓰인 책자는 전통 놀이의 원형을 살펴보고, 우리네 전통 놀이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글‧유광언 사진‧『조선의 놀이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과 일본의 놀이』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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