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두 개의 조미수호통상조약 기념비…'짝퉁을 찾아라'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을 아시나요?

1882년 5월 22일 조선과 미국이 수호와 통상을 목적으로 맺은 우리나라와 서양 간 최초의 조약입니다. 중·고등학교 국사 수업 때 배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조약은 조선시대 포구였던 제물포에서 이뤄졌습니다. 오늘날 인천시 중구 해안지역입니다.

인천항과 멀지 않은 동구 화도진공원에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를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1.3㎞가량 떨어진 A호텔 주차장에도 조약 체결장소를 알리는 다른 기념비가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화도진공원에 있는 기념비는 한미수교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가 조미수호통상조약 100주년이 된 해인 1982년 12월 14일에 세웠습니다.

기념비 동판에는 '여기 이 유서 깊은 화도진 언덕은 1882년 5월 22일 한미 양국의 대표들이 양국 외교관계의 첫 장을 여는 한미수호통상조약(조미수호통상조약)을 조인한 곳으로 이를 기념하여…(중략)이 표지석을 다듬어 세운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인천시 지정 기념물 2호인 '화도진(花島鎭)'은 조선시대 고종 16년 7월에 완공된 진지로 서해안 방어를 도맡았던 곳입니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장소로도 알려졌습니다.

A호텔에 있는 기념비는 인천향우회와 인천시가 2006년 1월에 세웠습니다.

기념비에는 '1882년 5월 22일 이곳에서 조선의 전권대신 신헌(申櫶)과 미국의 천권공사 슈펠트(Shufeldt.R.W.) 간에 한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기념비가 두 곳에 세워진 게 확인되면서 지역과 학계에서는 진짜 체결장소가 어디인지를 두고 수년간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조약 체결장소는 그동안 조선시대 오늘날 세관 역할을 하던 기관인 '인천해관(仁川海關)' 관사라고 전해졌지만, 인천해관의 정확한 위치를 표기한 지도가 없는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러나 2013년 정확한 체결장소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인천해관 문서 중 인천해관 세무사공관 위치가 표기된 옛 제물포 지역 지도가 발견된 것입니다.

세무사공관 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화도진도, A호텔도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인천시 중구 북성동 3가 8-3번지 자유공원 입구 부근이었습니다. 지금은 웨딩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조약체결 장소를 알리는 가장 유력한 자료가 발견됨에 따라 내년 이들 기념비를 모두 철거하고 자유공원 입구 지역에 기념비를 새로 세울 계획입니다.

그러나 기존 기념비를 철거하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A호텔 내 기념비는 민간부지에 있으므로 협의가 필요합니다. 화도진공원 내 기념비 철거에 대해 동구는 "검토 중"이라며 쉽사리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구가 2015년부터 매년 화도진공원에서 개최하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재현식'이 지역행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강옥엽 인천역사자료관 전문위원은 27일 "기념비가 두 곳에 있는 탓에 시민들은 정확한 조약 체결장소를 알 길이 없었다"며 "화도진에 있는 기념비를 철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정확한 장소를 나타내는 자료가 나온 만큼 기념비 위치를 바로잡고 그간의 경위를 시민에게 알리는 게 역사를 대하는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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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7/10/25/0901000000AKR201710250634000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