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들어가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반출 문화재의 불법성 입증노력보다는 현지 활용 주장

▲ 오구라에 의한 반출당한 것으로 알려진 철제 투구와 갑옷, 사진 정규홍 우리문화재수난일지 저자 제공

2,000년 밀레니엄 새 시대에 대한 세계인의 희망과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공존, 협력과 배려, 문화의 시대를 열릴 것을 기대하였으나, 오히려 전쟁터는 늘어나고 갈등은 확산되고 있다. 양극화는 더 지독해지고 배타적 독점이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20세기보다 더 희망을 노래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진일보하고 있다면 문화유산회복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다. 1970년 유네스코협약, 1995년 유니드로와 협약 등으로 불법, 도난문화재의 거래금지와 예방수단 등이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피탈국가나 지역민에게 공정한 협약은 아니었다. 문화재 과다 보유국가 간의 불법거래나 도난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소장자의 과거내력 소명을 원칙으로 세운 1998년 워싱턴회의를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마치 의료사고 과실유무의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서 의사로 바꾼 것처럼, 유물 소장자는 취득경위 등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고 불행했던 역사를 치유하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아직도 피해자 입증 책임을 주장하는 일부가 있다. 국외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정부단체인 국외소재문화재단의 지건길 이사장은 지난 9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화재 환수에 대한 열망이 지나친 애국주의로 발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고 말하며 “(서산 부석사)불상이 일본으로 나간 경로가 불법인지 여부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는 절도범에 의한 장물인 게 확실한 만큼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지금도 대립하고 있다” 주장한다.

 

일본 반출경로에 대해선 국내는 물론 일본의 학계에서도 “왜구 약탈”을 강조하고 있다. 도난품은 확실하고 약탈여부는 잘 모르겠다하면 수없이 발표된 왜구 침탈관련 논문을 보고 인터뷰했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2012년 2월 25일 대전지방법원 재판부가 “일본이 정당하게 취득하였는지를 밝혀라” 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이를 소명하거나,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소명하도록 촉구한 바가 없다는 점이다.

 

2017년 10월 전재수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문화재청 답변자료에는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한 바가 없다고 하였다. 이를 전담하는 정부단체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아닌가? 일본이 국보 등으로 지정한 한국 문화재에 대해, 제작 내력과 소장자 내력, 취득경위 등을 소명받고 불법성이 확인되면 반환을, 선의 취득이면 보호,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국외재단에 부여된 국민적 사명이다.

 

그럼에도 피해자 부석사에게 약탈 사실을 입증하도록 지독하게 방임하다가, 가처분승소에 이어 1심 재판부도 부석사 승소 판결을 내리자, 지나친 애국주의를 경계하는 주무단체장의 인터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문이다.

 

인터뷰에서 밝힌 환수하고 싶다는 오구라 컬렉션은 꼭 환수해야 할 유산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국외재단은 무엇을 하였나? 2014년 오구라 컬렉션 소개자료 발간이후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지 알려진 바 없다. 오구라 컬렉션은 명백히 불법 반출문화재이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도 한국정부가 반환을 요구했다. 당시에는 개인 소장품이라 반환받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국립도쿄박물관에 있다.

 

이를 반환받기 위해 절체절명을 노력을 다해야 하는 사명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게 있다. 이 재단이 년 간 50억 원 이상(2015년 약 55억원, 2016년 약 75억원, 2017년 약 51억원)의 국민 세금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와같이 불법반출문화재의 반환을 통한 국민들의 문화주권의식 고취일 것이다.

 

2012년 이후 276점 환수

 

2012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된 이후 환수 현황에는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에서 51건 276점이 돌아왔다.

 

국가	건수	점	주요 문화재
일본	21	119	고려 불화
미국	23	125	조선 왕실 어보
독일	3	18	곤여전도 배접지
프랑스	2	2	옥천사 시왕도
스위스	1	3	범어사 칠성도
영국	1	9	갑옷
계	51	276

 

▲ 2012년 이후 환수된 문화재 국가별 현황

 

이 중에는 조선왕실어보와 동화사 불화 등 과거 도난당한 사실이 확인되어 협상을 통해 반환된 경우도 있지만, 도난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기록을 삭제한 석가삼존도의 경우도 있다.

 

이 기간에 정부전담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구입 등을 통해 단 4건의 문화재를 찾아왔다. 4건은 반환이 아닌 구입에 의한 경우이다. 같은 기간 국립중앙박물관 18건, 국립고궁박물관 9건, 지자체 6건 등에 비하며 성과가 미비하다.

 

국가	기증(건)	구입(건)	협상 등(건)
일본	10	10	1
미국	6	7	10
독일		2	1
프랑스		2
스위스		1
영국		1
계	16	23	12

 

▲ 2012년 이후 환수된 문화재 유형별 현황

 

특히 불법성이 입증된 문화재의 반환 12건에 있어, 출처조사와 현 소장자 추적 조사 등을 해야 함에도 재단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재단은 환수문화재의 과거 내력조사를 철저히 함으로 정당성과 윤리적 가치, 도덕성을 고취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다.

 

문화재를 기원 국가로 반환함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국제사회의 자발적 경향과 소장자에 의한 과거 내력 공표의무는 분명 진일보한 흐름이다. 더구나 국내외 소장자들의 세대교체로 인해 자발적 기증과 거래의 증가 그리고 피탈국가들의 거센 반환요구 등으로 향후 10년에서 30년은 문화유산을 회복할 적기가 될 것이다. 정부단체의 전면적인 쇄신과 민간단체의 자발적 참여 증가, 지방정부와의 유기적인 협력, 그리고 교민, 유학생들과의 협력 네크워킹 구축을 통해 환수 성과를 더욱 높여야 한다.

 

문화유산은 역사와 시대, 정신문명과 직결되어있다. 국민들이 되찾고자하는 것은 '값비싼 골동품'아니라 '얼과 혼'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원문보기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4&nNewsNumb=20171026462&nidx=26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