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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뱀을 물고 있는 팔색조 어미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 조류인 팔색조가 어린 뱀을 물어다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팔색조는 일반적으로 지렁이나 곤충을 새끼에게 먹이로 주지만 어린 뱀까지 물어다 주는 것이 촬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 남해군 금산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뱀도 팔색조 어미를 두려워 한다"는
50여년 전 문헌 내용, 촬영 통해 첫 확인
부화한 새끼 알 껍데기 어미가 먹어치워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지렁이를 물고 있는 팔색조 어미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경남 남해군 금산 일대에서 팔색조를 관찰하던 중에 팔색조가 어린 뱀을 잡아 새끼로 주는 모습을 최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팔색조 어미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50년 전 학술자료에서 팔색조가 어린 뱀을 먹이로 준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실제 촬영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설명했다.
1964년에 발간된 한국문화연구원의 '팔색조의 생태'에 관한 자료에는 "팔색조가 가장 경계하는 천적은 뱀이나, 뱀도 팔색조 어미를 두려워한다"고 기록돼 있다.

연구팀은 이번 관찰 과정에서 새끼가 부화한 후 어미 팔색조가 새끼의 알껍데기를 먹는 장면도 포착했다.
이는 다른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다른 조류의 경우 어미가 알껍데기를 먹는 모습이 자주 확인됐으나 팔색조는 관련 기록만 있을 뿐 실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새끼에게 가져다 줄 지렁이 먹이를 물고 있는 팔색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팔색조의 주요 서식지인 남해군 금산 일대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숲이 울창하고 습도가 높아 팔색조의 먹이인 지렁이가 풍부한 곳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2년 남해군 금산 일대에서 팔색조 서식을 처음 확인한 이후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인 거제도 학동마을 동백숲에서도 3쌍 이상의 팔색조가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곳에서는 1960년대 초부터 팔색조 번식이 확인됐다.

☞팔색조
팔색조는 세계적으로 숫자가 2500~1만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며,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II급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여름 철새로 제주도와 남해안의 거제, 남해에 번식한다. 10월에 남쪽으로 이동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여름 철새이자 멸종위기 조류인 팔색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다 자란 팔색조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띤다. 정수리는 갈색이고, 머리 옆선은 밤색(검정색)이고, 눈썹 선은 담황색, 눈 앞쪽부터 뒷목까지는 검정색을 띠고 있다.
또 날개 덮깃의 일부와 허리는 하늘색(코발트색)을 띠고 있다. 아래 꼬리 덮깃과 배는 짙은 붉은색이다. 목의 앞쪽은 흰색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어린 뱀을 새끼에게 먹이는 팔색조 모습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