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2008년 3월부터 4월 말까지 안 의사의 유해발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08년 당시 우리 정부는 안중근 수감 시 여순감옥 소장의 딸인 이마이 후사코(今井房子)가 제공한 사진과 증언에 의해 감옥 뒤편 야산을 발굴했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과 송환에 관심을 기울여온 수많은 인사들은 “안 의사가 묻힌 곳은 정부가 발굴했던 감옥 뒤편이 아니라, 감옥에서 동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공동묘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안 의사 순국 당시 감옥의 공동묘지였으며, 현재 중국 정부가 이곳에 ‘감옥묘지터’라는 비석을 세워놓았다.

 

안 의사 매장지가 공동묘지 터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 중에 안태근 호남대 교수가 있다.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 교수는 작년 3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스토리하우스)는 책을 펴내는 등 안 의사 유해 발굴과 환국에 힘쓰고 있다.

 

그는 EBS PD 시절이던 2010년 3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 되던 해에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안 의사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증언과 기록 등을 통해 지목했는데, 그곳이 바로 여순감옥 공동묘지 지역이었다.

 

 

기자를 만난 안 교수는 “당시 EBS 다큐멘터리에서 우리가 지목한 곳에 안중근 의사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담당 부서인 국가보훈처에 여섯 번이나 이 같은 내용을 제보했지만 이 지역에 대한 발굴이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직접 안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해 2011년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를 결성한 후 모금운동, 전단지와 성명서 배표, 시민 강연, 정부청원운동,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애당초 몰랐으면 모를까 안 의사 유해가 있는 장소를 알고 있는 이상 어떻게 가만있을 수가 있겠느냐”며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는데 관계 기관이 안 의사 유해발굴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안 의사 유해 발굴 노력에 대한 그간의 과정과 연구를 묶어 올 10월에 두 번째 책 『돌아오지 않는 안중근 의사』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10년 3월 안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반드시 모셔올 것”이라고 천명한 후 유해발굴전담팀까지 꾸려졌지만, 2008년 1차 발굴 이후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후속 발굴 사업이 진행된 적이 없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3월 26일 10시 교수형에 처해졌다. 안 의사의 두 동생인 안정근, 안공근은 여순감옥에 가서 유해인도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일제는 이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유해를 임의대로 매장해 버렸다.

 

‘사망자의 친족이나 사체 인도를 요구하면 언제든지 이를 교부할 수 있게 한다’는 감옥법이 존재함에도 여순감옥 담당자는 두 동생들이 “형의 유해를 돌려받고 싶다”는 요청을 했음에도 그들을 강제 추방하고, 안중근 의사의 시신을 여순감옥 뒷산의 수인(囚人) 묘지에 매장했다.

 

일제가 이렇게 한 것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한국에 환국되면 독립운동이 시작될 것을 우려했고 그의 무덤이 항일운동의 거점이 될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105년이 지났고 시신의 행방은 미궁에 빠져 아직까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고국에 모시지 못하고 있다. 안태근 교수는 “안 의사의 유해발굴이 아직도 안 되는 이유는 우리의 무관심과 담당자들의 무성의로 사실상 일이 꼬여 버렸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관련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태근 교수의 설명.
 
“당시 안중근을 매장했던 지역으로 지목되는 여순감옥 공공묘지는 현재 박물관 정문으로 나와 안쪽으로 1.2 킬로미터 거리인 향양가(向陽街) 뒤편에 위치해있습니다. 근처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그곳이 안중근의 매장지역으로 약 3무(畝: 중국식 면적 단위로 1무는 666제곱미터)의 면적입니다. 이 지역은 중국 내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안중근의 매장지역이기도 합니다.”
 
안 교수는 “이 일대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그동안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었지만 이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penetrating radar) 조사를 통하여 땅부터 파는 위험부담을 없애고 사전에 조사를 통해 유해의 유무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는 2010년까지 국내 발굴전문가에게는 실용화되지 않은 기술이었다고 한다. 2011년 당시 안 태근 교수는 국군유해발굴단을 방문하여 이 기술에 대한 조언을 받은 바 있지만, 이 기술은 국군유해발굴 조사에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2008년 안 의사 유해발굴 당시에도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지금은 이 기술을 통해 본격적인 유해 발굴 이전에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며 “우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근 교수를 비롯하여 유해발굴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인사들이 안 의사 유해가 묻힌 곳으로 공동묘지를 확신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결정적으로 당시 관동도독부가 본국에 보낸 공식보고서에서 “안중근 금일 사형, 여순에 매장”이라고 매장지명을 지명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관동도독부는 사형 후 매장까지의 과정에 대해 “안중근 금일 사형, 여순에 매장”이라고 본국에 공식 보고한 것이다. 

 

안 교수는 “이 보고서는 안 의사가 여순에 매장된 것을 입증하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같은 건에 대해 두 번 보고하지 않는 게 공문의 상식이다”며 “여순이라는 광범위한 매장지로 보고했는데 더 정확한 매장장소를 밝히려 했다면 이 문건에 포함되어 보고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혹자는 이런 점을 들어 안 의사의 유해가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을 것이며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지만, 당시 사형수 매장에 사용되었던 공공묘지에 안 의사가 묻힌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둘째, 당시 통역을 한 소노키 스에키(園木末喜)의 ‘안중근 사형시말보고서’에도 매장지를 공공묘지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10시 20분 安의 시체는 특별히 감옥서(監獄署)에서 만든 침관(寢棺)에 이를 거두고 흰색 천을 덮어서 교회당으로 운구되었는데 그 공범자인 우덕순(禹德淳), 조도선(曺道先), 유동하(劉東夏) 3명을 끌어내어 특별히 예배를 하게하고 오후 1시에 ‘감옥서의 공공묘지’에 이를 매장했다고 소노키는 안 의사의 매장지를 ‘감옥서(監獄署) 공공묘지’로 적고 있다.

 

셋째, 안중근의 간수였던 일본 헌병 치바 도시치(千葉十七)가 쓴 『내 마음속의 안중근』에서 1.5km 떨어진 공동묘지 증언했다. 또한 여순감옥 최후의 의사(醫師)도 공동묘지 지목했으며, 여순감옥 박물관의 초대 중국인 관장도 공동묘지를 안 의사가 묻힌 곳이라고 말했다. 당시 검시의의 후배 의사인 고가 하쓰이치(古賀初一)에 의해서도 이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넷째, 당시 안 의사의 최후를 취재했던 신한국보, 만주일일신보, 마이니치 신문을 비롯한 10여 개 이상의 언론이 공통으로 안중근의 유해가 여순감옥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섯째, 안중근 묘소를 직접 참배했던 증언자 신현만씨가 1943년에서 45년까지 3회에 걸쳐 참배했으며, 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손자 이국성씨는 13세 때이던 1958년에 아버지 따라 안중근 묘소를 참배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홍범씨가 27세 때인 1954년 신흥무관학교 교도주임인 김소묵 교장과 함께 참배했다고 증언했다.

 

 

안태근 교수는 “그 밖에도 공동묘지 인근에 사는 동네 주민들이 모두 증언자이다. 그들은 이곳이 안중근 의사가 묻힌 곳이라고 모두 알고 있다. 2008년의 발굴을 두고 왜 다른 곳을 발굴하나 모두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저는 많은 증거와 증인 가운데 특히 한국인 신현만, 이국성 두 분의 증언을 신뢰합니다. 안 의사 묘에 참배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두 사람은 서로 생면부지로, 두 명 모두가 같은 곳을 구체적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들의 증언은 가공된 이야기가 아닌 진실임을 확신합니다.”

 

 

“그곳은 한 사람의 제보일 뿐이며 검증이 안 된 사진만 믿고 발굴한 곳입니다. 사진과 일치된 지역을 발굴했지만 그곳은 일본인 공동묘지 지역으로, 일본인들이 유해를 모두 본국으로 송환해 갔기 때문에 유해가 나올 수가 없는 곳입니다. 정부가 발굴한 지역을 ‘A 지역’이라 하고, 우리 사업회가 지목한 곳을 ‘B 지역’이라고 한다면, 정부가 1차로 발굴한 A 지역에 대한 발굴도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곳에 유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나름의 큰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B 지역을 당시 같이 발굴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국가보훈처가 2008년 1차 실패에 대한 부담을 너무 크게 가지는 것 같습니다. 보훈처 내에 유해발굴위원회 자문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2008년 이후 사실상 진척된 내용이 없습니다. 저는 유해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땅속에 있기 때문에 일단 유해를 하루빨리 지상으로 모셔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만 마냥 보내는 것보다는 일단 중국 정부라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안 의사 유해를 발굴해 주었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합이빈 ‘안중근의사기념관’에 한국인이 연간 4만 명이 다녀갑니다. 우리에겐 성지(聖地)인 셈입니다. 중국이 먼저 발굴하면 유해 환국이나, 여러 후속문제가 지금보다 엄청나게 복잡해집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훈처는 중국 정부가 남북 공동으로 합의를 봐야 발굴할 수 있다는 걸 내세워 일이 잘 안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남북이 합의를 볼 문제도 아니고, 김일성이 모든 독립운동을 했다고 조작을 해 놓은 북한은 안 의사 유해 발굴에 그다지 관심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합의될 리가 만무합니다. 이 점은 우리의 의지만 있다면 그다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봅니다.

 

또한 보훈처는 우리 민간단체가 제시한 증거가 정확한 증거는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안 의사 묘가 동경 몇 도, 북위 몇 도에 있다는 식의 문건을 가지고 오면 믿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문건은 105년 동안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1차 지역을 발굴한 분 중에 유해가 홍수나 기타 이장 등에 의해 유실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유해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우리가 안 의사 유해가 묻혔다고 주장하는 지역은 여러 기록과 증언을 통해볼 때 그곳이 안 의사가 최초로 묻혔던 곳이니까 발굴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누가 옮겼다든지 유실되었다든지 하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그걸 이유로 유해발굴을 중단한다는 것을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당연합니다. 공동묘지 구역을 갈 때마다 발밑에 안 의사 유해가 있다고 생각하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성거리다가 주민들이 신고를 해서 공안이 온 적도 있습니다. 그곳 공안이나, 주민들도 모두 공동묘지에 안 의사가 묻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굴 예상 지역도 100평 남짓으로 좁혀졌기 때문에 예산도 얼마 들지 않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발굴 가능합니다.”

 

안태근 교수는 안중근 의사 유해는 일반 죄수들과 다르게 매장되어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penetrating radar) 조사만 하면 쉽게 신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일반 죄수들은 일본식 통나무 관에 쪼그려 앉은 채로 매장되었는데, 안 의사는 침관에 눕혀서 매장했습니다. 또한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십자가가 함께 매장되었을 수도 있고, 당시 사형수는 유리 약병에 이름을 써넣고 매장했는데, 그게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본격적인 발굴 이전에 먼저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PR 조사는 직접 발굴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중국 정부도 허락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유력한 시신이 나오면 가족과 DNA를 대조하면 신분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정부도 안 의사 유해발굴에 관심이 지대하고 우리 몰래 발굴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모르게 했다는 것은 그만큼 안 의사 유해발굴이 금맥(金脈)인 걸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중국이라도 발굴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고 유해인수 비용을 우리와 북한에 청구하여 수용하는 나라에 돌려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용은 상상 이상이 될 것입니다.”

 

 

 

 

 

“1차 발굴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 유해가 묻혔다는 여러 증언이 있어서 그곳을 조사하겠다고 중국 정부에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허락을 해주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2008년 후 추가로 확인될 결정적인 자료가 있어야 발굴이나 조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조사하려는 지역에 안 의사가 묻혀 있다는 정확한 근거, 즉 관련 기록을 제공해 달라는 게 중국 정부의 첫 번째 입장이다. 또한 2008년 당시에 북한의 동의하에 공동으로 발굴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중국 정부는 추가 발굴도 북한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아마 안중근 의사 고향이 북한이라서 그런 듯하다.”

 

 

“그걸 우리가 하려고,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점을 말씀드린 거고, 조금 전 언급한 여러 이유를 들어 중국 정부에서 거부한 것이다. 더 이상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거꾸로 생각해서 한국 지역에서 외국인이 조사를 하려고 할 때 우리 정부가 조사 못 하게 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분은 저간의 상황을 잘 모르실 거다. 그렇게 증언자도 있는데 왜 정부에서 왜 미적지근하게 있느냐고 생각하시는 듯한데 그분 생각에 일이 뜻대로 안 풀리니까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2&mcate=M1001&nNewsNumb=20160319806&nidx=19807&dable=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