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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한류 전도사’ 강철기 화백 또 한 번의 변신

장독대·문고리 매력에 취해 유화로 그린 ‘宮시리즈’ 유명
이번엔 루브르·타지마할에 韓전통문양 접목 소통 시도
“화폭에 세계 담는게 제 작업”… 그림 몰라도 보는 재미에 푹

변화와 열정의 작가. ‘궁(宮)’ 그림으로 유명한 강철기 화백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의 작품은 청년기, 장년기를 거쳐 50대 중반에 들어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는데 돌이켜보면 항상 부족함이 많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늘 변화를 할 수밖에 없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로 30여 년간 전업 작가로 오로지 그림만 그렸다. 지금까지 개인전만 20여 회, 단체전·초대전 등 참여는 500여 회에 달한다. 그의 궁 그림은 ‘한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같은 것이어서 특히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전시회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었었다.

강 화백이 오는 26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02-790-5889)에서 서울의 고궁이 아닌 해외의 유명 건축물을 그린 최근 작품들로 전시회를 갖는다. 추계예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강 화백은 초기에는 흙(황토)을 그렸고, 이후에는 와당 문양과 창호지를 바른 문을 그렸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제 고향이 시골인 전남 영광이어서 작품 초기에는 장독대, 기와문양, 문고리 등 고향 이미지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2009년 그는 궁에서 역사의 맥을 발견하고 ‘마주보기-궁’ 연작을 시작한다.

궁 그림을 한창 그릴 때는 수시로 궁을 방문했고, 방문 횟수만도 1000여 회에 달한다. 유화로 표현된 그의 궁 그림은 역동적이었다. 사계를 표현할 때 계절마다 어울리는 색을 모노톤 기법으로 사용해 깊이를 담아내고, 그 바탕색 위에 입체적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단계적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그래서 화단에서 그는 ‘미술 한류’의 전도사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장독대도, 궁도 아닌 해외의 유명건축물이다. 로마의 베드로 성당,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인도의 타지마할, 베네치아의 라보나광장,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등이 등장한다.

30여 년간 그의 그림은 그처럼 꾸준히 변모하며 이제는 해외의 건축물까지 그리게 됐지만 수많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소통’이었다.

“제가 그려온 한국의 전통적인 문양 속에 나타난 우리 문화와 세계 각국의 문화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제 기법으로 해외 건축물을 그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그의 베드로 성당 그림에는 이전의 궁 그림과 마찬가지로 소나무가 드리워져 있다.

“그림 위 소나무의 제각기 다른 형상은 나무의 지문 격인 나이테와도 같은 것입니다. 제가 현장에 가보고 느낀 현지 문화의 흔적을 ‘소나무’라는 지문으로 표현한 것이죠.”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은 볼수록 새롭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건물이 보이고, 자세히 보면 그 위로 은하수의 별처럼 눈가루 같은 것들이 흩날리고, 한 번 더 보면 소나무가 드리워져 있다. 궁과 함께하는 소나무는 우리 역사의 인고와 절개를 상징한다. 어떠한 건물이라도 한국의 전통적인 문에서 보이는 세계를 그려낸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하는 것과도 같다. 그의 그림이 미술에 문외한인 관람객들에게도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 모른다.

“제 그림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궁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이제는 그 공간을 해외로 넓힌 것이죠.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문화로 서로 소통하는 세계, 그런 세계를 화폭에 옮기는 것이 앞으로의 제 작업입니다.”

글·사진=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